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집단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인가?

  • 200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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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게시판

[민변, 참여연대 공동성명]



정치권은 집단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인가?

정치개혁 뒷걸음질, 강력히 항의한다



1. 정치개혁특위가 오늘(24일) 전체회의를 열어 정치개혁안에 대한 최종 합의안을 확정하고 본회의에 회부키로 했다. 참여연대는 정치개혁특위의 정치자금, 정당, (지방)선거 등 법안심사소위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정략적 판단을 앞세워 정개협이 제출한 정치개혁 방안을 왜곡하고 정치권의 구미에 맞는 개정안만을 소위 합의안으로 제출한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



2. 정치개혁특위가 현재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한마디로 정치개혁을 후퇴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무엇보다 정치자금제도에 있어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투명성강화 조치들이 뒷걸음질쳤다. 법인과 단체의 선관위 기탁금 허용, 정치자금 회계보고 및 후원내역에 대한 인터넷 공개 무산, 정치자금 영수증 발급 기한 완화, 선관위의 계좌추적권 불허 등은 정치자금법 개정의 기본방향인 정치자금 투명성 강화에 역행하고 있다. 또한 유권자의 선거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선거자유 확대, 대표성 강화, 여성의 정치진출 확대 등 선진적 선거문화 도입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를 유보해 아무런 진전도 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빚어지게 된 것은 정치개혁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국회의 정치개혁특위가 국민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오직 정치권의 기득권 유지와 당리당략만을 앞세워 정치개혁 논의를 철저히 변질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까지 보여준 정치개혁특위의 활동은 정치개혁을 약속했던 1년 전의 약속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정치권은 국민과의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집단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다.



3. 정치개혁특위가 정치개혁안이라고 내놓은 내용들은 다음과 같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 우선, 여야가 작년 3월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해 금지한 ‘법인과 단체의 후원금 기부’에 대해 선관위를 통해 비지정 기탁 방식으로라도 다시 허용하자는 안을 슬쩍 끼워 넣은 것은 개정 정치자금법이 가지고 있는 소액다수의 정치자금 모금 활성화라는 입법취지와 전면 배치되는 입법안이며, 정치자금 확보에 급급하여 현실성 없는 방안을 합의한 것에 불과하다.



  ▲ 교섭단체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국고보조금 배분방식을 개선하라는 정개협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이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국회개혁특위가 교섭단체 특권 철폐를 외면한 것처럼 정치개혁특위 역시 교섭단체의 기득권 유지에만 연연한 것이다.



  ▲ 불법자금 수수가 탄로 난 이후 영수증을 발급하여 합법적 처리를 가장해왔던 관행을 막기 위해 정치자금 영수증 발급 기한을 정한 것을 시행 1년 만에 완화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치자금법 개혁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다. 더구나 선관위에 계좌추적권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불법, 탈법에 대한 엄정한 조사활동은 피하고 자신들의 편의는 최대한 늘려보겠다는 얕은 수이다.



  ▲ 여야는 또한 인터넷을 통해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회계보고와 후원금 모금 내역, 기부자에 대한 정보공개를 하지 않기로 했다. 정치자금 모금내역은 유권자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평가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근거자료이다. 이런 정도의 정보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정치개혁을 추진한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미 열람 및 등사를 통한 공개가 가능한 조건에서 인터넷공개를 거부한다는 것은 명분이 없다.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회계보고 및 후원금 모금 내역은 반드시 인터넷에 상시 공개해야 한다.



   ▲ 선거법 개정에 있어 비례대표 확대와 사전선거운동 제한 완화, 선거운동의 자유 확대 등은 이번 선거법 개정의 핵심방향이다. 하지만 비례대표 확대 문제는 아예 논의 자체를 유보시켜 제대로 다뤄지지도 않았고, 정치신인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유권자의 선거활동 활성화를 위해 제안된 사전선거운동 제한 완화는 한나라당의 반대로 합의안에서 완전히 제외되었다. 더불어 유권자의 정치활동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인터넷 실명제 폐지는 역시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되어 버렸다.



  ▲ 내년도 지방선거를 대비하여 지방선거법 정비는 이번 정치관계법 개정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했다는 지방의원 유급화와 그에 따른 선거구제 조정은 여러 부작용이 예상되는바 매우 신중해야 할 문제이다. 지방의원 유급화는 재정부담이 커 의원정수를 줄이는 것과 연동되어 있다. 과연 유급화를 위해 지방의원 숫자를 줄이는 것이 타당한 개혁방안이 의문이다. 또한 기초의원 선거구를 중대선거구로 바꾸고 의원정수를 감축하는 것에 있어서는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이렇게 될 경우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선거구가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며 기초와 광역으로 나눠서 선거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질 지 의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논의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광역의회에서 비례직을 30%로 확대하여 여성 및 다양한 전문가, 소외계층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의 기본 취지를 살려 여성의 참여가 대폭 늘어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마련하고, 남녀가 동반 참여하고 책임질 수 있는 과감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4. 정개협은 정치개혁을 위해 정치권의 협상만으로는 합의하기 어려운 쟁점들을 국민적 요구에 입각하여 논의하고, 이를 확정하는 '범국민적 합의기구'이다. 최종 단계에서 정개협의 정치개혁안을 자신의 구미에 맞게 왜곡하고 훼손할 것이었다면 정개협은 왜 구성했는가? 정개협이 내놓은 개혁안은 단지 참고자료가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를 바탕으로 각계각층의 대표 인사들이 모여 수 개월간 논의를 전개하고 마련한 것이다. 정치권은 이를 무위로 돌려서는 안될 것이다. 정치개혁특위는 오늘 전체회의에서 정개협이 내놓은 정치개혁안 중 소위가 합의하지 못한 쟁점 사안에 대해 왜곡 없이 합의하고 입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