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민변의 견해
- 2002-10-14
- 1
- 일반게시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민변의 견해
1. 정보통신부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정보통신부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의 핵심내용은 제53조인데, 3개항으로 이루어진 제53조 중에서도 핵심이 되는 것은 (1)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에 대하여 9개 항목의 포괄적인 전기통신의 금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제1항과, (2) 정보통신부장관에게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한 취급 거부·정지 또는 제한 명령권을 주고 있는 제2항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개정안 제53조 제2항이므로, 아래에서는 조문의 순서와 관계없이 개정안 제53조 제2항부터 검토하겠습니다.
2. 개정안 제53조 제2항의 위헌성
- 정보통신부장관은 전기통신에 대한 내용통제권을 가져서는 안됩니다
개정안 제53조 제2항은 정보통신부장관에게 음란한 부호 등을 배포 판매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 등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정당한 사유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 또는 그 운용을 방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등에 대하여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취급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한편 정보통신부장관의 이러한 명령에 위반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전기통신사업법 제71조 제7호). 그러나 사법부도 아닌 행정기관에 불과한 정보통신부장관이 이러한 권한을 가지는 것은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검열권을 갖는 것으로 위헌입니다.
(1) 온라인매체는 가장 참여적인 시장이고, 표현촉진적인 매체입니다. 따라서 온라인매체에 대한 규제는 기존의 다른 매체에 대한 규제에 비하여 가장 완화된 것이어야 합니다.
오늘날 전기통신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피시(PC)통신과 인터넷 등의 온라인매체입니다. 특히 인터넷은 국민의 가장 중요한 의사표현의 수단이 되었고, 가장 거대하고 중요한 여론형성의 장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3000만명 이상의 국민이 인터넷의 무수히 많은 웹사이트들과 게시판, 채팅룸, 커뮤니티, 뉴스그룹, 메일링 리스트 등을 통하여 정보를 얻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거나, 다른 사람의 의견를 듣고,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이 사건 결정에서 인정하고 있다시피 인터넷은 공중파방송과 달리 참가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가장 활발하고 신속하며, 개방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장 참여적인 시장"이고, "표현촉진적인 매체"입니다. 즉, 가장 효율적인 여론형성의 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매체이며, 자유경쟁에 의한 사상의 자유시장이 잘 작동할 수 있는 매체인 것입니다. 그런 반면에 인터넷의 참가자들은 기존의 방송이나 출판에서의 사업자나 발행인과는 달리 법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인터넷의 경우 규제가 가해지면 그로 인해 표현의 위축효과는 매우 큰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인터넷에서는 되도록 적은 규제로 참가자들의 참여가 위축되지 않게 하면서, 표현을 촉진하여 사상의 자유시장이 잘 작동하도록 하는 기존의 출판이라 방송매체와 달리 한층 덜 규제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입니다.
인터넷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세계 각국은 온라인매체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캐나다, 영국, 유럽 각국의 경우 인터넷에 대하여 기존의 다른 매체와는 달리 내용규제를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그 범위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이 사건 결정에서 다음과 같이 인터넷에서는 참여와 표현촉진으로 표현의 자유를 북돋워야지, 질서위주로 규제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인터넷은 공중파방송과 달리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이다. 공중파방송은 전파자원의 희소성, 방송의 침투성, 정보수용자측의 통제능력의 결여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 공적 책임과 공익성이 강조되어, 인쇄매체에서는 볼 수 없는 강한 규제조치가 정당화되기도 하지만, 인터넷은 위와 같은 방송의 특성이 없으며, 오히려 진입장벽이 낮고, 표현의 쌍방향성이 보장되며, 그 이용에 적극적이고 계획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표현매체에 관한 기술의 발달은 표현의 자유의 장을 넓히고 질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으므로 계속 변화하는 이 분야에서 규제의 수단 또한 헌법의 틀 내에서 다채롭고 새롭게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이 사건 결정문 중에서)
(2) 그런데 개정안 제53조 제2항의 전기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는 실질적으로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검열로서 기능하게 됩니다.
