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문]인권유린,국정원권한확대 '테러방지법안'폐기촉구600인선언

  • 2002-03-12
  • 1
  • 일반게시판

인권유린·국정원 권한 확대 '테러방지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600인 선언문



테러를 방지한다는 속임수로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려는 법, 테러 대책을 빌미로 무한 권력의 부활을 꿈꾸는 불순한 기도가 담긴 법, 테러방지법안은 당장 폐기돼야 한다. 사회 각계를 대표하는 우리 600인은 테러방지의 효과를 의심스러우나 인권침해와 국정원의 권력남용이 명백히 예견되는 테러방지법안 폐기를 촉구한다.




왜 우리가 미국의 '대테러전쟁'이라는 도발적인 전쟁 구호를 앵무새 마냥 요란하게 외쳐대야 하는지, 현행법으로 예방하지 못하고 처벌하지 못할 테러범죄행위에 무엇이 있는지, 현 국가기관의 대테러대책에 무슨 중대한 허점이 있기에 새로운 입법과 새로운 기구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하여, 정부와 국회는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테러방지'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인권침해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한 국가정보기관에 권력을 집중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자의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테러방지법안을 제정하려는 불순한 기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




테러방지법안에 의하면 국가정보원은 그 산하에 광범위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테러센터'를 구성하도록 되어 있을 뿐 아니라, 관계기관에 분야별 테러사건대책본부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국정원의 산하조직이 국가기관 전 영역을 지배,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더욱이 테러방지법안은 '정치적, 종교적, 이념적 또는 민족적 목적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그 목적이나 주의, 주장을 알리기 위하여 행하는 거의 모든 유형의 행위'를 테러로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의적인 법해석과 집행이 가능한 법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어, 국민의 감시로부터 은폐된 비밀 국가정보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심각하게 위협·침해할 수 있다는 점은 너무나 명백한 것이다.




국가의 비밀정보기관 기능을 순수한 정보기관, 국내정치개입에 남용될 여지가 없는 국외정보수집분석기관으로 국한시키자는 것이 민주화투쟁과정에서 이끌어낸 국민의 일치된 합의였고 그래서 현 정부는 과거의 국가안전기획부를 국가정보원으로 개명까지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러방지법안은 국가정보원을 중심으로 국가권력을 집중하여 비대한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 내려 하고 있는 것이다. '권력의 무한집중'은 '인권의 무한침해'를 낳을 뿐이다. 이는 최근 국가정보기관의 수지김 사건 조작이 생생한 교훈으로 보여주고 있는 바이다.




많은 사회단체들 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와 대한변호사협회 등도 테러범죄에 대한 예방과 처벌은 현행법으로 충분하다는 점을 누누이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많은 국가기관들이 테러행위에 관한 정보의 수집, 분석 배포에서부터 테러행위의 예방과 진압, 수사와 처벌을 위하여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받아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2002년 월드컵대회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과 안전대책위원회도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정보원으로 권력을 집중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는 테러방지법의 제정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군사독재의 유산으로 그동안 정보와 권력의 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극복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또다시 국가정보원으로 권력을 집중시키려는 시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진정한 테러방지책은 국민의 인권과 자유라는 기초 위에 국민의 광범한 지지와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민주적이고 건강한 정부와 사회를 만드는 것임을 새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비밀 정보기관에게 권력을 무한 집중시키고,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심각하게 유린할 수 있도록 졸속 입법된 테러방지법을 즉각 폐지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테러방지법의 제정기도는 우리의 민주화투쟁의 모든 희생과 성과를 짓밟는 폭거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2002년 3월 11일





테러방지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600인 선언






한승헌 (민변, 변호사) 조준희 (민변, 변호사) 고영구 (민변, 변호사)

유현석 (민변 고문, 변호사) 이기영 (민변, 변호사)

송두환 (민변 회장, 변호사) 이석태 (민변 부회장, 변호사)

윤기원 (민변 사무총장, 변호사) 강기탁 (민변, 변호사)

강명득 (민변, 변호사) 김기덕 (민변, 변호사) 김선수 (민변, 변호사)

김성진 (민변, 변호사) 김응조 (민변, 변호사) 김주현 (민변, 변호사)

김 진 (민변, 변호사) 김진국 (민변, 변호사) 김호철 (민변, 변호사)

김희제 (민변, 변호사) 남상철 (민변, 변호사) 문광명 (민변, 변호사)

문병호 (민변, 변호사) 박갑주 (민변, 변호사) 박영립 (민변, 변호사)

박 훈 (민변, 변호사) 박현석 (민변, 변호사) 백승헌 (민변, 변호사)

심재환 (민변, 변호사) 안영도 (민변, 변호사) 우종태 (민변, 변호사)

윤인섭 (민변, 변호사) 이덕우 (민변, 변호사) 이상훈 (민변, 변호사)

이상희 (민변, 변호사) 장경욱 (민변, 변호사) 장완익 (민변, 변호사)

전형배 (민변, 변호사) 정연순 (민변, 변호사) 조병룡 (민변, 변호사)

조영보 (민변, 변호사) 조용환 (민변, 변호사) 표재진 (민변, 변호사)





총 42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