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부안 방사성 폐기장 유치찬반 주민투표는 적법하고 정당하다.

  • 200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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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부안 방사성 폐기장 유치찬반 주민투표는 적법하고 정당하다.

-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투표에 협력해야 -





1. 지난 15일 반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부안 방사성페기장 유치문제의 해결을 위해 시민사회, 종교계, 학계의 뜻있는 인사들이 주민투표관리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주민투표의 적법성에 대한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부안군수가 '주민투표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강현욱 전라북도지사는 '주민투표가 법치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것'이라는 극단적인 언사를 펴고 있다. 그러나 현재 부안에서 추진중인 주민투표는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행복추구권과 표현의 자유 등)으로서 보장되는 것이고, 현재 이러한 주민투표를 금지하거나 제약하는 아무런 법률이 없으므로 전적으로 합법적인 것이다.



2. 주민투표는 지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모으기 위해 실시하는 것으로, 세계 각국에서 주민의 직접참정 수단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민투표는 정부가 주도해서 실시하기도 하지만, 정부가 주민들의 의사를 수렴하려는 의지가 없는 경우에는 주민들이 스스로 주민투표를 조직해서 독자적으로 시행하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에도 수 차례 주민독자 주민투표가 실시된 바 있다.

이러한 주민투표는 정부의 법적 권한을 침해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다수 주민들의 의사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하는 것이므로 법치주의에는 전혀 반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주민투표는 정책결정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시킴으로써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다.



3. 주민독자적 주민투표는 일본에서도 '자주관리 주민투표', '사실상의 주민투표' 등의 이름으로 실시된 바 있다. 특히 1995년 일본 니이가타현 마키町에서는 원전건설에 대한 주민투표의 실시를 거부하는 지방자치단체장에 맞서 주민들 스스로 '자주관리 주민투표'를 실시한 적이 있었으며, 선거관리위원회 등의 공식기관이 주민들의 '자주관리 주민투표'에 협력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키町의 경우, 주민투표의 실시를 거부한 지방자치단체장은 결국 주민소환(지방자치단체장을 임기중에 주민투표에 의해 해임하는 제도)을 하려는 주민들의 서명이 있자, 자진사임한 바 있다. 이처럼 주민독자 주민투표는 전적으로 합법이며, 외국에서도 실시한 예를 찾을 수 있는 적법하고 정당한 주민자치 실현의 수단이다.



4. 또한 독자적 주민투표는 정부를 구속하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것이지만,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주민투표법에 의한 '국책사업에 대한 주민투표'도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다만 주민투표를 정부가 실시하느냐, 주민이 스스로 실시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주민투표법이 시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민독자적 주민투표를 시행하더라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권위를 침해할 우려가 전혀 없다. 더구나 주민투표법이 시행되더라도, 국책사업에 대한 주민투표발의권은 중앙정부만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민 독자적 주민투표가 지방자치단체장의 발의권을 침해한다'는 것은 주민투표법에 대한 무지로 인한 주장이다.



5. 부안 방사성 폐기장 문제에 대해 주민투표가 적절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정부도 인정한 바 있다. 그리고 대한변협의 진상조사를 통해서 부안주민들에 대해 공권력의 무리한 진압이 있었다는 것도 밝혀진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가 주민투표 실시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이 독자적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 부안에서 시도되고 있는 주민투표는 지역주민들의 총의를 모아, 다수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하기 위한 주민자치적 시도이다. 이는 폐쇄적이고 일방적으로 추진되어 온 국책사업에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함으로써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발전에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는 실험이 될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 주민투표의 법적 정당성에 대해 무리한 주장을 하기 보다는, 주민투표에 협력함으로써 부안문제를 평화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2004. 1. 19.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병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