우리 헌법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금지하고 있습니다.(헌법 제21조 제2항).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i)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ii)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iii)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및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이를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로 보고(헌법재판소 1996. 10. 31. 선고, 94헌가6 등) 이러한 검열은 법률로써도 불가능한 것으로서 절대적으로 금지된다고 보고 있습니다(헌법재판소 1996. 10. 4. 선고, 93헌가13, 헌법재판소 1997. 3. 27. 선고, 97헌가1, 헌법재판소 1998. 2. 27. 선고, 96헌바2 등).
그런데 개정안 제53조 제2항의 전기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는 실질적으로 헌법재판소가 말하는 '헌법이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검열'로서 기능하게 됩니다.
즉, 개정안 제53조 제2항의 전기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는,
(i) 정보통신부장관이 전기통신의 취급거부·정지·제한을 명령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행정권력에 의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규제가 이루어지게 되며,
(ii) 정보통신부장관이 전기통신의 취급거부·정지·제한을 명령하였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게 되어 있어서 궁극적으로 형사처벌의 담보아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가 행해지게 되며,
(iii) 형식적으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후제한이지만, 이용자-전기통신사업자 및 전기통신사업자-정보통신부장관의 역학관계에 비추어 볼 때 전기통신사업자는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등 명령이 없더라도 미리 사용약관 등에 의하여 이용자의 통신내용을 규제하고 이에 따라 이용자는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상시적인, 자체 검열체계로 기능하게 됩니다. 형식적으로는 사후제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사전제출의무가 부과되는 사전심사절차로 기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개정안 제53조 제2항의 전기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는 검열의 징표에 해당하는 3가지 요소에 모두 해당하기 때문에 '헌법이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검열'로써 위헌적인 제도입니다.
이는 이번 헌법재판소의 이 사건 결정에서도 상세히 서술되어 있는 헌법재판소의 견해이기도 합니다. 즉,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문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 정보통신부장관의 전기통신에 대한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보고 있습니다.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는 전통적인 통신수단인 유선전화 내지 무선전화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뿐만 아니라, 이른바 피씨(PC)통신이나 인터넷 등 '온라인매체'를 통해서 유통되는 정보를 규제하는 주요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불온통신 규제제도는 다음과 같은 구조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 정보통신부장관이라는 행정권력에 의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규제가 이루어진다.
둘째, 그 규제의 법적 구조가 정보통신부장관-전기통신사업자-전기통신이용자의 삼각구도로 짜여져 있어, 명령 및 처벌의 대상자는 전기통신사업자이지만, 그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는 자는 이용자가 된다. 명령 및 처벌의 객체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당하는 객체가 분리될 뿐 궁극적으로는 형사처벌의 담보하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가 행하여진다. 한편 전기통신이용자는 규제조치의 상대방이 아닌 제3자로서 행정절차에의 참여, 행정소송의 제기 등 권리구제의 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셋째, 형식적으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후제한이지만, 이용자-전기통신사업자 및 전기통신사업자-정보통신부장관의 역학관계에 비추어 볼 때 전기통신사업자는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등 명령이 없더라도 미리 사용약관 등에 의하여 이용자의 통신내용을 규제하고 이에 따라 이용자는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실질적으로는 상시적인, 자체 검열체계로 기능하기 쉽다."(헌법재판소 이 사건 결정문 중에서)
헌법재판소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과 제2항을 위헌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정보통신부장관에게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이나 제2항에 해당하는 전기통신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은 당연히 위헌이라고 보고 구체적으로 그 제도의 위헌여부에 대해서는 검토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전기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의 구조를 분석하면서 이것이 실질적으로 헌법재판소가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위헌적인 제도로 보고 있는 검열체계로 기능하게 된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이 제도가 만약 다시 도입된다면 위헌임을 면치 못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3) 사법부가 아닌 행정기관은 전기통신의 내용에 대하여 규제권을 행사할 필요도 없으며,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온라인매체를 비롯한 전기통신에서의 위법한 표현의 해악은 1차적으로 전기통신사업자를 비롯한 민간의 자율적인 기관에 의하여 자율적으로 시정되고 있습니다. 한편 그 중에서 특히 그 표현의 해악성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경우에는 형법을 비롯한 개별법률에서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이 적법절차에 따라서 표현의 내용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표현촉진적인 매체이며, 가장 참여적인 시장인 온라인매체에서는 이러한 시장의 자율적인 경쟁메커니즘에 의한 자율규제와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내용규제로도 규제는 충분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행정기관에 의한 전기통신의 내용에 대한 규제가 따로 필요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앞서 보았듯이 행정기관에 의한 전기통신에 대한 내용규제가 이루어질 경우, 그것이 가져올 온라인매체에서의 표현의 위축효과는 엄청날 것입니다.
