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자회견문]장세동고발 기자회견문
- 2002-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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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게시판
간첩조작사건 책임자를 처벌하고,
반인도적 국가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배제하라
지난해 연말 검찰은 1987년 수지김(김옥분씨) 피살 및 간첩조작사건의 전모를 밝혀냈다. 당시 안기부장이었던 장세동의 지시에 의해 '살인범' 윤태식은 '반공영웅'으로 둔갑했고, 숨진 김 씨는 '간첩'이라는 낙인을 받은 채 사회적 매장까지 당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15년 간 '간첩의 가족'이라는 천형 아닌 천형을 겪으며 살아온 유족들의 고통은 필설로 다할 수 없으며, 희대의 조작극에 놀아 난 국민들 역시 분노와 허탈감에 치를 떨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나마 고인과 가족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고, 살인용의자 윤태식을 법의 심판대 위에 세운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문제가 남아 있다. 안기부라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에 의해 조직적으로 조작·은폐된, 이 파렴치한 '국가범죄행위'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건을 공모하고 실행했던 장세동과 그 부하들은 공소시효라고 하는 '현행법의 한계'를 만끽하며 세상을 조롱하고 있다. '어디 잡아볼 테면 잡아 보라'는 식의 뻔뻔함을 넘어서, 이제는 모든 책임을 말단 직원이었던 김종호(윤태식 담당자, 수배 중)에게 다 뒤집어씌우는 작태마저 보인다. 아마도 김종호가 공소시효의 기간을 버텨주거나, 아니면 어디선가 객사라도 해 줄 것을 바라는 심정일 테다. 이 기막힌 현상을 지켜보면서, 유족과 국민들은 다시 한번 치미는 분노를 금할 길 없다.
우리는 이미 이근안에 의한 고문피해자나 삼청교육대 피해자들, 그리고 청송교도소에서 사망한 박영두 씨를 비롯한 숱한 반인도적 국가범죄의 피해자들이 '공소시효'의 벽에 부딪혀 민형사상의 피해구제를 받지 못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수지김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똑같은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전도된 법 현실에 쐐기를 박는 조치가 뒤따라야 함을 강력히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반인도적 국가범죄행위의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입법 및 국제인권규약 가입이 시급하다. 우리는 반인륜적 범죄행위는 물론, 국가기관에 의해 조직적으로 사건이 은폐·조작됨으로써 정상적인 공소제기조차 불가능했던 사건에 대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일반법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지금껏 가입을 유보해오고 있는 '전쟁범죄 및 인도에 반하는 죄에 대한 공소시효 부적용에 관한 협약'에 즉각 가입할 것을 촉구한다. 반인도적 국가범죄 행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것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확립된 원칙 가운데 하나이며, 이를 외면하는 것은 우리 정부 스스로 인권후진국의 오명을 자처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는 수지김 사건의 총책임자였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을 검찰에 고발한다. 파렴치한 국가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어떠한 면죄부도 허용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이름으로 저질렀던' 범죄행위에 대해 국민 앞에 취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임을 주장하며, 정부가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우리의 요구>
-수짐김 사건 책임자 장세동을 처벌하고,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유족앞에 공개사과하라.
-정부는 반인도적 범죄의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국제협약에 즉각 가입하라.
-국회는 반인도적 국가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입법작업에 즉각 착수하라.
민주노동당 인권위원회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 인권실천시민연대 / 인권운동사랑방 /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 천주교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