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사건 희생자심사 및 명예회복위원회의 운영과 관련한 건의문

  • 200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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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사건 희생자심사 및 명예회복위원회의 운영과 관련한 건의문





수신  노근리사건 희생자심사 및 명예회복위원회 위원장

      국무총리 한 명숙

발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대표 백승헌)



존경하는 한 명숙 국무총리께



국정에 바쁘신 한 명숙 총리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라 합니다)은 2004년 2월 제정된 '노근리사건 희생자심사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법이라 합니다)‘에 기초하여 구성된 ’노근리사건 희생자심사 및 명예회복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합니다)‘의 위원으로 소속 회원을 파견한 단체로서, 위원회의 운영과 성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위원회는 여느 과거사 관련 기구나 단체와는 달리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민간인에 대한 살상사건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고 희생자와 유족을 위무하고,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며, 후세에 교훈을 남기는 막중한 임무를 가진 국가기구라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임 국무총리와 한 총리께서 많은 관심을 기울여 위원회가 운영되는 동안 나름의 성취가 있었으나, 아쉽게도 고쳐야 할 문제도 많이 노정되어 있다고 하는 우려와 신속히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되기에, 다음과 같이 위원회의 운영과 관련한 제도의 개선 등의 문제에 관하여 건의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국정에 늘 바쁘실테지만 나라의 근본과도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니만큼 깊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다                음



1. 위원회의 운영 실태 및 문제점



민변은 먼저 여러 경로를 통하여 위원회 운영과 관련한 사정을 파악하였고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보았습니다. 아래와 같은 내용의 사실 파악과 판단이 완전히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나름의 근거와 자료에 기초한 것이니만큼 깊은 관심을 기울여 주시길 바라는 바입니다.



가. 위원회 운영의 형식성  



위원회가 2004년 9월 출범한 뒤 연 1회, 총 3회 회의가 열렸으며, 그 중 1회는 서면회의로 대체되는 운영이 계속되었던바, 부실운영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계기적 회의 개최와 압축적 운영을 도모할 수 밖에 없는 제약이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사전 결정된 결론을 추인하는 식의 회의는 지양되고, 현출된 주요문제에 관해서는 법상 규정된 권한과 책임에 걸맞는 운영이 이루어지며, 그에 필요한 실무진의 뒷받침이 있었어야 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입니다.  



나. 노근리사건처리지원단(이하 지원단이라 합니다) 운영과 역할 상 문제점



지원단은 위원회에 연간 주요업무추진계획 및 추진실적, 연간예산계획 및 집행실적 등 기본적 업무조차 보고하지 않았고(다만, 2006년 2월 몇 위원들의 연서로 국무총리께 이 점 시정을 건의한 후에 비정기적으로 간략한 서면업무보고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법에 근거하여 추진해야할 주요업무에 대한 중장기계획이 수립되지 않았습니다.



지원단장이 수시로 교체되어 수개월 씩 공석이 된 일도 있었고, 어떤 지원단장은 담당 업무 외의 일에 대한 관심으로 직분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다. 노근리사건 희생사심사보고서(이하 보고서라 합니다) 작성 지연 등



어떤 이유에서인지 규정된 보고서 작성기한을 4개월이나 넘겨 뒤늦게 작성하였고, 권한 없는 지원단의 일부 직원이 개입하여 보고서의 내용을 임의 수정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유관 정부기관 명의의 문서가 권한 없이 작성되거나 변작된 것은 아닌가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라. 위령 사업 추진과정에서의 실책



위령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영동군 노근리지원담당관실과 충북도청 실무위원단에서 '노근리사건 희생자 합동묘역‘ 설치와 ‘노근리 역사공원 기본계획 및 기본설계용역’ 추진과정에서 관련 법규 검토가 미비하여, 이미 의결한 희생자 위령사업 후보지에 합동묘역을 설치할 수 없는 업무상의 중대한 실책이 발생했고, ‘노근리 역사공원 기본계획 및 기본설계용역’ 실무작업이 약 6개월간 중지되는 등 사업추진에 지장을 초래하여 피해자들의 원성을 유발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원단은 이와 같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지휘감독하여 조속한 해결책을 모색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마. 피해신고 누락자 구제 문제



규정된 피해신고기한을 넘긴 10여명의 신고 누락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이들 피해신고누락자들로부터 피해구제요청이 많다고 합니다. 지난 2005년 5월, 기 신고받은 피해자들에 대한 심의・의결을 한지 이미 1년 4개월이나 경과한 지라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법률안 개정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바. 미국정부가 제안한 위령탑건립과 장학금제공 등 관련 사업과 관련하여



