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기소촉구 의견서

  • 200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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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게시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기소촉구 의견서



경제개혁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주주의법학연구회⋅참여연대

2007. 6. 28





1. 머리말



   삼성에버랜드 주식회사(이하 “에버랜드”라 합니다)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이하 “에버랜드 사건”이라 합니다) 항소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07. 5. 29. 선고 2005노2371 판결)에서 당시 에버랜드 이사이던 피고인들에 대해 업무상배임죄만 인정하였던 1심 판결과는 달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에 대해서도 유죄가 선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 사건의 실질적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언제 소환조사가 이루어질지 불분명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헌법에 의해 국민으로부터 법질서와 정의를 수호하는 임무를 부여 받은 검찰이 대한민국 최강의 경제권력에 대해서도 그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하고 기소를 할 수 있을지 많은 의구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민들의 의구심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에버랜드 사건의 본질에 비추어 국민들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사건의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자이자 주범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법학교수들의 고발이 있은 이후 지금까지 7년의 세월에 걸쳐 단 한 차례도 주범격인 이건희 회장을 소환조사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에 의해 권력이 통제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초법적인 권력이란 있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에버랜드 사건에 임하는 검찰의 태도에서 마치 대한민국에 초법적인 권력이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또한 검찰은 고발 이후 수년이 경과하도록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은 상태로 사건을 방치하고 있다가 공소시효 만료 하루를 앞두고 겨우 하수인에 불과한 에버랜드의 전현직 대표이사 2명만을 기소하였습니다. 검찰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채 사건 수사를 방치하고 있는 동안 많은 증거들이 일실되었을 가능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분야에서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원리가 제대로 실현되기를 열망하는 경제개혁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참여연대 등 4개 단체는 검찰이 이건희 회장을 소환조사하여 기소함으로써 그 임무를 다함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여 귀 검찰에 본 의견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귀 검찰도 에버랜드 사건의 실체에 대하여 그 동안의 수사를 통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리라 믿지만, 귀 검찰의 분발과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에버랜드 사건의 실체와 이건희 회장 소환조사 및 기소 필요성에 관한 저희 단체들의 의견을 귀 검찰에 드리고자 합니다.  



2. 법원 판결에서 인정된 에버랜드 사건의 기본적인 사실관계



  에버랜드의 이사들인 허태학, 박노빈은 1996. 당시 자산총액이 8,387억 원인 반면, 자본금 규모가 35억 3,600만 원에 불과하여 지배지분의 확보가 용이한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이재용 등으로 하여금 적은 자금으로 취득하게 하려는 계획 하에, 1996. 10. 30. 에버랜드 이사회에서 전환사채 발행 결의를 하였는바, 위 이사회결의는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효였습니다.



  그런데도 위 허태학, 박노빈은 당시 에버랜드의 주주 26명 중 제일제당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주주들이 각자에게 배정된 전환사채(전환사채 발행총액의 약 97%)를 실권하자, 1996. 12. 3. 이사회를 개최하여 현저하게 저가인 전환가격 그대로 실권된 전환사채 전부를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이윤형(이하 “이재용 등”이라고 합니다)에게 각 배정하는 결의를 하고, 같은 날 이재용 등은 자신들에게 배정된 위 전환사채를 인수한 후 곧바로 주식으로 전환하였으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재용 등은 불과 96억 6,181만원의 적은 자금으로 에버랜드 전체 발행주식수의 약 64%에 해당하는 지분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3. 고발 및 기소된 사건의 경과



  1996. 10.경 에버랜드 사건이 발생한 이후, 2000. 6.경 전국 법학교수 43인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의 혐의로 이건희 회장을 비롯하여 에버랜드의 이사 및 감사 전원과 에버랜드의 법인주주 대표이사 전원 등 33명을 고발하였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그로부터 무려 3년 6개월이 지난 2003. 12.경에서야 피고발인 중 에버랜드 실무경영진 2명만을 불구속기소하는 것에 그쳤고, 2007. 5. 29. 기소된 2인의 피고인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4. 에버랜드 사건과 관련하여 추가 기소되어야 할 피의자들