사법부가 아닌 행정기관인 정보통신부장관이 전기통신의 내용의 모든 위법성을 판단하여 내용을 규제하겠다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거니와, 정보통신부장관은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위법성을 판단할 능력도 없습니다. 정보통신부장관이 광대한 표현과 사상의 시장에서 유통되는 모든 내용에 대하여 그 모든 위법성을 판단하겠다는 것은 스스로 사법부를 대체하겠다는 발상입니다.
(4) 행정기관인 정보통신부장관이 가장 표현촉진적인 매체인 온라인매체에 대하여 실질적인 검열에 해당하는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보다 엄격한 규제가 허용되는 기존의 출판업자에 대해서도 아주 제한적으로 사후규제만을 허용하고 있는 현행법제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헌임이 분명합니다.
현재 출판물에 대한 규제시스템을 보면, 파급력이 큰 정기간행물을 발행하고자 하는 자에 대해서만 문화관광부장관에게 등록하게 하고, 정기간행물을 등록한 자가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한 사실이 있는 때나, 정기간행물의 내용이 등록된 발행목적이나 발행내용을 현저하게 반복하여 위반한 때나, 음란한 내용의 정기간행물을 발행하여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현저하게 침해한 때에만 6월 이하(격월간 이하 정기간행물의 경우는 6회 이하)의 기간을 정하여 당해 정기간행물의 발행정지를 명하거나 법원에 정기간행물의 등록취소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정기간행물등록등에관한법률 제12조 제2항). 그 어디에도 본 개정안처럼 광범위한 규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지 않으며, 정기간행물의 등록취소는 행정기관이 아닌 법원만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등록취소나 발행정지의 사유도 "음란한 내용의 정기간행물을 발행하여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현저히 침해한 경우"만으로 국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기간행물 이외의 간행물에 대해서는 어떠한 행정기관의 규제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법원에 의하여 정기간행물이 등록취소된 자가 아니라면 발행정지 중에도 다른 정기간행물이나 부정기간행물을 얼마든지 발행할 수 있습니다(정기간행물등록등에관한법률 제9조 제6호).
보다 규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출판물의 경우가 이럴진대, 가장 표현촉진적이고 참여적인 온라인매체와 전기통신에 대하여 행정기관이 보다 엄격한 내용규제를 하겠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출판물의 경우에는 철저하게 사후규제인데 반하여, 전기통신에서의 정보통신부장관의 내용규제는 실질적인 사전검열입니다. 즉, 정보통신부장관의 전기통신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는 정보통신부장관과 전기통신사업자와의 관계상 전기통신사업자가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등의 명령이 없더라도 미리(사후적으로가 아니라) 사용약관 등에 의하여 이용자의 통신내용을 규제하고 이에 따라 이용자는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실질적으로는 상시적인, 자체 검열체계로 기능하게 된다는 점에서 사전검열이 된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5) 전세계적으로도 온라인매체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의 내용규제가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전세계적으로도 온라인매체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의 내용규제가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공중파방송과 달리 온라인매체에 대해서는 행정기관의 내용규제가 허용되지 않고 있으며, 캐나다의 경우도 일체의 행정기관의 내용규제가 허용되지 않으며 기타 다른 대다수의 민주주의 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의 경우는 오래 전에 행정부가 전기통신에 대하여 내용규제를 할 수 있도록 한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판결이 내려진바 있기도 합니다.
3. 개정안 제53조 제1항의 위헌성
(1) 표현의 내용에 대한 규제는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되며, 표현의 내용에 대한 규제는 필요최소한으로 제한되어야 합니다.
