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국회는 의문사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을 즉각 개정하라

  • 200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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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국회는 의문사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을 즉각 개정하라



2000. 10. 출범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1기 위원회 활동기간 중 83건의 의문사를 조사하여 최종길 교수 사건,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의 진상을 규명하였지만, 나머지 사건은 모두 진상규명불능 또는 기각으로 결론을 내린 채 2002. 9. 16. 조사기한이 만료되었다.

이에 유가족을 비롯한 인권․사회단체 등이 의문사법 개정을 요구하면서 한나라당 앞에서 36일간 농성투쟁을 벌인 결과 2002. 12. 5. “진상규명불능” 또는 “기각”된 사건에 한하여 6개월에서 최장 1년간 더 수사를 할 수 있는 내용으로 법률이 개정되었고, 현재 2기 위원회가 구성되어 2004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활동중이다. 유족들과 의문사 관련 인권․사회단체들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에 걸림돌이 되어 온 조사기간 규정의 삭제 및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을 하였으며, 마침내 2003. 11. 22.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 등 국회의원 61명에 의해 의문사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개정안이 발의되기에 이르렀다.



개정법률안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기한 제한 규정을 폐지하고, 의문사의 정의를 기존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의문의 죽음ꡑ에서 ꡐ부당한 공권력의 직․간접적인 행사에 의해 사망했다고 의심할 만하고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죽음ꡑ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여 진상규명활동의 효율성과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구체적인 규정들을 담고 있다. 의문사 사건의 대부분은 공권력에 의하여 발생․은폐된 것이어서 그 진상을 규명하기가 대단히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사기간을 삭제하고 의문사위원회의 조사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 법률 제정당시부터 3차례의 개정과정에서 관여한 법사위가 느닷없이 소관상임위원회가 아니라는 이유로 2003. 12. 5. 국회의장에게 법안을 반려하여, 현재까지 소관 상임위조차 정해지지 않은 채 표류상태에 있다고 한다. 이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며,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기본적인 책무를 방기하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현재 조사중인 사건들은 진상규명 여부와 관계없이 2004년 상반기 중에 종결절차를 밟을 수 밖에 없는 급박한 상황인데도, 국회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부당한 공권력의 직․간접적인 행사에 의하여 피해를 입은 유가족에게 또 한번의 깊은 상처를 입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 독재권력의 치하에서 공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희생된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이자, 이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역사적 임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부당한 공권력의 직․간접적인 행사에 의한 의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법률 개정안을 방치하며 기본적인 임무마저도 져버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국회는 무엇을 위하여 존재하고, 무엇을 하는 기관이란 말인가!



공권력에 의한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도 진상이 은폐, 조작된 사건들의 진상을 밝혀내는 일은 그 자체로 한국사회의 민주발전과 국민화합을 위한 것이며, 우리 사회의 인권신장에 기여하는 일이다. 국회는 의문사진상규명 활동의 역사적인 의미를 깨닫고, 부모, 형제, 자식을 의문사로 잃은 유가족들의 절박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직시하여 하루 빨리 의문사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을 개정하여야 할 것이다.



2003.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