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판결을 개탄한다

  • 200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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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판결을 개탄한다





대법원이 오늘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의 병역거부 사건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없고, 광범한 입법재량을 부여받은 입법자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 대체복무제도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면서 유죄를 선고하였다.



우리는 지난 2001년 여호와의 증인들의 병역거부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이후, 여호와의 증인들을 비롯한 종교적 양심과 평화주의에 기초한 병역거부자들의 문제가 인간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에 관련된 문제로서, 그들의 양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관되게 지적해 왔다.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은 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여 기본권의 본질적 침해 사태가 계속되도록 한 데 대하여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얼마나 더 많은 젊은이들이 단지 총을 들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가혹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



우리는 서로 충돌하는 헌법적 법익들이 모두 잘 실현될 수 있도록 조화롭게 해석되어야 하며, 이 사건 피고인이 집총병역의 형식과 내용이 아니라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가지고 자신의 양심상 결정에 반하는 집총병역의무의 이행을 소극적으로 거부하고 있을 뿐이므로 국가공동체의 다른 사람의 법익을 직접 침해하는 것이 아니고 병역법의 입법목적을 결정적으로 훼손한다고도 할 수 없다는 소수의견에 주목한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남아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해석상 매우 중요한 문제인 이 사안에 대하여, 기본권 존중의 헌법정신과 헌법상 법익들의 조화로운 실현이라는 관점에 따라 전향적인 결정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정부는 수 년 전부터 줄곧 유엔 인권위원회 위원국으로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형사처벌하지 말고 대체복무제도를 마련하라는 유엔 인권위 결의에 찬동하면서도, 정작 국내에서는 대체복무제도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소수자에 대한 포용이야말로 민주주의 발전의 징표이다. 유럽은 물론, 우리와 같은 분단 상태에 있는 대만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여 기본권을 보장하고 사회복지수준을 높이는 성과를 이룩하였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6명의 대법관이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시한 이상, 정부와 입법자인 국회가 더 이상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미루어서는 아니 된다. 정부와 국회는 즉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라.





2004. 7. 1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이 석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