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 민변 여성인권위] 민법 중 가족법 개정 논의에 관하여

  • 200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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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중 가족법 개정 논의에 관한 의견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법무부가 제출한 민법중개정법률안 (의안번호 제214호)과 최영희외 19인의 국회의원이 제출한 민법중개정법률안 (의안번호 제419호)을 심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는 위 개정법률안 (그 중에서도 특히 이미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로 효력을 상실한 민법 제809조 제1항 규정을 아직 개정하지 않고 있는 것)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의견을 개진합니다.



1. 법무부 및 최영희의원 등의 '민법중개정법률안' 내용



법무부안 및 최영희 의원안은 동성동본불혼제도의 근친혼제도로의 전환, 친양자제도의 도입, 여성의 재혼금지기간 폐지, 이혼후 자녀의 양육책임과 면접교섭권 규정 보완, 친생부인의 제척기간 연장, 상속회복청구권 제척기간 규정의 보완, 부양상속분제도의 신설, 한정승인의 숙려기간 규정 보완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위 개정안들이 부족하거나 보완해야 할 점이 있기는 하나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입법에 반영하고 국내입양을 장려하는 동시에, 친족·상속법상 불합리한 규정들을 정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진행되는 논의의 흐름을 보면, 헌법재판소가 정한 입법시한을 2년이나 도과한 동성동본 불혼 규정을 일단 현행대로 존치하는 것으로 정하는 등, 헌법이 정하고 헌법재판소가 구체적으로 명한 입법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을 이행하지 않으려 하고 있어,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



2. 동성동본 금혼 규정 개정의 필요성



동성동본 금혼을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809조 제1항은 이미 지금으로부터 4년 반 전 1997. 7. 16. 헌법재판소에 의해 ① 사회적 타당성 내지 합리성을 상실하고 있고, ②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이념에 반하며, ③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유지라는 헌법규정에 배치되고, ④ 남계 혈족에만 한정하여 성별에 의한 차별을 함으로써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며, ⑤ 그 입법목적이 혼인에 관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사회질서'나 '공공복리'에 해당될 수 없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헌법재판소는 위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입법형성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가 제도의 개선방향이나 관련 제도 (혼인무효 및 취소에 관한 규정)를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는지 등에 관하여 충분히 고려하여 새로이 혼인제도를 결정할 수 있도록 불합치결정을 하고 효력을 중지시키면서, 국회에게 1년 반의 시간을 주어 1998. 12. 31. 까지 위 규정을 개정하지 않으면 1999. 1. 1. 부터는 효력을 상실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다.



따라서 위 규정은 이미 1999. 1. 1. 부터 효력을 상실하였고, 그 효력이 중지된 1998. 7. 16. 이후에는 호적 공무원도 민법 제815조 제2, 3호에 해당하는 무효혼이 아닌 한 동일남계혈종 사이의 혼인신고도 수리하여 왔다 (대법원 호적예규 제535호 「동성동본인 혈족 사이의 혼인신고에 관한 예규」제2조). 그런데 제15대 국회는 입법시한을 며칠 앞둔 1999. 12. 17.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근친혼 금지의 범위 등에 관하여는 보다 폭넓은 각계각층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개정 의무에 반하여 법 개정을 표류시켰고, 제16대 국회도 다시 상정된 상정(각 2000년 10월과 11월임)된 정부안과 의원 입법안에 대해 실질적인 심리를 하지 않은 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를 방치되었다.



결국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위 규정의 효력을 정지·상실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민법상 금지되는 근친혼의 범위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는 법의 공백 상태가 계속되었고, 따라서 현재 동성동본인 혈족 사이의 혼인신고는 위 대법원 예규에 의해 처리되고 있는 기묘한 상태가 된 것이다. 이는 헌법 질서에 위반되는 것일 뿐 아니라 법적 안정성에도 반하는 심각한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욱이 국회가 다른 민법 규정의 정비를 논의하여 민법개정안을 심의하는 이 시점에서 이미 규범적 효력을 상실한 위 규정을 개정하지 않고 그대로 존치하여 두면서, 나아가 이미 그 위헌성이 판단된 법률 규정을 다시 "동성동본 금혼제에 대하여는 논란이 심하기 때문에" 개정을 보류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무시하고 헌법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직무를 유기하면서, 법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정치적 고려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동성동본 금혼을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809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에 따라 즉각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 때 금지되는 근친혼의 범위는 현재 제출되어 있는 법무부 개정안 제809조와 같이 8촌 이내의 혈족과의 근친혼은 무효사유로, 6촌 이내의 인척과의 혼인은 취소사유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3. 기타 민법 개정 논의에서 고려할 점



