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금지 집시법 개악에 대한 의견서
- 2007-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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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게시판
[의견서] 복면금지 집시법 개악에 대한 의견서
1. 집회의 자유의 헌법적 의미와 기능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타인과의 의견교환을 위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함께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헌법은 집회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함으로써, (평화적) 집회 그 자체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이나 침해로서 평가되어서는 아니 되며, 개인이 집회의 자유를 집단적으로 행사함으로써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반대중에 대한 불편함이나 법익에 대한 위험은 보호법익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국가와 제3자에 의하여 수인되어야 한다는 것을 헌법 스스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집회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발현의 요소이자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라는 이중적 헌법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아래와 같다.
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로운 인격발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우리 헌법질서 내에서 집회의 자유도 다른 모든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일차적으로는 개인의 자기결정과 인격발현에 기여하는 기본권이다. 인간이 타인과의 접촉을 구하고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며 공동으로 인격을 발현하고자 하는 것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속하는 것이다. 집회의 자유는 공동으로 인격을 발현하기 위하여 타인과 함께 하고자 하는 자유, 즉 타인과의 의견교환을 통하여 공동으로 인격을 발현하는 자유를 보장하는 기본권이자 동시에 국가권력에 의하여 개인이 타인과 사회공동체로부터 고립되는 것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본권이다. 즉 공동의 인격발현을 위하여 타인과 함께 모인다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서 기본권에 의하여 보호될 만한 가치가 있는 개인의 자유영역인 것이다. 집회의 자유는 결사의 자유와 더불어 타인과 함께 모이는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나. 집회를 통하여 국민들이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함으로써 여론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하여 불가결한 근본요소에 속한다. 집회의 자유는 집단적 의견표명의 자유로서 민주국가에서 정치의사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직접민주주의를 배제하고 대의민주제를 선택한 우리 헌법에서, 일반 국민은 선거권의 행사, 정당이나 사회단체에 참여하여 활동하는 것 외에는 단지 집회의 자유를 행사하여 시위의 형태로써 공동으로 정치의사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능성 밖에 없다. 또한, 집회의 자유는 사회·정치현상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공개적으로 표출케 함으로써 정치적 불만이 있는 자를 사회에 통합하고 정치적 안정에 기여하는 기능을 한다. 특히 집회의 자유는 집권세력에 대한 정치적 반대의사를 공동으로 표명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현대사회에서 언론매체에 접근할 수 없는 소수집단에게 그들의 권익과 주장을 옹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소수의견을 국정에 반영하는 창구로서 그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집회의 자유는 소수의 보호를 위한 중요한 기본권인 것이다. 소수가 공동체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장될 때, 다수결에 의한 공동체의 의사결정은 보다 정당성을 가지며 다수에 의하여 압도당한 소수에 의하여 수용될 수 있는 것이다.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것은 관용과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는 다원적인 '열린 사회'에 대한 헌법적 결단인 것이다.
2. 집회의 자유의 보장내용
가. 집회의 자유는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과 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보장한다. 집회의 자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보호되는 주요행위는 집회의 준비 및 조직, 지휘, 참가, 집회장소·시간의 선택이다. 그러나 집회를 방해할 의도로 집회에 참가하는 것은 보호되지 않는다. 주최자는 집회의 대상, 목적, 장소 및 시간에 관하여, 참가자는 참가의 형태와 정도, 복장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
나. 집회의 자유는 일차적으로 국가공권력의 침해에 대한 방어를 가능하게 하는 기본권으로서, 개인이 집회에 참가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또는 집회에 참가할 것을 강요하는 국가행위를 금지하는 기본권이다. 따라서 집회의 자유는 집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하는 국가의 강제를 금지할 뿐 아니라, 예컨대 집회장소로의 여행을 방해하거나, 집회장소로부터 귀가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집회참가자에 대한 검문의 방법으로 시간을 지연시킴으로써 집회장소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국가가 개인의 집회참가행위를 감시하고 그에 관한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집회에 참가하고자 하는 자로 하여금 불이익을 두려워하여 미리 집회참가를 포기하도록 집회참가의사를 약화시키는 것 등 집회의 자유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조치를 금지한다(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
3. 복면금지 집시법 개정의 위헌성
지난해 10월 25일 민주당 이상열의원 등 13인의 국회의원은 “신분확인이 어렵도록 위장하거나 신분확인을 방해하는 기물을 소지하여 참가하거나 참가하게 하는 행위”(제14조 제4항 제4호 신설)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집회, 시위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발현의 요소이자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라는 이중적 헌법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본질적 기본권이라 할 것으로, 이를 보호, 보장하기 위하여 주최자는 집회의 대상, 목적, 장소 및 시간에 관하여, 참가자는 참가의 형태와 정도, 복장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 비추어 위 개정안이 국민의 집회와 시위에 관한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면 이는 위헌적인 개정안으로서 그것을 국회상정 및 입법화하려는 모든 시도들은 즉시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가. 개정안의 불명확성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그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하고 명확하여야 한다.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과도하게 광범위하고, 다의적인 것이 되면 법을 운영하는 당국에 의한 자의적인 집행이 허용되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해당 개정안은 단지 ‘신분확인이 어렵도록 위장하거나 신분확인을 방해하는 기물’이라고만 구성요건이 규정되어 있기에 이에 해당하는 물건이 과연 어떤 것인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불명확한 규정에 의해 금지되는 물건의 폭이 거의 무한대로 확대될 우려가 있고, 경찰의 자의적인 법 집행이 가능해지는 폐단을 낳을 것이 너무나 분명히 예측된다.
