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비정규법안에 대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의견서

  • 200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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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게시판

여당의 비정규법안에 대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의견서



여당의 비정규법안이 절대 안 되는 두 가지 이유

- 기간제 기간 제한과 불법파견의 효과를 중심으로





현재 국회에서는 비정규 ‘보호’ 입법을 둘러싼 논의가 한창이다. 우리는 이미 기간제 고용의 사유제한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통한 차별금지 등을 중심으로 하여 법안에 관한 의견을 밝힌 바 있으나, 정부와 여당이, 기간제․파견 등 비정규 고용을 정상적인 것으로 기정사실화하면서 더 확대할 것이 분명한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긴급히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다른 쟁점에 관한 여당 안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 두 가지 문제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대로 통과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첫째, 여당의 법안은 광범위한 임시적 고용을 방치․확대할 수밖에 없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비정규직(전체 임금근로자의 56.1%) 중 98.0%(823만 명)는 임시․일용직 또는 기간제 근로자로서 그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징이다. 따라서 어떠한 법제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고용보호의 관점에서 이러한 고용이 예외적인 것임을 확인하고, 최소한 이를 남용하여 불안정한 지위와 열악한 근로조건을 강요하는 탈법적 관행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 안이 말하는 ‘기간 제한’은 그 기간의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기간제 고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결국 이러한 기간제 고용을 원칙적이고 일상적인 것으로 만들 것이 분명하다(여당은 기간 제한을 국제적 기준이라고 하고 있으나, EU 등이 말한 ‘기간 제한’은 단기간 동안 임시적․예외적으로 고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지, 정부나 여당이 말하는 것처럼 2~3년 동안 거침없이 쓸 수 있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이미 시장에서는, 반복갱신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으로 의제되는 법리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2~3년이 지나면 아무런 이유 없이 재계약을 거부해 버리는 식의 고용관행이 널리 퍼져 있고, 많은 노동자들이 동일한 일(예컨대 똑같은 은행원 업무)을 하면서도 줄곧 2~3년 단위의 단기 계약직으로 이 직장 저 직장을 전전하는 현상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여당은 기간제 고용을 2년의 기간으로 제한하면 이러한 남용을 막을 수 있을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법원이 계약 갱신이 반복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으로 보기도 하고, 합리적 이유 없는 갱신 거부는 효력이 없는 것으로 보는 것으로 기간제 고용의 남용을 규제해 왔고, 기업들도 이러한 법리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으나, 만약 여당 안이 통과되어 2년 기간 내에 아무런 제한 없는 고용을 합법화 한다면, 위와 같은 최소한의 제한도 없는 상태에서 기간제 고용은 더욱 확대되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아무런 장치도 없게 된다. 따라서 소수를 제외하고 모든 임금 노동자가 단기간 계약을 반복하면서 직장을 옮겨 다녀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며, 이러한 고용 불안과 그로 인한 사회 문제(장래 소득에 대한 예측이 불안정해져 생기는 소비위축 포함)는 장기적으로는 근로자 개개인 뿐 아니라 산업과 국민경제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편 기간제 고용을 사유로 제한하자는 방안에 대하여 여당에서는 “(비정규 근로자들의) 대규모 실직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유제한이 도입된다고 하여 생산을 위한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퇴출시킨다는 것은 지나친 과장일 뿐 아니라,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기간제 고용의 사유는 ‘출산․육아․질병․부상으로 인한 결원 대체’와 같이 제한된 사유에 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밖에 일시적․임시적 고용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등 매우 확대된 사유까지 포함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즉 기간을 정해서 채용해야 하는 객관적 필요성을 설명하기만 한다면 기간제 고용을 할 수 있고, 이러한 설명도 할 수 없는 경우에만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기간제 노동자를 채용함에 있어서 신중을 기하게 되고, 법은 시장에 대하여 특별한 사유 없이 해고 제한을 면탈하거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강요하기 위해서 기간제 고용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신호를 주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기간제 고용 남용으로 심하게 왜곡된 노동시장을 바로 잡고, 정당한 사유 없이 사람을 일터에서 쫓아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유일한 길이라 할 것이다.





둘째, 불법파견을 금지하는 실질적 효과를 위해서는 고용의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쟁점은 불법 파견시 효과에 관한 것으로서, 여당안은 ‘직접 고용 의무’ 부과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여당은 2년 초과시에는 고용의제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면서도 다른 불법 파견 - 대표적인 것은 허용 업종 외 파견임-에 대해서는 고용의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사용사업주는 불법파견한 것이 발견되는 경우에도 ‘직접 고용 의무’라는 공법상의 의무를 지게 되어 이를 위반할 시에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지만, 그 사법상의 효력은 없으므로 그 파견근로자는 고용 거부에 대하여 부당해고로 다툴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용사업주가 과태료를 내는 대신 직접 고용은 하지 않겠다고 하면 감독관청은 물론 해당 노동자로서도 이에 대응할 마땅한 수단이 없게 되는 것이고, 결국 과태료라는 행정벌만으로는 불법파견을 금지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애초 정부에서 ‘직접 고용 의무’를 부과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고용 의제만으로는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으나, 고용의제 규정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즉 법률적으로 직접 고용이 의제된다고 해도 이를 사실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것(사용사업주 소속 근로자로 적을 옮기고 임금을 직접 지급하며, 사회 보험 등의 가입사업장을 변경하는 것)에 대하여 시정명령을 하고, 이를 불이행하는 것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따라서 불법파견을 철저하게 규제하면서 동시에 과태료 부과를 위해서 직접 고용 의제를 도입할 수 없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며, 직접 고용이 의제되어야만 불법파견 금지의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상의 이유로 우리는 이번 여당 안이 그대로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이다.





2005년 12월 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이 석 태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