미국정부는 2001년에 부실하기는 하지만 진상조사서를 발표한 직후 위와 같은 내용의 제안을 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위령 대상 및 장학금 수혜자의 범위 등과 관련하여 이견이 발생하여 그 집행이 미뤄져 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노근리사건 피해자들은 한미 양국에 의해 진상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한 유사사건 희생자 모두를 포함하는 위령탑 건립과 장학금 제공은 노근리사건 피해자들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추모사업방안이 될 수 없다며 지난 5년간 한미양국간 재협상을 주장해왔습니다. 더구나 또 다른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는 타 유사사건 피해자단체가 결성되어 이들 단체들도 미국 정부의 제안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욱이 미국정부가 제공하기로 했던 위령사업예산이 금년 9월 30일이면 미정부예산으로 귀속될 처지에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에서 이 문제에 관련해서 한미간 재협상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정부는 피해자들의 요청을 헤아려 미국 측과 적극적으로 협상을 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비난받을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 향후 주요사업 추진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많은 일이 추진되었지만, 앞으로도 위령사업의 본격적 추진, 피해신고누락자에 대한 법개정 후 심사 실시, 노근리사건 희생자심사보고서(영문판)의 간행, 희생자 유해발굴과 DNA 분석 등 조사보고서 작성, 유해발굴 조사참여와 관련한 한미간 협의, 노근리 역사공원 밖에 설치하기로 결정된 합동묘역의 조성공사비 예산확보, 합동묘역설치(군비사업)와 노근리 역사공원 조성사업(국비사업)이 별개의 사업이 되었기에 이들 사업의 조화롭고 차질 없는 업무수행을 위해 양 사업에 대한 종합업무추진계획 수립, 공원내 자료실 소장자료 수집, 향후 공원 및 자료실의 프로그램 및 컨텐츠 개발계획 등도 향후 수립되어야 하는 바, 이를 담보할 기구의 존재와 운영상 신뢰를 확보할 제도의 수립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 위원회 회의록 열람・복사 문제



위원회 위원들은 회의록 등 내부문서를 언제라도 열람・복사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데도, 적법하고도 정당한 위원들의 문서열람 요청이 지원단 실무직원에 의해 거부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합니다. 해당 직원의 단순한 관련 법 해석상 실수였으리라 추측되나, 만약 고의적 거부행위였다고 한다면,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중대한 과오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 노근리 사건의 진상규명 노력과 관련하여



최근 한국전쟁 당시 주한미대사였던 무초의 비밀서한이 공개되어 노근리에서 벌어진 민간인 살상행위가 미군의 최상급 지휘부의 명령에 의해 자행된  조직적・계획적 학살이 아닌가 하는 국민적 의혹이 증폭된 바 있으나, 이와 관련하여 정부가 미국 측에 관련한 설명을 요구하는 등 진상규명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차. 위원들의 건의와 대책수립 요청 처리와 관련하여



지난 2월 위에 지적한 여러 문제점들을 적시하고 시정을 요구하며, 위원장이신 총리 지휘 하에 대응책을 세우고 각종의 비정상적 실무 운영실태에 대한 조사와 드러난 문제의 시정조치를 요망하는 내용의 건의문을 총리께 올렸습니다. 그러나 건의사항들에 대해서는 전혀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답변마저도 수개월씩 걸렸으며 위원들의 건의에 대해 국무조정실 과장이 전결처리한 답변을 보내는 등 성의 없는 처리로 비쳐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위원들이 필요한 논의를 위해 총리면담 요청을 했는데도 면담은 거절당했고,  또한 위원들의 건의문과 관련하여 국무총리실의 조사부서에서 관련공무원들을 조사했는데도 조사결과를 위원들에게 전혀 알리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이에 건의문과 청원서를 올린 몇 위원들은 실무진들이 총리께 보고도 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면담거부 등의 조치가 담긴 회신을 보낸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거두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희생자 위령사업 등 위원회의 본질적 업무의 정상적 추진이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2. 건의사항



위와 같은 사실 파악과 문제점에 대한 평가에 기초하여 총리께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건의를 드리고자 합니다.



가. 법 개정과 운영내규 제정 등의 필요성



위원회가 정상적으로 내실 있게 운영되려면 방대한 실무작업을 총괄하고 감독하며, 운영상 제반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세밀한 지도적 권한을 발휘할 수 있는 상임위원을 두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할 것입니다. 아울러 위원회나 하부 실무조직의 운영과 권한에 관한 내규 등을 제정하여 타당하며 효율적 운영의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또한 상임위원제의 신설 이전에라도 위원회의 실질적 정상화 방안의 하나로 소위원회의 설치를 고려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 실무운영과정 점검 조치 및 외부전문가를 통한 조직진단 실시



지원단 등 위원회 하부 실무조직 운영 상 실태를 점검하여 위법하거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를 취하며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위원들이 시정을 건의한 사항 중 위원회의 운영상・구조상 문제점의 원인을 진단하고 향후 원활하고 책임있는 업무수행을 위한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전문가들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도 일책이 아닐까 합니다.



다. 위원들의 총리에 대한 건의 처리과정 점검



올해 2월 위원들이 총리께 건의한 내용에 대한 처리과정과 조사내용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하시고, 실무적 처리의 당부에 대한 판단을 내려 해당한 조치를 취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라. 간담회 개최



위와 같은 문제들에 대한 시정과 위원회 정상화 방안은 물론, 추모사업과 관련한 미국정부와의 협상원칙과 대책마련 등을 허심탄회하고도 실질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총리 면담을 허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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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님!

민변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그동안 정부가 기울인 노력을 폄하하거나 그 누구를 비방할 의도는 전혀 없으며 다만, 역사적 의의를 가진 이 사건 처리의 중대성에 비추어 보다 발전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순수한 충정에서 이러한 건의를 하게 되었다는 점을 헤아려 주시길 바랍니다.



바쁘신 가운데 관심을 가져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리며 총리님의 현명한 답변이 있으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2006. 9.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무총리 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