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노동청의 KTX 여승무원 불법파견 여부 재조사 결과에 대한 민변의 의견
- 200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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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견 서 ]
서울지방노동청의 KTX 여승무원 불법파견 여부 재조사 결과에 대한 민변의 의견
9월 29일 서울지방노동청은 한국철도공사의 KTX 여승무원에 대한 불법파견 여부에 대해서 지난 7월부터 재조사를 벌인 결과, 한국철도공사(이하 ‘공사’라고 함)와 (주)한국철도유통(이하 ‘유통’이라고 함)간 체결·시행한 승객서비스에 관한 위탁계약은 그 본질적 부분이 도급계약으로서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사와 유통이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함)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서울지방노동청의 재조사 결과는 인정한 사실관계와도 맞지 않고, 근로자파견 법리에도 반하는 것이다.
1. 노무지휘 감독권 행사의 실질적인 주체는 공사
업무위탁(도급)과 근로자파견을 구분하는 핵심적인 기준은 노무지휘·감독권을 누가 행사하는가의 여부이다. 즉 KTX 여승무원들이 수행하는 업무에 대한 지휘·감독을 유통이 실제로 행사하였다면 적법한 업무위탁으로 볼 수 있지만, 공사가 사실상 노무지휘·감독권을 행사하였다면 근로자파견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서울지방노동청은 재조사 결과에서, ① 공사가 KTX 여승무원의 업무수행방식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② KTX 여승무원에 대한 교육시 공사가 제작한 교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점, ③ 도급 초기 여승무원의 출·종무 신고를 공사에서 시행한 점, ④ 공사 열차팀장의 여승무원에 대한 업무확인 과정이 업무지시로 받아들여지기 쉽고, 또 일부 직원에 의한 업무지시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⑤ 유통에 대한 공사의 주식소유비율이 높고 유통의 임원이 초창기에는 전원 공사 출신인 점, ⑥ 공사에서 손망실된 기자재에 대해 여승무원에게 직접 변상조치 한 점 등을 인정하였다.
그런데 위와 같이 서울지방노동청이 인정한 사실들은 공사가 KTX 여승무원들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노무지휘·감독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한 것들이고, 이러한 사실관계만으로도 업무위탁을 가장한 근로자파견이라는 판단을 내리는 데에 법적으로 전혀 무리가 없다. 그럼에도 노동청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이러한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2. 서울지방노동청의 판단 근거와 법리적 문제점
서울지방노동청이 ‘근로자파견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면서 들고 있는 근거는, ① 유통이 공사의 ‘열차운용계획표’에 따라 승무원 교번표를 편성하고 이 교번표의 순서에 의거하여 여승무원을 배치하고 있는 점, ② 유통이 여승무원 병가·휴가 승인 등 근태관리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점, ③ 유통의 자체 승무본부에서 여승무원의 출무·종무 신고를 받고 승무적합성 검사를 하고 있는 점, ④ 공사가 여승무원의 업무수행상태를 확인하고 작성한 ‘시정요구서’를 통보하면 유통이 여승무원에게 출무정지·경고 등 징계조치를 직접 취하고 있는 점, ⑤ 열차팀장과 여승무원의 업무는 연계되어 있기는 하나 열차팀장과 여승무원의 주된 업무는 구분 가능하며 일본도 승무서비스 업무를 외주화하고 있다는 점, ⑥ 공사로부터 받는 위탁수수료를 유통이 자체 임금지급기준을 마련하여 지급하고, 공사로부터 받은 인센티브를 유통이 자체 평가기준에 따라 차등지급한 점, ⑦ 유통이 4대 보험의 가입 주체이고 노사협의회 개최 등 노동관계법상의 사업주로서의 의무를 이행한 점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서울지방노동청의 판단 근거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근로자파견 법리에 반하는 것들로서, 전혀 올바르지 않다.
(1) 징계권의 행사나 4대 보험의 가입 주체 등 노동관계법상 사업주로서의 의무 이행을 누가 하였는가의 여부는 업무위탁(도급)과 근로자파견을 구분하는 판단기준 자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도 징계권의 행사나 4대 보험의 가입 등 사업주에게 부과되는 의무의 이행은 어디까지나 파견사업주가 하는 것이지 사용사업주가 하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공사가 직접 KTX 여승무원에 대한 징계권을 행사하고(공사가 업무수행상태를 확인하고 작성한 시정요구서를 유통에게 통보하였다는 것은 징계권 행사 요청과 다를 바 없고, 이는 오히려 인사노무관리상 독립성을 부정하는 요소라 할 것임) 4대 보험의 가입주체로 되어 있고 노사협의회 개최 등 노동관계법상의 사업주로서의 의무들을 모두 공사가 직접 담당하였다면, 이는 근로자파견의 문제가 아니라 공사와 KTX 여승무원 사이에 직접 고용관계마저 성립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징계권 행사 주체와 4대 보험의 가입 주체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근로자파견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은 너무 엉뚱한 논리로, 과연 서울지방노동청이 노동문제를 다루는 전문기관인지마저 의심케 하고 있다.
