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검찰 인사위원회 위원장 임명은 잘못되었다
- 2003-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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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게시판
법무부가 핵심적 검찰개혁 작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검찰인사위원회와 관련하여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1999년)을 지낸 김수장 변호사를 그 위원장으로 임명한데 대하여 각계 시민단체가 반대성명을 발표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위 김수장 위원장이 검사시절인 1986년 「권인숙씨 성고문사건」을 수사하면서 사건을 축소, 은폐하였던 의혹에 비추어 참여정부의 중요 개혁 작업을 책임지게 될 검찰인사위원장의 직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시민단체들은 김수장 위원장이 당시 수사책임자로서 ‘성적모욕행위는 없었고 폭언, 폭행만 있었다’고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등 성고문의 진실을 감추고 그 대가로 이후 검찰 인사에서 특혜를 누린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의 하수인이었던 인사라고 주장하는데 대하여, 법무부는 김위원장의 수사결과 발표는 당시 검찰상부의 지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행하여진 일로서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였으며 오히려 김위원장이 수사에 철저히 임하여 그 결과를 수사기록에 그대로 남겼던 것이 이후 진실규명에 기여하였다고 평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 민변은 법무부의 위 인식과 주장에 극히 우려할 만한 점이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김수장 위원장의 수사결과 발표내용이 상부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을 뿐 본인의 진의는 아니었다는 점은 사실과 다르다. 1986. 7. 17.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수장 위원장은 ‘권양이 티셔츠를 입고 있는 상태에서 문귀동이 가슴부위를 서너 번 쥐어박았다’, ‘주먹으로 가슴을 밀면서 톡톡 쳤다는 것이다’면서 폭행만 있었을 뿐 성고문은 없었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옷을 벗긴 행위도 가혹행위일지언정 성적모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변호인이 재정신청을 하더라도 단순 폭행에 불과하다는 수사결과가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문귀동에 대한 기소유예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강변하였었다. 패륜 범죄인 문귀동을 처벌하지 않으면서, 반대로 그 고문피해자 권인숙씨를 단순 거짓말쟁이로, 나아가 혁명을 위하여 「성」을 도구화하는 무서운 인물로 만들어 버린 것은 바로 김수장 위원장 본인의 진의였던 것이다. 법무부가 김수장 변호사를 검찰인사위원장에 임명함에 있어서 이런 점들에 대하여 제대로 조사하였는지 따지지 않을 수 없는 연유이다.
김수장 변호사의 위원장 내정사실이 보도되자마자 시민단체가 그 부당성을 지적하였음에도 그 진위를 가려보려는 아무런 적극적인 노력 없이 며칠 만에 임명을 강행하여 버린 처사도 온당치 못하다. 검찰인사위원장이 어떤 직책인가? 투명검찰,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한 검찰을 이룩하여 ‘부천서 성고문사건의 축소, 은폐’와 같은 부끄러운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방도를 찾아내야할 중책의 자리이다. ‘부천서 성고문사건’은 지금까지도 우리 국민 모두에게 수치심을 안겨주는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사건이다. 이런 중대사건에의 책임의혹이 제기되었음에도 서둘러 임명을 강행한 까닭이 무엇인가? 역사에 대하여 책임 있는 인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우리들의 고통을 생각할 때 김수장 위원장과 관련하여 제기된 의혹에 대하여는 시간을 갖고 철저히 검증하였어야 마땅하다.
법무부의 주장대로 김수장 변호사의 수사결과 발표내용이 상부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 한들 그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상부의 지시가 있다한들 그것이 불법, 부당한 것이면 저항하고 싸웠어야 마땅하거늘 이에 굴복하여 나팔수 역할을 한 것이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면책의 근거로 될 수 있단 말인가? 김수장 위원장은 변호인이 재정신청을 하더라도 문귀동 불처벌의 결론이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지만, 이후 권인숙씨와 변호인들의 피나는 노력 끝에 문귀동은 법의 심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에 대하여 김수장 위원장이 반성과 사과를 하였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우리 민변은 불법과 부당에 굴복하지 않는 검찰 건설의 임무에 걸맞는 깨끗한 인사가 검찰 인사위원장의 직책을 맡아야 한다고 보며, 김수장 위원장은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다. 나아가 금명간 이루어질 검찰의 인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도 검찰 인사위원장은 부끄러운 검찰의 역사와 관련이 없는 인물, 나아가 군부독재하에서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하여 싸워온 인물이 임명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자 한다. 법무부와 김수장 위원장의 현명한 처사를 촉구한다.
2003. 8. 1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병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