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문]공무원·교수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시민·사회·노동 단체 촉구선언문
- 200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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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게시판
공무원·교수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시민·사회·노동 단체 촉구선언문
2002년 3월 24일 공무원노조가 그 역사적인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주지하듯이 공무원들은 1961년 군사쿠데타정권에 의해 기본권이 박탈당한 이후 가혹한 통제와 착취 속에서 오랫동안 억압받았다. 때로 독재정권의 하수인으로 동원되었고 부정부패의 주범으로 비난받기도 하였으나 그들은 변함 없는 노동자들이었다.
개발독재 시절에 공무원들은 저임금에 허덕였으며 민주화가 확대된 이후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또 이들은 일방적인 명령과 강압 속에서 노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최근 IMF사태 이후에는 터무니없이 임금을 삭감 당하고 많은 하위직 공무원들은 이유도 모른 채 구조조정 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공무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서 소외되어 있었던 마지막 사회집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87년 6월 민주화항쟁과 노동자대투쟁 이래 무려 15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였던 것도 이들이 분단된 한국사회의 주요한 희생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무원노조 결성을 눈앞에 둔 현재까지 정부는 공무원노조가 불법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11월 출범한 교수노조는 이미 정부로부터 불법단체로 지목되어 탄압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공무원이거나 공무원신분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교수들의 단결권을 부정하는 정부가 공무원노조를 용인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민주화정부, 국민의 정부임을 자처하는 현 정부가 법물신주의를 앞세워 공무원노조와 교수노조를 불법으로 몰아간다면 군사독재정권과 도대체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김대중 정부의 모태인 평화민주당은 1989년 공무원노조 합법화법안을 국회에서 주도적으로 통과시킨 바가 있었다. 또 현 정권은 1998년 공무원노조와 교수노조의 조속한 합법화를 약속하였고, 그 약속의 연장선상에서 노사정위원회에서는 합법화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도 하였다. 눈을 돌려보더라도 현 정부가 지향하는 선진사회와 OECD국가 중에서 공무원과 교수의 자주적 단결을 불법으로 몰아치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선진국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국가에서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 왜 이 땅에서는 불법이 되어야 하는가. 두 노조에 대한 불법시비나 탄압은 누가 보더라도 어불성설일 뿐이다.
우리는 100만 공무원과 6만 교수들이 스스로 떨쳐 일어나 민주적인 방식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에 주목한다. 이는 우리사회의 민주화과정에서 또 하나의 쾌거이다. 그리고 나아가 그것은 분단체제의 상흔을 사회적으로 극복하는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공무원들의 자주적 단결은 정치적·형식적 민주화가 실질적 사회민주화로 나아가기 위한 제도적 전제조건이다. 올해 예정된 선거에서 선거부정을 감시하는 캠페인에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도 이런 변화의 작은 단면일 것이다. 향후 공무원노조는 부정부패로 찌든 한국사회를 내부로부터 개혁해내고 국가기구와 행정의 민주화를 이루어낼 개혁의 전진 기지가 될 것이라고 본다. 또 교수들의 자주적 단결은 사학비리와 관료적 통제에 무너져가고 있는 대학사회에 새로운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다.
이제 우리 시민·사회·노동단체 일동은 공무원노조와 교수노조의 결성을 전적으로 지지, 지원할 것임을 엄숙히 선언하고자 한다. 그리고 현정부는 조속히 공무원노조와 교수노조를 합법화시켜 정부가 수행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기를 간곡히 촉구하는 바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현 정부나 여타의 정치·사회세력들이 공무원과 교수의 기본권을 억압하려고 나서는 경우에는 모든 역량을 다해 함께 투쟁해 나아갈 것임을 분명히 밝혀 둔다.
2002. 3. 20.
공무원·교수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노동단체 일동
법조계 선언자;
강기탁, 김기덕, 김선수, 김성, 김주현, 김진, 김진국, 박현석, 박훈,
송두환, 이경우, 임종인, 전형배, 정재성
이상, 14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