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헌법재판소는 국정혼란을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한다
- 200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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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게시판
[논평]헌법재판소는 국정혼란을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한다.
1. 최종변론으로 이어진 탄핵 제7차 변론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탄핵의 실상이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 주었다. 소추위원측의 한병채 변호사가 헌법재판소의 재판진행을 "망가(만화)"로 폄하 하였는데, 이러한 비난을 받아야 할 당사자는 바로 국회와 소추위원 자신들이다.
2. 국회의 소추절차와 관련하여
숫자적으로 다수의 의석을 점하고 있다는 것만을 이용하여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치졸하고 감정적 이유로 대통령을 탄핵하였다. 탄핵사유는 성실한 조사에 의하여 결정된 것이 아니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이 신문기사나 근거없는 상상에 의하여 창작한 것이다. 그 결과 헌법재판소가 증거조사의 기회를 주었지만 정당하게 조사할 증거가 제대로 있을리 없었다. 국회는 탄핵사유에 대한 조사절차를 진행한 사실이 없을 뿐아니라 탄핵사유에 대한 당사자의 답변이나 해명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지 아니하였다. 상대방의 답변없이 일방적으로 제시된 주장을 헌법재판소에서 조사하여 밝히겠다는 발상은 국가기관의 헌법적 지위와 역살을 망각한 초헌법적인 발상이었다.
국회는 탄핵의결에 대한 적법절차를 지키지 아니하였다. 국회부터 적법절차를 지키지 아니하면서 대통령의 사소한 언어표현의 문제나 정치행위의 품격문제를 비난할 수 없는 것이다.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실종시키고, 다수의 힘에 의하여 탄핵을 강행하였다. 자신들이 국민의 의사를 독점하였다는 오만한 발상에 기초한 것이다. 그 결과 국민이 그들을 총선으로 심판하였다.
국회가 국민에게 지는 책임은 정치적 책임에 국한한다고 하지만 길지 않은 단임제 대통령의 임기를 3개월 이상 정지시켜 국가의 경영공백을 초래한 책임은 단순한 정치적 책임에 그치지 아니하고 역사적 책임으로 남는 것이다. 국회의 이번 탄핵소추는 역사의 반면교사로서 헌정사의 교훈으로 길이 남아야 한다.
3. 소추위원의 소추진행과 관련하여
소추위원은 헌법재판소법을 통하여 탄핵소추라는 헌법기관인 국회의 업무를 독점적으로 위임받은 국가기관이다. 소추위원의 이러한 업무는 자신에게 전속되는 것이며, 법률의 다른 위임규정이 없으면 타인에게 이를 위임할 수 없고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소추위원은 탄핵심리에 불출석하고 자신의 업무의 대부분을 일반 변호사에게 위임해주었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진행하는 탄핵심리이므로 국정의 중단을 하루바삐 종식시킨다는 취지로 최선을 다하여 심리에 임하여야 하는 것인데, 이러한 직무를 망각하였다.소추위원의 의뢰에 의하여 소추절차에 참여한 변호사들은 소추위원의 대리인이 아니라 업무보조자의 지위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소추위원이 이들을 지휘하며 업무보조를 받는 정도로서 소추절차에 참여하도록 하였어야 하나 오히려 소추위원들이 이들의 정치적 편향성과 공세성에 밀려 제대로 된 소추업무를 수행하지 못하였다.
4. 헌법재판소의 심리와 관련하여
이번 탄핵심리가 길어지게 된 것에는 헌법재판소의 우유부단한 태도도 크게 작용하였다. 헌법문제에 대한 최종적 판단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는 심리 초기에 탄핵사실에 대한 심리적합성 판단을 하고 그 중 심리의 대상이 되는 내용에 한하여 증거조사에 들어갔어야 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소추사실로 적시된 모든 사실을 대상으로 증거조사를 허용하였고, 증거로서의 적합성에 관한 소송지휘권을 느슨히 행사하여 소추사실을 적극적으로 입증해 줄 가능성도 없는 증거방법에 대한 증거조사를 허용하였다. 헌법재판소의 사실심리는 소추사실의 입증가능성을 전제로 진행되는 것이므로 소추사실을 입증할 가능성이 없는 증거방법에 대한 증거조사는 과감하게 배척하였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심리과정에서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소추위원의 대리인에게 독자적으로 심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소추위원의 소추권을 개인변호사에게 위임할 수 있는 아무런 법률상의 근거가 없고, 소추업무수행권은 소추위원이 타인에게 위임할 수 없는 이른바 "위임할 수 없는" 직무상의 권리임에도 헌법재판소는 이를 허용함으로써 부당하게 심리가 지연되게 되었고, 국가적 업무인 소추가 일개 정당의 정치적 공세의 장으로 전환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소추위원의 출석없이 행한 대리인의 행위는 소추절차상 당연 무효로 보아야 하고, 이들은 소추위원의 업무보조자의 지위에 불과한 것이므로 이들이 소추위원의 지휘와 감독없이 행한 모든 소추행위 역시 무효로 선언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소추위원의 소추에 대하여 변론주의가 아닌 직권주의의 입장에서 과감하게 심리하였어야 한다. 즉, 의결된 탄핵사실이 그 자체로서 탄핵사실의 적격을 갖추지 못하였을 경우 이를 각하하여야 하고, 과감하게 소추위원에 대한 석명권을 행사하여 절차적 정당성 등을 심리하거나 직권조사를 통하여 이를 확인한 후 소추사실의 전부 혹은 일부에 대한 형식판단을 하였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판단기관이 아니라 사법적 판단기관이므로 탄핵소추와 관련된 적법성의 문제는 직권으로 조사하여 이를 적용하였어야 한다.
이번 탄핵심판을 통하여 상설적 심판기구인 헌법재판소가 국가 위기시 집중심리를 하지 않은 것이 적절한지 여부에 관한 강한 의문을 안겨 주었다. 국회가 충분한 기간을 두고 준비한 증거방법을 집중심리하고, 심리가 끝나자마자 막바로 최종변론을 하도록 하였어야 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직무정지를 담보로 하여 진행되는 심리인 점에도 불구하고 집중심리를 하지 못한 채 지나치게 오랫동안 심리를 진행하였다.
5. 역사와 민족 앞에서
이번 탄핵심판은 그 의결과 심리절차 전부를 통틀어 우리의 헌법질서가 합법성을 가장한 헌정질서의 침해기도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히틀러도 의회에서 합법적인 절차를 통과시킴으로써 권력을 장악하였다. 다수의 힘이 합리적 이성과 헌법의 질서를 파괴함에 있어 합법성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처럼 효과적인 것이 없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국회의 탄핵안 의결은 다수의석을 가진 정치적 집단의 오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탄핵심판의 심리과정은 헌법과 양심에 따른 합리적인 재판이 되어야 한다. 역사와 민족 앞에 과감하고 한 점 오류도 없어야 한다. 지연된 정의는 이미 정의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변론절차가 마감된 이상 헌법과 양심에 따라 역사의 무게를 느끼며 신속한 심리를 통하여 국정의 혼란을 하루바삐 종식시켜야 할 것이다.
2004. 5. 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병모(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