현대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국민주권주의의 이념의 실현에 불가결한 존재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규제는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적 효과를 수반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의견, 견해, 사상의 표출을 가능케 하여 이러한 표현들이 상호 검증을 거치도록 한다는 표현의 자유의 본래의 기능을 상실케 하기 때문에 표현의 내용에 대한 규제는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됩니다(명확성의 원칙). 또한 표현의 내용에 대한 규제는 필요최소한으로 제한되어야 하며(최소침해의 원칙), 위험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때에만 억제가 가능합니다(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성의 원칙). 즉, 자유로운 언론으로 말미암아 중대한 해악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고, 언론과 해악의 발생 사이에 밀접한 인과관계가 존재하며, 또 해악의 발생이 목전에 절박한 경우에 다른 수단으로는 이를 방지할 수 없을 때 언론을 제한하는 것이 가능한 것입니다(헌법재판소 1998. 4. 30. 95헌가16 등).
헌법재판소도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한 위헌심판에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은 언론·출판의 자유나 학문·예술 또는 양심의 자유를 위축시키거나 이와 같은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 소정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고 하여,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이 적용됨을 밝힌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 등).
원칙적으로 표현의 해악을 시정하는 1차적 기능은 시민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사상의 경쟁 메커니즘에 맡겨져 있습니다. 다만 대립되는 다양한 의견과 사상의 경쟁 메커니즘에 의하더라도 그 표현의 해악이 처음부터 해소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거나 또는 다른 사상이나 표현을 기다려 해소되기에는 너무나 심대한 해악을 지닌 표현만이 제한될 수 있는 것입니다(헌법재판소 1998. 4. 30. 95헌가16 등).
표현이라는 것은 여론의 형성, 즉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하여 다수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그 목표가 있습니다. 그래서 표현의 해악을 시정하는 1차적 기능은 국가가 아닌 시민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사상의 경쟁 매커니즘에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표현이 비록 현행 법질서에 반하는 해악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 해악이 처음부터 해소될 수 없는 것이거나 너무나 심대한 해악을 지닌 경우로서 현존하는 위험이 되지 않는다면, 국가의 규제가 개입할 것이 아니라 사상의 경쟁 매커니즘에 의하여 해악이 시정될 것을 기다려야 하는 것입니다.
(2) 개정안 제53조 제1항에 열거된 것들은 표현의 자유의 제한원칙인 명확성의 원칙, 최소침해의 원칙,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성의 원칙에 반합니다.
우선 제1호는 '음란한 전기통신'에 대해 정보통신부장관이 그 취급의 거부 정지 또는 제한을 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음란'의 개념은 사법부 조차도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대표적인 불확정 개념입니다. 어떤 표현물이 '음란'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표현물을 사안별로 판단해야 하는 외에 당시의 시대상황과 보통 사람들의 성관념을 함께 고려해야만 하는 전문적인 판단영역입니다. 하지만 행정기관이란 효율성과 합목적성을 기준으로 행동하는 집행기관이므로, 위와 같은 어려운 개념에 관해 판단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김인규교사 홈페이지를 음란물이라고 판정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지적은 큰 참고가 될 것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외설'인 것이 다른 이들에게는 단지 '사실주의'일 뿐이며 한 독자의 눈에는 음란한 것이 다른 이에게는 단지 '현란한'것일 뿐이고, 한 부모에게는 '쌍스러운' 것이 다른 부모에게는 '교훈적'인 것"입니다.
제2호의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에 대한 금지규정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61의 규정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기는 하나 위 규정이 정보통신망법에 삽입될 당시에도 그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바 있는데다, 과연 행정기관이 '가해의 의사 또는 목적'을 의미하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정보통신망법 제44조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인하여 법률상 이익을 침해된 자는 해당 정보를 취급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당해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고,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지체없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제2호의 규정은 불필요한 것입니다(제3호 이른바 '사이버스토킹'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인터넷자율규제포럼이 지적한 바 있듯이 행정부가 사인간의 분쟁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면 자칫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권이 사적 분쟁의 수단으로 이용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함께 지적합니다. 보통은 사인간의 분쟁인 제2호(명예훼손), 제3호(사이버스토킹)와 같은 규정이 이 경우에 해당될 것입니다.
