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김선일씨 피살사건 국회 청문회에 대한 논평
- 200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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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김선일씨 피살사건 국회 청문회에 대한 논평
1. 김선일씨 피살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청문회가 지난 3일 종료되었다. 이 사건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은 정부와 미국이 김선일씨의 피랍을 알 자지라 방송 이전에 알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을 가져왔다. 우리는 국회가 이라크 현지조사와 청문회에서 정부와 미국의 사전인지에 관하여 치밀한 조사를 거쳐 의혹을 해소하기를 요청하고 줄곧 청문회를 지켜보아왔다. 이번 청문회에서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기는 하였으나, 정작 중요한 쟁점을 치밀하게 파헤치지 못하여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데 대해 우리는 개탄을 금하지 못한다.
2. 우리는 우선, AP통신 서울지국 기자가 3명씩이나 정부에 김선일씨의 피랍사실을 문의하였다는 점이 드러난 것에 주목한다. AP통신 기자의 진술에 따르면 외교통상부 정우진 외무관이 기자 2명과 통화하였다는 것이므로,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 달리, 다른 직원이나 정부부처도 AP통신 기자로부터 김선일씨 사건을 문의받았을 것이어서, 정부가 사전에 인지하였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 점을 철저히 조사하여 국민의 의문을 풀어야 하고, AP통신은 통화한 정부부처와 직원을 밝혀 진상을 밝히는 데 협조하여야 한다.
AP통신이 6. 2. 김선일씨의 국내 주소가 정확히 밝혀진 비디오 테이프를 입수하고 서울지국에 정부측에 확인하도록 하고서도 같은 시기 이집트인과 터키인의 피랍 테이프를 즉시 공개한 반면 유독 김선일씨의 테이프를 방영하지 않은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이다. AP통신은, 위 테이프가 원본인지 여부, 서울지국에 대한 지시내용, 테이프 방영 여부에 대해 다국적군 사령부 및 미군과의 협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그 내용을 자세히 밝히고, 이에 관한 국정조사특위와 감사원의 질의 및 조사에 성실히 응하여야 한다.
3. 우리는 또한, 가나무역 지사장 김천호가 알 자지라 방송 직후인 6. 21.에는 연합뉴스와 통화 및 대사관 면담시 그 전날 미군과 이 사건을 이미 협의하였다고 하였다가 돌연 6. 22.부터 미군과 협의한 바 없다고 진술을 번복한 동기가 아직도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김천호는 청문회에서, 6. 21. 연합뉴스 기사대로 말한 것은 사실이나 거짓말이었다고 변명하였다. 그러나, 김천호는 7. 6. 오마이뉴스와 만나서는 연합뉴스에 미군과 협의하였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극력 부인한 바 있다. 김천호가 미군과 관계에서 숨기는 것이 없다면, 왜 이렇듯 연합뉴스 기사가 거짓이라고 하면서까지 완강하게 미군과 협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국정조사특위는 미국의 사전 인지 여부를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한 김천호의 진술 번복의 경위와 진술의 진위를 철저히 파헤치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
4. 우리는, 청문회를 통해, 그동안 정부가 미국이 알 자지라 방송 이전에 이 사건을 알지 못했다고 한 근거는 오직 다국적군 사령부의 실종자기록과 다국적군 사령관이 한국측에 보내온 메일과 말 뿐임을 확인하였다. 정부는, 가나무역 직원 장계민이 AAFES 바드다드 공항 매장 직원 Jim에게 이 사건을 문의하여 Jim과 함께 어디론가 전자우편을 보냈다는 진술이 있는데도, 전자우편의 수신자가 누구이며 그 내용이 무엇인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정부가 미국의 사전 인지에 대해 국민적 의혹이 상당한 이 사건에 대하여 아무런 자체 조사도 없이 미군측의 말만 믿고 그대로 공표한 것은 지극히 성급하고 대미의존적인 태도이다.
5. 우리는, 국회가 김선일씨 사건의 위 중요 쟁점들을 치밀하게 파헤치지 못하여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 진상조사단이 이라크 현지에까지 가서 이 사건의 의문들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어떤 조사를 하였는지조차 알 수 없다. 진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밝히지 않고는 어떠한 잘못도 지적하기 어렵고 대책도 허공에 맴돌 뿐이다.
우리는 또한, 이번 청문회를 통하여 한 달 가량 지속된 감사원의 감사가 부실하기 그지없는 것임을 다시 확인하였다. 감사원은 AP통신 기자 중 외교통상부 등 정부기관에 문의한 기자의 신원조차 알아내지 못하고, 김천호의 진술 번복 경위도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미국의 사전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막연히 미국측의 주장을 따랐을 뿐이다. 감사원이 위 의문점을 해소하지 못한 채 감사를 종료한다면, 감사원도 다른 부처와 별 다를 바 없는 부실한 기관임을 자인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감사원은 이제라도 제기된 의문점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실시하고, 강제수사가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검찰수사를 의뢰하는 등 헌법기관으로서 주어진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
6. 김선일씨 죽음의 원인과 경위를 드러내 더 이상의 국민의 희생을 막자는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청문회에서 김선일씨의 죽음의 근본적인 원인이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이라는 점이 지적되는 마당에, 한편에서는 자이툰 부대 선발대가 이라크로 떠났다. 이제 만일 단 한 사람의 국민이라도 더 희생된다면, 정부는 어떤 명분으로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청문회에서 국방부 관계자가 이번 청문회에서 “세 달 있기 위해 자이툰 부대 숙영지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여 자이툰 부대를 장기주둔시키려는 계획을 드러낸 것에 우리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당초 국방부는 자이툰 부대 파견기간을 2004. 12.까지로 한정하고 필요할 경우 그 이전에라도 철수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국회 동의를 받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이툰 부대를 장기주둔시키려 하는 것은 국회 동의의 취지 자체를 왜곡하는 것이다. 정부관계자도 제2, 제3의 김선일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시인한 터에, 자이툰 부대의 파견기간연장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2004. 8. 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이 석 태(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