가. 양자의 복리 증진과 국내 입양의 진작을 목적으로 하는 친양자 제도의 도입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그 적용범위에 관하여 법무부안은 친양자로 될 자의 연령을 7세 미만 최연희 의원안은 15세 미만으로 하여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는바, 이러한 연령 제한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없으므로, 적어도 모든 미성년자인 양자를 친양자로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친양자제도는 성(姓) 불변주의를 지나치게 경직적으로 적용하는 결과 나타나는 부작용을 수정하기 위한 면이 있으므로 친양자의 성 변경에 관한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고, 장기적으로는 이를 완화하고 성변경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 이혼 후 자녀의 양육책임과 면접교섭권에 관한 법원의 후견적 지위를 강화하여 이혼시 양육권자 지정을 가정법원의 직권 사항으로 하고 있는 것 (법무부안 제837조, 837조의 2) 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양육책임과 면접교섭권에 대한 신청 단계에 한정하여 후견적 지위를 강화하는 것 외에, 법원의 결정에 의해 정해진 양육비 지급의무를 현실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수단 (예컨대 일단 일시불로 지급하고 이를 공탁한 후 일정액을 지급하게 하는 방법 등)이 강구되어야 하고, 현실적으로 양육의무가 이행되지 않는 경우 양육문제에 관하여도 국가가 우선 양육비를 지급하고 구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입할 수 있는 근거나 절차를 마련하는 일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 친권의 주된 목적이 자의 보호교양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법무부 개정안에 ① "미성년자인 자는 부모의 친권에 복종한다"는 민법 제909조 제1항을 "부모는 미성년자인 자의 친권자가 된다"로 고치고, ② 이혼시 직권으로 친권자를 정하도록 의무화하였으며 (안 제909조 제5항), ③ 친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자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제912조를 신설한 점은 매우 바람직하다. 이에 더하여 ① 친권상실 선고에 있어 현재는 거의 그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는 검사에게 일정한 경우(학대·상해·구걸·성폭력 등) 청구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② 친권자의 거소지정권 및 징계권의 행사 (민법 제914, 915조)는 "자의 보호, 교양의 목적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이를 행사하여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명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라. 법무부안 제940조 제1항의 후견인 변경제도는 미성년자 후견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나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 친권자 궐위시에 정해지는 미성년자 후견인 제도상 미성년자 본인의 복지를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근친자·연장자 순으로 정하게 되어 있는 법정후견인 제도는 많은 경우에 있어 현실적인 양육능력이 없는 고령자인 조부모가 후견인이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독일의 경우 친권자가 지정한 후견인이 없으면 법정후견인 없이 바로 후견법원 Vormundschaftsgericht 에서 지정하는 지정후견인으로 넘어가게 되어 있음) 법정후견인 제도를 폐지하는 등 후견인 제도 전반에 관한 검토와 정비도 가족법 개정 논의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마. 법무부안 중 상속에 관하여 부양상속인분 제도에 관한 안 제1008조의 3은, ① "공동상속인간의 실질적 형평을 도모"한다는 입법목적은 현행 '기여분 제도'를 통해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고, ② 2분의 1의 상속지분이 가산되는 배우자가 제외됨으로써 형평에 반하며, ③ '가족관계에서의 건전한 가치관'이나 '효'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들어 노인문제를 개인과 가족에 맡김으로써 노인 부양의 현실적 책임을 지는 여성들의 자기실현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적절치 못한 입법방향이라고 판단된다.





2001. 12.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 정 연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