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는 조합원징계를 철회하고 노사간 대화에 진지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하라!
- 200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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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게시판
[성명서]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조합원징계를 철회하고 노사간 대화에 진지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하라!
진리와 지성의 산실인 대학에서 매우 유감스런 사태가 전해지고 있다. 전국대학노조 한국외국어대학교지부는 지난 2006. 2. 8.부터 사용자인 학교법인 동원육영회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청하여 왔으나 현재까지 실질적인 교섭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지부는 2006. 4. 6. 파업에 돌입하고 말았다.
노사관계는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화와 타협이라는 역동적 요소를 본질로 한다. 따라서 비록 노동쟁의 상태에 있더라도 노사는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성실하게 대화와 타협의 테이블에 임하여야 한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설득하려는 소통의 자리가 거부된다면 결국 돌아오는 것은 미움이라는 나쁜 열매만을 맺는 불신뿐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학교법인은 모든 교섭권한을 학교의 총장에게 위임하였고 전권을 위임받은 총장은 안타깝게도 조합원의 노동조합 활동 및 쟁의행위 참여를 위축시키는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중 일부만 열거하여 보면 임시직 조합원의 해고, 직원처장의 직위해제, 기존의 단체협약 해지 통보, 단체협약 상 징계절차를 위반한 조합원 징계 등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총장이 노조의 고유권한이라고 할 수 있는 조합원의 조직 범위에 대하여 문제를 삼으면서 성실한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조합은 자주성, 특히 사용자에 대한 자주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한다. 사용자에 대한 자주성이 확보되지 아니하면 조합원의 이익을 위하여 투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조법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설립한 단체를 노동조합으로 규정하여 자주성에 관한 언급을 하고 있다. 이는 노동조합의 원리상 당연한 것으로 노조는 조합원의 범위를 자신의 목적에 따라 적절히 규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조의 조직범위에 속하는 근로자가 임의로 노조에 가입하고 노조의 지침에 따라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노조의 전형적인 작동 과정이라고 할 수 있고 이에 대해서 사용자가 간섭을 한다면 이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매우 높다.
물론 노조법은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고 있지 아니하다. 여기서 말하는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 소위 이익대표자란 사용자의 이익만을 대표하여 활동할 수밖에 없는 지위 및 업무를 담당하는 자라고 할 수 있다. 이익대표자인지 여부는 해당하는 자의 노조활동에 대한 태도, 담당하는 업무내용, 해당 사업장 노사의 역학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자의 활동이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할 사항이다.
그런데 사용자인 한국외국어대 총장은 현재 노조에 가입된 조합원 중 특정 직급에 해당하는 근로자를 모두 이익대표자라고 주장하면서 이들의 노조탈퇴를 단체교섭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조합원의 범위를 결정하는 주체는 노조이고, 조합원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노조에 가입하여 노조의 지침에 따라 활동하고 있다면 이는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없고 사용자의 이익대표자라는 주장도 성립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조합원 및 노조의 의사에 반하여 해당조합원을 일방적으로 이익대표자로 지목한 후 이들의 노조 탈퇴를 단체교섭의 전제조건으로 주장하거나, 심지어 해당조합원을 단체협약의 징계절차조항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징계하고 있는 한국외국어대 총장의 태도에 대해서 우리 모임은 큰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지난 1998년 교수, 학생, 직원 등 학내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해왔으며, 구성원 추천이사가 포함된 공영재단 이사진을 구성하여 대학운영을 정상화하는 등 대학민주화 운동의 모범이 되어왔다. 이는 개정 사립학교법의 모델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더 나아가 노조와 대학당국은 2004년에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에 관한 모범적인 노사합의를 이끌어내어 사회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단체교섭을 전후하여 시작된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의 일련의 조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매우 높다. 우리 모임은 아름다운 대학민주화 전통이 다시금 빛을 발하기를 기대하며 학교 측의 사태해결을 위한 진지하고도 적극적인 자세를 강력히 촉구한다.
2006년 5월 2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이 원 재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