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을 개탄한다
- 200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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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게시판
[논평]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을 개탄한다
어제 헌법재판소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형사처벌하는 병역법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안보상황과 징병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있는 상황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국가안보에 손상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어 위 조항이 합헌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그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어서는 안된다는 헌법의 기본 정신을 이번 결정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 개탄한다. 더구나 군복무여건이 개선되지 않아 병역기피현상이 있으니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처벌하는 입법자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논리는, 국가가 군복무여건을 개선할 책임을 다하지 않은 불이익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돌리는 것일 뿐이다. 헌법재판소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고뇌와 갈등상황을 외면하고 방치하여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정작 형사처벌로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극단적으로 침해하는 병역법을 위헌으로 선언하지 않은 것은, 기본권 수호의 보루로서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우리는 한편, 헌법재판소가 입법자에게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를 공존시킬 방안을 검토하고 법적용시 양심을 보호할 수 있도록 입법을 보완할 것인지 숙고하도록 권고한 점에 주목한다. 이미 지난 7월 대법원 판결에서도 6명의 대법관이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한 이상, 정부와 국회가 더 이상 대체복무제도의 도입과 병역법상 처벌조항의 개정을 미루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수 년 전부터 줄곧 유엔 인권위원회 위원국으로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형사처벌하지 말고 대체복무제도를 마련하라는 유엔 인권위 결의에 찬동하면서도, 정작 국내에서는 대체복무제도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도 도입은 국제사회에 대한 정부의 의무이다. 정부와 국회는 즉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고 병역법을 개정하라.
2004. 8. 2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이석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