(2) 공사로부터 받는 위탁수수료와 인센티브를 유통의 자체 기준에 따라 KTX 여승무원들에게 지급한 사실도 업무위탁(도급)과 근로자파견을 판가름하는 근거로 삼을 수 없다. 근로자 파견 사업에 있어서도 파견사업주는 사용사업주와 체결한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사용사업주로부터 파견수수료를 받아 파견사업주가 자체적으로 정한 임금지급기준에 의하여 파견근로자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만일 KTX 여승무원의 임금을 유통이 아니라 공사가 직접 지급한다면 이 또한 공사와 직접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사유로 보아야 하는바, 이처럼 공사와의 직접 고용관계의 성립을 부정할 수 있는 데에 지나지 않는 판단기준들을 가지고 파견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겠다.
(3) 열차팀장과 여승무원의 주된 업무가 구분 가능하다는 점만으로 열차팀장의 여승무원에 대한 업무의 지휘·감독 사실을 부정하고 있는데, 주된 업무가 다르다는 점만으로 업무의 지휘·감독권의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며, 오히려 그 열차팀장에 의하여 여승무원이 담당하는 업무에 대한 지휘·감독이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한다.
그런데 서울지방노동청의 재조사 결과에서도 열차팀장의 업무인 안전업무와 관련하여 여승무원이 출입문 개폐 확인, 객차설비기능 및 정비 상태 점검 등의 안전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인정되고 있는바, 이러한 여승무원의 안전업무는 당연히 안전업무 담당자인 열차팀장의 지휘·감독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또한 서울지방노동청이 밝힌 바와 같이 “여승무원의 고객서비스 업무에 대해서도 열차팀장의 업무확인 과정이 이루어졌고, 이러한 업무확인은 업무지시로 받아들여지기 쉽고 일부 열차팀장은 구체적으로 업무지시도 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면, 여승무원의 고객서비스 업무에 대해서도 열차팀장의 사실상 지휘·감독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경험칙상 타당할 것이다.
(4) 유통이 여승무원의 병가·휴가 승인 등 근태 관리를 직접 담당하고 있고, 유통의 자체 승무본부에서 여승무원의 출무·종무 신고를 받고 승무적합성 검사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공사가 KTX 여승무원의 업무 수행에 대하여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사실이 부정될 수는 없다.
근무장소인 KTX 열차 내에서 이루어지는 여승무원들의 안전 및 고객서비스라는 본질적인 업무 수행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휘·감독도 하지 않으면서 단지 부수적으로 여승무원의 근태관리만을 형식적으로 한 것을 가지고, 공사의 지휘·감독 사실을 부정하고 유통이 모든 지휘․감독을 한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5) 열차운용계획표와 승무원 교번표에 관한 사실관계에서 핵심적인 요소는, 유통이 교번표를 편성하고 편성된 이 교번표의 순서에 따라 여승무원이 배치되었다는 부분이 아니라 공사가 만든 열차운용계획표에 ‘따라’ 여승무원의 교번표가 작성되고 배치가 이루어진다는 부분에 있다고 할 것이다.
즉 KTX 여승무원에 대한 작업배치는 근본적으로 공사가 만든 열차운용계획표나 임시열차의 배정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유통의 교번표 편성은 이러한 공사의 열차운용계획표나 임시열차의 배정에 의하여 좌우되므로, 교번표 편성에 있어서 유통이 가지는 재량권은 매우 제한적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핵심적인 부분을 간과한 채 형식적으로 유통이 교번표를 작성한다는 사실을 결정적이거나 중요한 판단요소로 삼아서는 안 된다.
(6) 일본에서 승무서비스 업무를 외주화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는데, 법제나 구체적인 법문,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이 다른 외국의 사례를 든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설마 “일본이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도급”이라는 것이 서울지방노동청의 결론은 아닐 것이다.
3. 결론
위와 같은 재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공사와 유통간 체결·시행한 승객서비스에 관한 위탁계약의 본질적 부분이 도급계약으로서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어 공사와 유통이 파견법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노동청의 결론에는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재조사에서 밝혀낸 사실관계에 따르면 공사가 KTX 여승무원들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노무지휘·감독권을 행사한 것으로 충분히 볼 수가 있어, 업무위탁(도급)의 형식을 가장한 실질적인 근로자파견으로 보는 것이 올바르고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노동부는 위 재조사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여 문제를 매듭지으려고 하지 말고, 널리 법조 실무자들과 연구자들의 자문을 받아 신중하고 공정한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2006년 9월 2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백 승 헌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