제9호의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의 금지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전기통신을 일체 금함으로써, 구체적인 실행행위에 착수하지도 않은 행위를 그 목적을 문제삼아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행 형법의 체계와 근본적으로 모순되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방식의 표현에 대한 규제가 얼마나 심각하게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학문사상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개정안 제53조 제1항은 제1호, 제2호 및 제5호를 제외하고 일대일 통신과 일대다 통신을 구분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상의 표현행위에 행정기관의 개입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그 허용범위는 일대다 통신으로 제한되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개정안 제53조 제1항은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권이 일대일 통신에도 적용되는 것 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은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어 문제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1호부터 제9호까지의 모든 내용들 중 설사 현행 법체계와 모순되지 않는 것들도 형법이나 개별 법에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따로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규정할 필요가 없는 것들입니다.
게다가 개정안에 따르면 이러한 모든 행위들에 대하여 정보통신부장관이 전반적인 내용규제권을 갖게 되는바, 이는 결국 정보통신부장관이 전기통신 전반에 대하여 총괄적인 판단권을 갖겠다는 것으로, 이대로라면 온라인매체를 포함한 전기통신 전반의 표현의 자유는 정보통신부장관의 손 아래 놓여지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개정안대로라면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에 위반하는 전기통신사업자에게 2년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과해지는바, 이는 예컨대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도록 되어 있는 음란물반포죄의 경우만 보더라도 주범보다 공범을 가중처벌하는 것이어서 현행법 체계와 모순되는 것입니다.
4. 결 론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개정안의 핵심은 정보통신부장관이 온라인매체를 포함한 전기통신 전반에 걸쳐서 표현의 자유를 통제할 권한을 갖겠다는 것인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표현의 자유는 말 그대로 형해화 될 것입니다. 개정안은 헌법재판소가 정보통신부장관이 전기통신에 대하여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을 하는 것이 실질적인 검열에 해당한다고 보고, 가장 참여적인 시장이며, 표현촉진적인 매체인 인터넷을 포함한 전기통신의 표현상의 해악의 시정은 시장의 자유경쟁 매커니즘에 맡기고 규제의 과잉보다는 규제의 결핍을 택하여야 한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의 취지를 완전히 무시한 명백히 위헌적인 개정안인 것입니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위와 같은 위헌적인 개정안을 폐기하고,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효력이 상실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를 되살리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응하지 말 것을 청원합니다.
5. 보 론
국회 법제연구실은 2002. 8. 전기통신사업법 위헌결정에 대한 검토의견을 발표하였습니다(법제현안 제2002-7호, 통권 제125호). 이 검토의견은 2가지 입법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정보통신부의 개정안과 같이 기존의 '불온통신'을 '불법통신'으로 변경하는 안이며 둘째는 예방적 차원에서 법률이 사전에 불법통신을 사전적으로 규제하기 보다는 사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근거로 '불온통신' 규정을 아예 삭제하는 안입니다. 우리 모임은 첫째 안은 또 다시 위헌논쟁에 휘말릴 수 있는 안이므로, 국회는 당연히 두 번째 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믿습니다(다만, 위 두 번째 안도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대한 개편이나 폐지논의가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점을 덧붙입니다).
나아가 한 가지 대안을 더 제시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 법제현안에도 지적되어 있듯이, 아동포르노, 국가기밀 누설,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같은 불법성이 뚜렷하고 사회적 유해성이 명백한 표현물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는 합니다. 위와 같은 사회적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일정한 장치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장치는 표현물에 대한 규제이므로 헌법적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사회적 여건을 고려하여 표현물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를 어쩔 수 없이 채택해야 한다면, 그 규제는 반드시 법원의 관여에 의한 절차여야 할 것입니다. 법원의 관여에 의한 표현물의 사전제한은 반드시 '영장'에 의한 것일 필요는 없고, 행정부가 인터넷상의 표현물에 대한 사전제한을 시행하기 전에 법원의 '허가'를 얻도록 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입니다. 법원의 업무에는 소송이나 영장에 관한 업무 외에도 정리회사관리나 상법상의 각종 신청에 대한 허가업무와 같이 행정적인 업무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법원이 표현물에 대한 사전조치의 '허가'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법원의 성질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오히려 '영장'이라는 무거운 수단을 동원하는 방안보다는 훨씬 현실적이며 실현가능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