[성명서]한국정부는 국제형사재판소 로마규정을 조속히 비준하라

  • 2002-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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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는 국제형사재판소 로마규정을 조속히 비준하라


- 국제형사재판소 로마규정의 발효에 즈음하여





오늘(7월 1일)로서 인류가 염원해온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CC)의 근거규범인 로마규정이 효력을 발생하였다. 지난 10여 년 간 국제사회는 논쟁에 논쟁을 거듭한 끝에 1998년 로마에서 조약의 형태로 ICC의 근거규정을 만들었고 그 후 4년 간 이 조약의 발효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다. 이제 그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앞으로 ICC는 몇 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초에 역사적 출범을 하게 된다. ICC의 출범은 2차 대전 이후 유엔창설에 이은 최대사건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그 역사적 의의가 지대한 인류의 성과이다.





ICC 출범의 역사적 의미는 우선 집단살해,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 그리고 침략전쟁 등 인류에 대한 범죄(crimes against mankind)에 대하여 국제공동체가 더 이상 방관하지 않는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한데 있다. 이들 범죄가 세계 어디에서 벌어진다고 해도 해당국이 그 책임자에 대하여 책임을 묻지 않는 경우 국제사회가 직접 나서서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는 것이 ICC 창립의 근본목적인 것이다. 이로써 국제사회가 오랜 기간 동안 고민해온 소위 불처벌(Impunity)의 문제는 그 해결의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세대가 경험한 아르헨티나, 칠레 등에서 벌어진 독재정권의 참혹한 반인도적 범죄나 우리의 역사에서도 존재했던 반인도적 범죄행위들을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인류의 의지표명이다.





우리는 역사적인 ICC의 창립을 눈앞에 두고 ICC의 창립이 갖는 세계사적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우리는 이 위대한 인류의 창조물이 헛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우리사회에 요구하는 제반 의무가 충실히 이행되길 바란다. 일제의 만행, 한국전쟁의 상흔 그리고 지난 수십년간 일어났던 각종 반인도적 사건을 돌이켜 볼 때 그 어느 누구보다도 우리는 ICC의 창설과 그 성공적 출범을 환영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촉구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하루 빨리 ICC 로마규정의 국내비준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정부가 비록 로마규정의 완성 당시 서명절차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2000년 3월 뒤늦게라도 서명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었다. 그러나 그 뒤 국회의 동의절차 등 비준을 위한 국내절차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더 이상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말고 하루 빨리 로마규정의 국내비준 절차를 이행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정부는 ICC 로마규정을 비준함과 동시에 로마규정의 국내실시를 위한 입법조치를 취해야 한다. 로마규정은 소위 보충성의 원칙(complementarity principle)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에 로마규정에서 관장하는 범죄는 우선적으로 회원국이 처벌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국내법 규정으로는 로마규정 상의 관장범죄인 집단학살,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 및 침략행위 등에 대한 적절한 처벌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가 ICC의 로마규정에 가입함에 있어서는 마땅히 이들 범죄를 국내에서도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로마규정은 관련범죄의 공소시효불인정, 보편적 관할의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우리의 국내법이 이들 원칙을 수용할 수 있도록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이러한 국내실행조치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반인도적 범죄'에 관한 특별법 제정 운동과도 연계되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 특별법 제정 운동에서 말하는 반인도적 범죄는 결국 로마규정상의 반인도적 범죄와 그 본질에서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별법 제정과정에서 ICC의 로마규정이 보다 연구되어져야 하고 이를 특별법에 옮기는 방법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작년에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하였으며 바야흐로 인권침해국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 ICC 로마규정의 가입과 이에 따른 국내실시를 위한 제반 조치를 이행함으로써 우리도 국제사회의 인권보장흐름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우리사회의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촉구한다.





2002년 7월 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