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01_이혼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에 대한 의견서

  • 200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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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에 대한

의        견        서





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우리사회의 정의구현과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하여 헌신하는 변호사단체로서, 동 산하 여성복지위원회는 여성의 인권과 사회구성원의 복지증진을 위하여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 ‘이혼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이 상정되어 법사위에 심사 중에 있는 바, 동 법안이 확정, 통과되어 발효될 경우 우리사회를 이루고 있는 부부, 아동을 포함한 가정의 복지 및 구성원들의 인권, 행복 증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아, 위 법안에 대한 의견을 모아 제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위 법안에 대한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모임 산하 여성복지위원회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제출하오니, 법안 심사 시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다      음 -







1. 도입 배경



이혼절차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례법')(안)은 '경솔한 이혼을 방지'와 '미성년자인 자의 복리도모' 및 '이혼 후 건강한 적응'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그러나 법안 제정이유와 법안 조문 등을 살피어 본다면, 결국 ‘이혼예방을 통해 미성년인 자의 복리도모도 가능하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이혼이 가정의 해체로 이어진다는 생각에 근거하여, 최근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가정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높아진 이혼율을 낮출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이혼절차를 수정하여야 한다는 관점에 기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이혼율은 이혼제도의 주 비교대상인 미국, 유럽과 비교하여 혼인, 이혼제도의 다른 측면을 간과한 측면이 있습니다. 우선 한국의 법률혼 비율은 비교대상 국가들에 비하여 매우 높습니다. 즉 미국, 유럽의 사실혼 파기 등은 통계에 잡혀 있지 아니한 상태입니다. 또한 한국의 경우 충분한 고려 없이 관습과 제도에 따라 혼인한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실혼에 대하여 관대하지 못한 사회적 분위기 등으로 인하여 혼인생활에 대한 충분한 인식 없이 혼인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와 같은 다른 혼인제도 하에서 이혼율에 대한 형식적인 비교는 혼인과 이혼에 대한 진실을 담고 있다고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혼 전 상담제도나 숙려기간의 도입이 혼인 생활의 평온한 유지에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이라 하겠습니다. 이혼율의 감소에 일시적인 기여를 할지라도 결국 사회적 제반 조건에 의하여 발생한 이혼의 증가를 방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보입니다. 즉 이혼율 증가의 원인은 당사자의 "경솔한 판단"이 증가하였기 때문이 아니며, 사회적 제반 조건의 변화에 의한 것이며, 아직 우리 사회에서 이혼을 죄악시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당사자의 경솔한 판단에 의한 이혼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또한 위 제도는 사실상 이혼가족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는데, 이는 사회 구성원의 재생산과 안전망 확보에 오히려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혼 자체"가 아니라 "아동을 보호·양육할 수 있는 공동체의 해체"입니다. 물론 이혼가정의 경우 아동을 양육할 수 있는 조건이 악화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이혼을 엄격하게 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혼가정이라고 하더라고 경제적·심리적으로 아동을 충분히 보호·양육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형성하는 것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혼절차를 개선하고자 하는 법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면 그 법의 주요내용은, 부모의 이혼 과정과 이혼에 따라 미성년 자녀의 양육환경을 어떠한 방식으로 유지할 것이며 양 부모의 양육의무를 어떠한 방식으로 이행하게 할지에 대한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2. 의무적 상담제도



이혼 전 상담제도의 운영과 관련하여 그 내용이나 효과가 전혀 검증된 바가 없습니다.



또한 상담에 따르는 비용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상담을 내담자 부담으로 하는 경우 이는 일부 이혼당사자에게 사실상 이혼을 금지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생하게 합니다(특례법(안)에 의하면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가 협의이혼을 신청할 경우 법원외상담 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혼합의 의사확인을 위한 법정 출석 기피로 인하여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는 부부가 상당수 있으며, 부부 중 일방이 아무 합의 없이 가정을 떠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와 같은 오랜 별거가 있었던 부부나 경제적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부부의 경우에는 상담제도나 숙려기간은 아무런 효과도 가져오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사실상 이혼상태에서 방치된 미성년의 자녀만을 양상 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위 제도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인 미성년 자녀의 보호와 극명하게 상치되는 결과입니다.



이혼 전 상담제도를 국가 부담으로 하는 경우 역시 문제입니다. 상담원 비용, 상담소 운영비용 등이 적지 않을 것인데, 과연 국가의 한정된 재원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배분하는 것이 적정한 배분인지는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할 부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성년 자녀의 보호와 가족해체를 방지하기 위하여 오히려 위 자원을 이혼부부와 자녀의 바람직한 관계정립, 양육비 이행확보, 면접교섭권 이행확보, 한부모 가족(사실상의 한부모 가족을 포함)의 자녀 상담,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부모를 둔 아동 등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이 국가 경제적으로 바람직한 것이 아닌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이혼 전 상담을 위한 인프라를 마련하여, 다만 권장사항으로 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이혼 전 상담제도가 안착되고 그 효과가 검증된다면 그때 이를 강제적 상담제도로 활용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입니다. 만약 아무런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혼 전 상담을 강제한다면 사생활침해, 사실상 이혼의 증가 등 제도의 미비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이혼부부와 그 자녀의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특히 특례법(안) 제6조 제2항에 의하면 상담인은 필요한 경우(부부 동의 등의 요건 없이) 집단상담을 실시할 수 있다고 하고 있는데 이는 사생활 보호와 관련하여 치명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3. 숙려기간 및 상담제도  이혼제도와 관련하여



