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어느 시대의 검찰인가? 아직도 노동조합과 그 지원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안기관인가?
- 200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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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게시판
[논 평]
검찰은 어느 시대의 검찰인가?
아직도 노동조합과 그 지원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안기관인가?
2007. 2. 20. 자 경향신문은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의 ‘포항건설노조 불법파업사건 수사결과’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입수하여 이를 보도한 바 있다.
위 보고서에 의하면 검찰은 지난 해 포항건설노조 파업 당시 검찰이 파업지원세력 개입 때 형사처벌이라는 기본방침을 정하고 단병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김숙향 민주노동당 경북도의원 등 주요 인사의 집회 참가 횟수, 발언 내용, 행적 등을 면밀히 수집하고, 유관기관대책회의 등을 통해 파업에 대한 총체적인 단계별 대비책을 세우는가 하면, 나아가 시위 참가 중 사망한 건설노조원 하중근 씨의 부검 장소를 합당한 이유 없이 대구로 이송하는 계획을 세우고, 심지어 구속영장이 청구된 파업 참가 근로자들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심문 시 범죄사실보다는 답변하기 어려운 사항을 묻는다’는 내부 원칙을 정하여 실제로 이를 심문에서 적용하였다고 한다.
결국 검찰은 준사법기관으로서 공익적 입장에서 검찰권을 공정하게 행사하여야 하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오히려 과거 군사독재시절 공안의 총사령탑 역할을 수행한 정보기관처럼 행동하여 왔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또한 검찰은 포항건설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전제한 상태에서 포항지역건설플랜트 업종 현황 및 노사 구도를 분석하고 노조원 자격규정 신설 및 노사 분규 관련 투개표 기준 설정 검토 등 노사관계 전망 및 노사분규 관련 개선방안까지 제시하는 등 노동정책 주무부서인 노동부를 제치고 노사관계에 대해 공안적 시각에서 접근함으로써 이해관계의 한 당사자인 사용자 편들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노동부가 건설노조 파업 참가 근로자들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자, 검찰은 ‘실업급여 지급이 당시 임단협의 잠정합의안에 대한 부결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하면서 노동부에 반대 의견을 전달하는 등 ‘수사’ 직무와는 전혀 무관한 실업급여 지급 문제까지 개입하고, 이를 통하여 건설노조의 임단협을 찬성 쪽으로 유도함으로써 노사관계에 편파적으로 관여하고 그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와 같이 검찰이 범죄 수사와 기소라는 직무의 범위를 넘어 파업지원세력에 대한 사찰을 주도하고, 노동부에 대해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노사관계에 개입하고, 유족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부검 장소를 이송할 계획을 세우는가 하면, 함정수사를 하듯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사실보다는 답변하기 어려운 심문을 기획하여 이를 시행한 것을 보면서, 우리는 검찰권의 적정하고도 공정한 행사를 망각하고 그 막강한 권력을 노조와 그 지원세력을 탄압하는 데 주력하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성시웅 포항지청장이 “영장 청구한 전원에 대해 영장이 발부되는 진기록이 수립됐다”고 자평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그저 어이없을 뿐이고, ‘적’과 벌인 전쟁에서 승리한 왕조 시대의 장군을 연상하게 된다.
자신의 본연의 수사기능을 넘어서는 이와 같은 검찰의 행위는 직권남용이자 월권행위라고 할 것이고,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준사법기관이 취할 행동이 아니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국민을 탄압했던 시절의 잔재로서 시대착오적 행동인 것이다.
우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시대의 변화에 걸맞게 검찰 공안부의 환골탈태를 촉구한 바 있다. 특히 ‘사회 이해관계인들 사이의 갈등’에 대해서 공안의 시각에서 접근하고, ‘노동조합을 마치 사회 불안 세력이나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바라보는 검찰의 입장은 군사독재 시절의 산물로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 사건을 접하면서, 단 한 발짝의 개선도 없음을 절감하고, 우리는 대체 검찰은 어느 시대의 검찰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2007. 2. 2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백 승 헌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