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검찰의근본적인재발방지대책발표를촉구한다-故조천훈씨사망사건에부쳐
- 200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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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게시판
며칠 전인 지난 10. 25. 21:00경 서울지검 강력부에 연행되어 밤샘조사를 받다가 다음날 정오경 의식을 잃고 17:40경 사망한 살인피의자 고 조천훈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가 발표되었다. 부검결과 고 조천훈씨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은 광범위한 좌상(타박상)에 의한 속발성 쇼크와 외상성 뇌지주막하출혈(뇌출혈)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이에 따라 대검은 이미 구속된 수사관 3인의 죄명을 '독직폭행'에서 '독직폭행치사'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번 사건은 국민들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고, 수사기관 특히 검찰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렸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사망원인과 관련한 국과수의 부검결과가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발생에 관여한 수사기관의 총책임자인 검찰총장은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번 사건의 중대성에 비추어 우리는 반드시 검찰총장이 나서서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하여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고문은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수사기관의 자백위주의 수사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가 조사 당시 폭행, 협박이 있었다는 피의자의 주장에 불구하고 사실상 법원에서 범죄를 증명하는 유력한 증거로 채택되고 있는 현실에서 검사로서는 피의자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유인이 충분히 존재한다. 그러나 아무리 자백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폭행, 협박, 고문행위는 문명국가에서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수사방법이다. 자백위주가 아닌 증거확보위주로 수사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이 번 사건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재발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번 사건과 관련한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다음과 같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담당검사를 포함한 사건관련자들은 재발방지 및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하게 처벌되어야 한다. 둘째, 밤샘수사는 그 자체로 잠을 안 재우는 고문수사에 다름 아니므로 이 번 기회에 이를 근절시키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여야 한다. 셋째, 이 번 사건을 계기로 자백위주의 수사관행을 증거위주의 수사로 전환시키기 위한 근본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주장이 나올 때마다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검찰이 수사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번 사건은 검찰의 그와 같은 주장이 단지 자신의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한 불순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검찰총장의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발표가 없다면 국민은 검찰의 수사권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