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경제자유구역법(안)은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 200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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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게시판
경제자유구역법(안)은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노동, 환경, 여성, 교육, 법조, 의료, 장애인 등 각계각층의 강력한 반대를 무시하고 11월 14일 경제자유구역법안(경제특구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미 지난 9월 이 법안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에 대하여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 둔 급박한 상황을 맞이하여 다시금 이 법안의 즉각적인 폐기와 입법시도 중단을 요구하고자 한다.
경제자유구역법안이 적용되는 대상인 외국인 투자기업은 전체 주식의 10%이상만 외국인이 소유하면 해당되며, 10%미만이라도 1년 이상의 자재 납품 내지 기술 도입, 공동연구 계약을 맺은 기업이면 모두 대상이 된다. 이미 국내 주요기업 주식의 상당지분을 외국인이 지니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국내 기업이 이 법안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법안은 노동자의 월차휴가, 유급주휴, 생리휴가를 폐지하고, 장애인 및 고령자 의무고용을 면제하며 근로자파견법의 파견 대상업무를 확대하고 기간을 제한 없이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단체행동권을 제약하고 사소한 절차 위반에도 공권력 투입을 정당화 할 수 있는 조항을 막판에 포함시켰다. 결국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모든 노동자는 파견노동자로 대체되고, 임금 중간착취와 고용불안에 떠는 비정규노동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단체행동권을 제약하고, 장애인과 고령자의 의무고용 면제로 사회적 약자 계층을 더욱 희생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법안은 외국학교법인이 경제자유구역내에 초중등 및 대학(원)의 설립을 허용하고 내국인 입학까지 허용하고 있다. 초중등교육기관이 외국학교법인에 개방되는 것은 공교육체계에 심각한 위협을 전해 줄 것이며 특히 내국인 입학허용은 외자유치와는 무관한 것으로 사립학교법의 개정 시도가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자 이 법안에 슬그머니 추가시킨 것에 불과하다. 이는 각 분야 진보적 내용을 담고 있는 법률들을 무력화시키려는 이 법안의 저의가 분명히 드러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법안(12조)은 외국인기업이 개발사업을 시행할 경우 개발사업실시계획을 작성하여 재정경제부장관의 승인을 얻는 것으로 모든 인허가를 생략해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산림법, 하천법, 폐기물관리법,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 환경교통재해등에관한영향평가법 등 주요 환경관련법안 34개가 사실상 무력화된다. 나아가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을 원활히 시행한다는 명목으로 개발이익환수에관한법률, 자연환경보전법, 생태계보전협력금, 산림전용부담금, 교통유발부담금, 공유수면 점·사용료, 환경개선부담금 등을 감면해 주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외자유치를 명목으로 자국에서 더 이상 발붙이기 어려운 공해사업들을 유치하고자 하는 것이며, 극심한 환경파괴가 예고되고 있다.
또한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영활동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국세, 지방세가 감면되고, 외국인 편의시설 설치에 자금이 지원되며, 국·공유 재산의 임대료도 감면되어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조세징수권을 공공연하게 포기하고 있다.
나아가 경제자유구역법안은 외국인이 경제자유구역에서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고 있다. 이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 규정에 의한 요양기관으로 간주되지 않음으로써 건강보험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 완전 상업의료체제가 될 것이 자명하여 의료의 공공성을 심각히 훼손시킬 것이다.
경제자유구역법안은 재경부장관이 주도하는 경제자유구역지정위원회의 결정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차별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헌법 11조의 평등권을 위배할 뿐만 아니라, 헌법 제32조의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률이다.
더구나 이러한 경제자유구역을 전국 어디에나 설치가 가능하며, 설사 일부 지역에 한정된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각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적 유치로 인하여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오랫동안의 노력과 희생으로 만든 노동, 환경, 교육, 장애인, 의료 각 분야의 주요한 법률들이 기업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사실상 무력화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미 OECD는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통해 "다국적기업들은 자신들이 활동하고 있는 국가에서 환경, 건강, 안전, 노동, 조세, 재정상 인센티브 등을 면제받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고급숙련노동력과 기술에 의존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육성만이 한국경제가 살길이라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한국정부와 국회는 노동, 환경, 여성, 조세, 교육, 보건 등 국민생활 전반에 엄청난 재앙을 부를 악법을 제정하여 경제자유지역을 유치하고자 하는 것은 참으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경제자유구역법안은 우리나라 정부가 제출한 법안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식민법률, 위헌법률이다. 정치권의 경제자유구역법안 입법기도는 국민들에 대한 중대한 선전포고이다. 양대 노총은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고 각 시민사회단체도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음에도 만일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그 이후 초래될 심각한 결과에 대하여 정부와 정치권은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각 정당과 국회에 경제자유구역법안 통과를 즉각 중단하고 이 법안의 폐기를 촉구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