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사자율해결 원칙을 견지하고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하지 말라!
- 2004-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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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게시판
[성명서]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사자율해결 원칙을 견지하고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하지 말라!
지난 3월 첫 발을 내딛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병원 사용자들 간의 산업별 단체교섭이 끝내 타결되지 못하고 위 노동조합이 지난 5. 25.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의 조정을 신청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 모임은 산별노조의 역사와 경험이 일천한 우리 사회에서 위와 같은 산별교섭이 이루어지는 것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면서 위 교섭이 이후 추이를 주목해 왔다. 그런데 위 교섭에서 타결을 짓지 못하고 노동조합이 조정을 신청하는 사태에 오게 된 것에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위 노동조합이 위 교섭에서 요구하는 사항들, 이를테면 주5일제 근무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은 현 시점에서 위 노동조합이 절박하게 제기할 수밖에 없는 사항들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7월 처음 시행될 주 40시간제가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 및 비정규직이라는 현대판 신분제가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큰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가 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사안들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병원이 참여하는 산별교섭이 유효적절한 수단임도 자명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 사용자들은 아예 단체교섭에 참가하지 않거나(국립대병원) 형식적으로는 참가하면서도 교섭방식에 시비를 걸면서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사립대병원) 행태를 보여 왔는바, 현 상황에 대한 주된 책임은 위 병원 사용자들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 모임은 위 사용자들이 위와 같은 행태를 보이게 된 원인이 이른바 직권중재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임은 수 년 전부터 위 제도가 노사간의 자율교섭을 가로막고 사용자들의 불성실 교섭을 유도하며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형해화시키는 위헌적 요소가 농후한 제도라고 비판해왔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그에 부응하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정부도 위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여 2002년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기회 있을 때마다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하는 결정은 가급적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고 이른바 노사관계선진화 위원회도 위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직권중재제도가 파업을 사전에 막기보다는 오히려 파업을 장기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는데, 실제로 직권중재가 남발된 2002년도보다 직권중재가 행해지지 않았던 2003년도에 위 노조 산하 사업장들의 파업이 조기에 종결되었다. 결국 위 제도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많은 시대착오적 제도라고 할 것이다.
이번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파업이 산별 단위로 전국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들어 직권중재가 행해져야 한다는 견해를 표하는 자들도 있으나, 위 노조가 전국의 모든 병원을 포괄하고 있지도 않고 내부 사정에 따라 파업에 돌입하지 않는 병원도 있어 전국의 모든 병원 사업장이 동시에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노조가 중환자실, 응급실, 투석실, 신생아실 등 필수부서의 조합원은 파업에 참가시키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서 그 규모가 크고 위력적이라고 하여 함부로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주장은 부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중앙노동위원회는 조정기간 동안 노사가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조정에 적극적으로 임하되, 그 기간 동안에도 타결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노사간의 힘의 균형을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노동조합이 이미 파업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 돌입을 선언해 놓고 있는 마당에 중노위의 중재회부가 파업을 막는 수단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결국 노동조합의 파업을 불법으로 낙인찍는 율법의 궤로만 작용하여 노동자들을 정죄하고 사용자들에게 면죄부를 발급하는 수단으로 작용될 것이다. 그것이 초래할 파국은 지난 경험을 통해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이에 우리 모임은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2004년 6월 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이석태(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