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과거사청산관련 법률의 제정 및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촉구한다

  • 200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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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게시판

현재 국회에는 “의문사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 개정안” “6.25휴전이전민간인희생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에관한법률안” “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안”등 과거사청산관련법률이 계류중이다.



이중 “의문사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이하 의문사법)은 당초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에 장애가 되어온 조사기간 규정의 삭제 및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법안이 마련되어 2003. 11. 22. 국회의원 61명에 의해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국회법사위가 소관 상임위가 아니라는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어 두차례나 법안을 반려하여 소관 상임위조차 정해지지 않은 채 석달이 넘게 표류중이다. 최근 여야총무회담에서 올해 6월 활동이 종료되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기한만을 연장하는 내용으로 합의가 되었다고는 하나, 이는 당장 급한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술책일 뿐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의문사 사건의 경우 국가권력이 가해당사자이거나 사건에 관련된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미 오래전에 발생한 사건으로서 증거도 제대로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사건보다도 충분한 조사기간이 필요하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권한이 강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지금까지 의문사법 개정을 외면하여 오다가 이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기한만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졸속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6.25휴전이전민간인희생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에관한법률안(이하 ”6.25민간인희생자 진상규명법안)”은 국회의원 14인에 의해 발의되어 법사위의 심의를 거치고 정부부처, 관련단체, 전문가들의 의견수렴까지 거쳤으나 20일이 넘도록 한나라당의 반대로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고 있다.



"6.25민간인희생자진상규명법안”은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처참한 민간인 학살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여 앞으로는 이러한 인권침해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고 국민의 화합을 이루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법률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에 대하여 한국전쟁 당시 숨진 수많은 국군장병의 명예가 폄하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본회의 상정을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전쟁과 무관하게 벌어진 민간인 학살의 진상을 밝히는 일과 전쟁에 참전하여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숨진 군인들의 명예와는 무관한 일이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주장은 역사에 대한 몰이해와 인권불감증, 선거를 앞두고 지지세력을 의식한 정치적 계산 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무리 전쟁중이라고 하더라도 전쟁과 무관한 여성, 아이, 노인들이 아무런 죄 없이 집단 학살 당하는 비극이 한반도 전역에서 일어났고, 이들의 유족들이 소위 빨갱이의 가족으로 몰려 50여년이 넘는 긴 세월을 숨죽여 살아왔는데, 이러한 불행한 과거의 진상을 밝히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일을 외면한다는 것은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안(이하 친일진상규명법안)” 역시 국회 과거사 특위를 거쳐 법사위에 상정되었다가 한 차례 반려되고, 과거사 특위에서 재의결되는 과정에서 창씨개명 권유, 일제 헌병․하사관 근무, 조선사편수회 소속으로 역사 왜곡․말살에 가담한 경우 등은 친일․반민족 행위 대상에서 빠지는 쪽으로 수정된 상황인데도 아직 법사위에서 한차례도 논의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고 한다.



위 법안은 누구를 처벌하거나 피해를 보상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친일, 반민족 행위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최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친일인명사전 편찬을 위해 호주머니를 털어 11일만에 5억원을 모금한 것만 보더라도, 일제치하 친일, 반민족 행위에 대한 진상규명을 온 국민이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하는 국회의원들이 위 법안을 심의조차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온 국민이 우리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일제 식민지 하에서 벌어진 친일 반민족 행위의 실상을 규명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이 마당에, 유독 국회만이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정치적 악용의 위험성”을 들먹이며 역사 앞에 또 한번의 잘못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바로잡지 못하면서, 어떻게 일본의 ‘교과서 왜곡’과 ‘신사참배’ ‘독도망언’ 등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는 것인가. 친일진상규명법안을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은 또 한번의 친일행각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국회에 대하여 의문사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고, 온 국민의 염원인 “6.25휴전이전민간인희생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에관한법률안”과 “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안”을 지체없이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지금이라도 국회가 진심으로 잘못된 과거사를 규명하고 반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



이제 16대 국회의 임기종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역사의 진실을 규명하여 이를 뼈아프게 반성하고, 앞으로 이러한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죄없는 사람들에 대한 무자비한 학살, 친일 반민족 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 시대에 주어진 역사적인 임무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이다. 만약 국회가 이처럼 중대한 임무를 방기한다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국민들의 심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2004. 2. 2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병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