현재 우리의 이혼제도는 협의이혼의 경우 파탄주의를 택하고 있으며, 재판상 이혼의 경우 사실상 유책주의 이혼과 같이 운영되고 있습니다(민법 제840조 제6호의 경우 파탄주의 요소가 도입되어 있으나 재판상 이혼 시 파탄주의는 아주 예외적으로만 인정되었습니다). 협의이혼의 경우 부부당사자의 의사만 합치하면 양육 등에 대한 국가의 아무런 개입 없이 이혼을 허용하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었으며, 한편 재판상 이혼의 경우 엄격한 유책주의 정책으로 인하여 사실상 파탄된 가정의 이혼조차 허용되지 않은 결과 (오히려)부모일방으로부터 유기된 미성년자를 양상 하였고 사실상의 이혼을 조장하여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박탈하였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이혼 전 상담 혹은 일정한 숙려기간을 이혼의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모두 사실상 파탄주의 이혼을 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야 할 것입니다. 즉 파탄주의 이혼제도를 가지면서 이혼 전 상담이나 숙려기간을 운영하는 것과, 이혼의 의사가 합치되지 않을 경우 유책주의 이혼만을 허용하면서 숙려기간 등을 도입하는 것은 실제에 있어 매우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재판상 이혼을 유책주의로 운영하면서, 이혼 전 상담제도 혹은 숙려기간 제도를 운영할 경우 몇 가지 문제점이 예상됩니다.  



우선 ①이혼과정에서 부부와 주변 친척들은 이혼자체를 주로 염두에 두며, 반면에 자녀의 복지상태에 대하여는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게 되거나 혹은 고려할 수 없는 환경에 직면하게 됩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②부부 일방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파탄된 경우의 일방배우자(심지어 유책배우자)가 협의이혼 과정에서 이혼절차 진행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혼상담과 이혼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위 두 가지는 매우 일반적인 문제점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특례법(안)이 시행되어 숙려기간과 상담제도가 도입되고, 부부 일방이 상담에 응하지 않아 상담증명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이혼확인신청은 취하된 것으로 간주됩니다(제4조 제5항). 그렇다면 취하간주된 많은 경우에 다시 협의이혼확인절차를 반복하게 될 것이며, 시간과 비용 등의 이유로 재판상 이혼을 원하지 않는 일방당사자(무책배우자라고 할지라도)는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혼을 위하여 모든 조건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방이 양육친이 되면서도 양육비를 포기하거나, 혹은 비양육친이 되면서 면접교섭권을 포기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숙려기간이나 상담을 통하여 이혼의 합리적 조건을 형성하는 것도 특례법이 목적으로 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입니다. 설사 숙려기간이나 상담을 통한 합리적 이혼조건 형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특례법(안)이 시행되어 위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오히려 상담에 응하지 않은 당사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법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종국에는 상대방을 비난하게 만드는 재판상 이혼으로 진행되게 될 것이며, 유책주의 하에서 재판상이혼에 따르는 감정적, 시간적, 경제적 비용은 결국 이혼을 원하는 일방이 일차로 부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장구한 이혼과정에서 방치되는 미성년 자녀에 대한 대책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이혼과정의 장기화가 '아동양육에 적합한 새로운 공동체 형성'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숙려기간 동안 또는 사실상의 이혼기간 동안 아동양육에 필요한 비용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없습니다).



또한 숙려기간 동안 당사자의 행위에 대하여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방 당사자가 집을 떠나 살고 있는 경우, 종래 법원의 태도에 의하면 악의의 유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데, 재판상 이혼과정에서 숙려기간 중의 별거를 어떠한 행동으로 평가할 것인지 의문입니다. 또한 숙려기간 중의 일방 부정행위가 있었고 이를 기화로 타방이 협의이혼에 응하지 않아 재판상 이혼으로 진행된다면 그 일방을 유책배우자라고 하여 이혼을 불허할 것인지에 대하여도 논의가 없는 형편입니다. 이혼전 상담제도나 숙려기간이 운영될 경우, 재판상 이혼에 있어 엄격한 유책주의를 어떠한 방식으로 완화할 것인가에 대하여 특례법(안)은 입장을 제시하여야 할 것입니다.



4. 결론



위와 같은 이유로 현재 제출된 안과 같은 숙려기간과 의무적 상담제도에 반대합니다.  



특례법(안)은 이혼을 바라보는 시각, 재산분할 및 자녀양육에 대한 고려가 없는 점, 재판상 이혼사유의 엄격한 해석, 상담비용의 문제, 상담강제에 대한 부작용, 상담내용에 대한 미확인 등에 있어 문제점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지 이혼 전 상담이나 혹은 숙려기간으로 (경솔한) 이혼을 방지하겠다고 하는 특례법보다는 이혼과 재산분할, 자녀양육에 대한 보다 종합적인 고려가 되어 있는 법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2005. 1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산하



                                     여성복지위원회



                                     위원장  이     정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