위와 같은 개정안의 불명확성을 지적하면 이에 대하여 시행령 등 하위규정을 통해 구체화하면 상관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헌법은 제75조를 통하여 명령 등 하위규정에의 포괄적 위임은 금지하고 있다. 즉, 법률에 그 하위규정에 규정될 내용이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 등에 규정될 내용을 대강이라도 예측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개정안을 보면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무엇이 금지되는 물품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법률안을 통해서 그 내용을 대강이라도 예측할 수 없으며, 금지되는 행위태양인 ‘소지’도 너무나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것이라 그 구체적 유형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해야 할 것이기에 만약 해당 개정안이 하위규정인 대통령령 등으로 구체화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또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정행위가 법률에 기반하여야 한다는 법률유보원칙은 단순히 행정작용이 법률에 근거를 두기만 하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 특히 국민의 기본권실현에 관련된 영역에 있어서는 행정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 스스로 그 본질적 사항에 대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요구까지 내포하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이른바 의회유보원칙. 헌법재판소 1999. 5.27. 선고 98헌바70). 따라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와 같은 본질적인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단지 법률이라는 형식적 요건만을 충족하여서는 안 되고, 그 법률에 기본적인 내용이 직접 정하여져 있어야만 할 것인데, 해당 개정안의 경우는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기본권을 제한하면서도 그 기본적인 내용을 정하지 아니하고 모두 대통령령 등에 위임하고자 하고 있기에 이는 법률유보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다. 과잉금지의 원칙위배
복면금지 집시법개정안을 찬성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해당 개정안이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복면을 착용하면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게 되는 은닉성에 기대어 과격한 행위를 하는 것을 막아 시위가 폭력시위로 변질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사회, 경제적인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 제37조는 어떤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제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본권제한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며, 제한되는 기본권과 그로써 보호되는 기본권간에 균형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단 집회의 자유는 본질적인 기본권으로 단순한 사회, 경제적 이익보다는 훨씬 우월한 가치를 가지고 있어 양자를 단순 비교하여서는 안 되며, 사회, 경제적 이익이 명백하고 심각하게 침해되는 경우에만 이를 보호하기 위해 집회의 자유가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해당 개정안은 집회참가자가 복면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사회, 경제적 이익에 대한 명백하고 심각한 침해가 없음에도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되어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개정안은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 것이라 할 것이다.
4. 결 론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복면금지 집시법 개정안은 그 규정이 불명확하고, 과도하게 본질적 기본권에 해당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기에 헌법적 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를 입법화하려는 모든 노력은 지금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경찰청의 발표에 의하여도 작년 7758건의 집회 가운데 단 38건만 폭력적 행위가 발생하였기에 현실적으로도 폭력시위라는 것을 막기 위해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집회에 대한 허가제가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가제처럼 규정, 운영되고 있는 등 국민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보다는 침해하고 있는 기존 집시법 자체의 문제를 해결하여 보다 합리적이고 타당하며,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집시법으로의 개정이 오히려 필요하다 할 것이다.
2007. 3. 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백 승 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