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인선기준 및 절차에 관하여
- 200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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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게시판
<헌법재판관 인선기준 및 절차에 관하여>
금년 8월과 9월에 헌법재판관 5명이 교체된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지향하는 이념과 가치를 해석하여 위헌적인 법령과 공권력의 행사를 통제함으로써 인권을 보장하고, 민주주의 이념을 수호하며, 헌법을 기준으로 정책적 판단을 내림으로써 우리 사회의 지향점을 제시하는 실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헌법재판소를 구성하고 있는 헌법재판관의 인선은 어떠한 사안보다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활발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이루어져야 할 중차대한 결정사안이다.
이에 우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 등 헌법재판관 인선기관들에 대하여, 그간의 논의를 모으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며, 내부적으로 신중한 검토를 거쳐 마련한 헌법재판관의 인선기준과 절차에 관한 의견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Ⅰ. 헌법재판관 인선 기준
1. 국민의 인권보장과 민주주의 기본이념 수호
헌법재판소의 본래 기능은 국민의 인권보장과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수호하는 것으로 헌재가 현실 정치적 문제에 대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 헌재는 국민의 인권보장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행정수도 특별법 위헌판결에서 보듯이 현실 정치적 문제에 무리한 법 이론을 들이대면서 개입하고 있다.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의 위헌여부에 관한 판단 권한을 헌법으로부터 부여받은 헌법재판소는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이 위헌적이라면 그 법률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결정은 헌재의 본래 기능과 본분에 따른 결정이어야 하고, 관습헌법이라는 법이론으로 오히려 성문헌법을 훼손하면서까지 현실정치에 관여하여 정파적 결정을 내려서는 아니 된다.
2. 국민주권의 원리의 사법부에서의 실현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하여 ‘국민주권의 원리’를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주권의 원리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헌법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게 하고 이들 국민의 대표자가 국민에 대해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관은 국민이 선출하지도 않고, 국민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도 않는 등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하다. 나아가 고위 경력직 법관 일색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우리 대법원은 국민들과 유리되어 폐쇄적이고 자족적인 관료 시스템으로 변질되어 왔다.
국민주권의 원리에 따라 사법 권력도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헌법재판관의 선임에 있어서도 시민사회의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제도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시민사회단체가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의 인선에 관여하는 것을 ‘사법권의 독립을 훼손한다’고 운운하며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국민주권의 원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밖에 판단되지 않는다. 국민과 동떨어진 사법부의 구성과 결정은 관료사법과 기득권 유지를 뜻하는 외에 어떠한 의미부여도 할 수 없을 것이다.
3.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 보장
지난 2006년 5월 헌법재판소는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의료법 시행규칙에 대해 재판관 7대1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생존권을 잃은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고공시위를 벌이고 한강에 몸을 던지는 등 격렬하게 항의했고, 3명의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헌법상 기본권이 서로 충돌할 때에 생존권이 당연히 우선하여 적용되어야 함이 원칙이다.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이해와 인권감수성이 풍부한 인물이 헌법재판관이 되어야 한다.
4. 사회의 다양한 가치 반영
2004년 8월 헌재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처벌해온 병역법 규정을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고, 같은 날 국가보안법 7조1항(찬양·고무죄) 및 5항(이적표현물 소지 등)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했다.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은 존중되어야 하고, 기본권 중에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닌 양심의 자유는 최대한 보호되어야 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 구성에 있어서 사회적으로 다양한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이 헌법재판관이 되어야 한다.
5. 충원구조의 다원화
헌법재판소는 예외 없이 법원, 검찰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철저한 내부 서열에 따라 구성원 충원이 이루어져 왔다. 그 결과 헌재는 시대 상황의 변화에 따른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와 이념적 가치들을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법원, 검찰 출신 뿐 아니라 학계와 기타 직역에서 충분한 검증을 받은 인사들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시점에서 요구되는 헌법재판관은 보수적인 헌법재판소에 다양한 이념과 가치에 관해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어야 하고, 직역을 우선기준으로 삼아 구색 맞추기식 다양성을 추구하면 안 될 것이다.
헌법재판관의 자격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법 제5조에서는 판사․검사나 변호사의 자격이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하는 다양한 가치에 대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의 자격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한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공인된 대학의 교수나 국가기관 등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등 전문식견을 갖춘 자도 헌법재판관이 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법과 법원조직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Ⅱ. 헌법재판관 인선절차
이번 인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재판소장과 재판관, 국회가 선출하는 재판관 2명,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재판관 1명 등 모두 5명이다. 헌법재판소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 인선 절차가 민주적이어야 한다. 헌법재판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에 대한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검증 절차가 절대적으로 요청된다.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자유로운 추천이 보장되어야 하고, 각계에서 추천되는 후보자의 공개 및 그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통한 검증이 있어야 적절한 헌법재판관 인선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대법관의 인선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관 인선에 있어서도 인선 자문기구를 두고, 국민 일반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사법개혁위원회는 지난 2004. 6. 사법개혁에 관한 건의문을 통하여 대법관제청자문기구가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법조 직역뿐만 아니라 국민 일반의 광범위한 의사를 수렴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하고, 자문기구의 위원을 비롯하여 그 밖의 개인이나 단체 누구라도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제청 대상 후보자를 추천하거나 대법관 제청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헌법재판관의 인선에 있어서도 그러한 의견은 유효할 것이다.
2006년 8월 1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백 승 헌(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