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못미친 대법관 임명제청

  • 2003-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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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다음 달 17일 임기가 만료되는 송진훈 대법관 후임으로 대법원장이 고현철(사시 10회) 서울지방법원장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고 발표하였다.



  위 임명제청과 관련하여 민변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첫째, 위 임명제청은 기존의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였다는 한계가 있다. 우리 사회는 시스템의 전반적 개혁을 요구받고 있고 이는 사법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대법관 후보를 선출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여 법원 내부에서만이 아니라 재야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범위에서 검증절차를 거쳐 선발하여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위 임명제청은 법원 내부에서 시험기수와 법원장 경력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관행적 인사를 벗어나지 못했다.

  둘째, 위 임명제청은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대법관이 나올 필요가 있다는 중견법관들의 기대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최근 사용자측의 임금 가압류신청을 받아들인 법원의 안이한 판결로 근로자가 자살에까지 이른 극단적 사태를 막으려면 이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진보적인 대법관의 임용이 절실함을 다시금 강조한다.

  셋째, 법관 중에서 대법관을 선출하는 경우에도 상당한 기간 재판업무로부터 벗어나 행정업무에 전념한 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 근무자 중에서 선출하는 것보다는 재판업무에 계속 종사한자로부터 선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인데, 위 임명제청은 이러한 점에서도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사법부의 보수화되는 판결태도에 대한 비난여론도 높아지는 바, 대법원의 보수화는 수년간 재판으로부터 벗어나 행정업무에 전념한 후에 임명된 대법관이 법리에 충실하기보다는 정책적, 관리자적인 관점에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하나의 원인이 된다고 할 수도 있다. 법원 내부에서도 일정한 직급 이상의 경우에는 재판하는 판사와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판사가 구별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고현철 지명자는 법원행정처 인사관리실장, 서울행정법원장, 서울지방법원장 등 법원행정업무에 관여해왔다는 점에서 대법관으로서는 부적절한 측면도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제 사법부도 변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여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법부는 관료적 사법부의 틀에 안주하지 말고 국민의 기대에 보다 부합하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차제에 법관인사위원회에 외부인사를 참여시키고 대법관을 임명제청하는 경우에는 법원내부의 여론만이 아니라 국민여론을 제대로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2003. 1. 2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병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