  에버랜드 사건은 형식상 첫째, 전환사채를 헐값의 전환가격으로 발행한 후 기존주주들로 하여금 실권을 하게 한 후 이재용 등에게 실권된 전환사채를 배정하여 인수하게 함으로써 에버랜드에 적정 전환가격과의 차액 상당의 손해를 끼친 이건희 회장 등과 에버랜드 이사들의 배임행위(이하 “에버랜드가 피해자인 배임행위”라고 합니다)와 둘째, 현저하게 저가로 발행된 전환사채를 인수했을 경우 얻게 되었을 이익을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제일모직⋅삼성물산 등 법인주주 이사들의 배임행위(이하 “각 법인주주가 피해자인 배임행위”라고 합니다)로 구성되지만, 주주들의 실권행위와 이재용 등의 인수행위는 객관적으로 보아 단일한 의사로 이루어진 하나의 행위라고 보아야 하고, 그 본질에 있어 이는 삼성그룹 전체의 경영권 승계계획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행위입니다.



  그동안 검찰에 대하여 “각 법인주주가 피해자인 배임행위”에 대해서도 공소시효 만료 전에 기소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들이 제기되었으나, 검찰은 끝내 아무런 조치 없이 공소시효를 도과한 바 있습니다. 다만 “에버랜드가 피해자인 배임행위”에 대해서는 그 일부 이사에 대한 기소로 공소시효가 중단되어 있는 만큼, 에버랜드 사건 전체를 총괄 지시하거나 전체 계획을 승인한 지위에 있는 이건희 회장 및 이에 가담하여 전환사채 실권절차에 협력한 공범관계에 있는 에버랜드 법인주주들의 당시 이사들에 대해 검찰이 추가기소를 하여야만 할 것입니다.



이하에서는 현재 공소시효가 중단되어 있어서 기소가 가능한 부분인 “에버랜드가 피해자인 배임행위”와 관련하여, 1, 2심 판결에서 나타난 공모사실을 추단할 수 있는 사실관계,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과정 등에 대해 살펴보고, 이건희 회장 및 당시 각 법인주주들의 이사들이 기소되어야 할 이유에 대하여 의견을 드리고자 합니다.



5. 이건희 회장의 지시 또는 승인 및 그룹 차원의 기획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근거들에 대하여



  가.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하여 전환사채를 몰아서 배정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허태학, 박노빈이 이재용 등에게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하여 주주들의 실권을 전제로 현저하게 낮은 전환가격으로 발행한 전환사채를 실권절차 후 이재용 등에게 몰아서 배정해주는 방법으로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인수하게 하였다는 것이 1, 2심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입니다.



  즉 허태학, 박노빈이 전문경영인에 불과한 지위에서 1996. 10. 30. 무효인 이사회결의에 근거하여 당시 에버랜드가 부도 위험 또는 신기술의 도입 등 긴급한 경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통상의 자금조달의 범위를 넘어서 특정의 제3자에게 실권된 전환사채 전부를 몰아줌으로써 에버랜드의 지배권이 변동되었는바, 위 피고인들이 발행한 전환사채(2,000,000주)는 그 전환권이 행사될 주식 수가 에버랜드의 설립 후 30년간 발행된 주식 총수(707,200주)보다 훨씬 많았다는 점, 전환사채는 당초부터 주식으로서의 성격이 강했던 점, 피고인들이 이재용 등이 주식취득을 목적으로 전환사채를 인수한 것임을 알고 있었던 점, 이미 발행된 주식의 수보다 더 많은 수량의 잠재적 주식을 특정한 제3자에게 전부 넘겨주면 지배권이 변동된다는 것을 피고인들이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지배권 변동이 가능하도록 실권된 전환사채를 이재용 등에게 몰아서 배정하여 지배권이 변동되는 결과가 발생한 점 등을 종합하여 이를 인정하였습니다.



  판결을 통해 밝혀진 바와 같은 지배권의 변동결과를 초래한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발행과 실권절차 및 실권된 전환사채의 이재용 등으로의 배정 등의 일련의 행위에 이건희 회장 및 각 법인주주들의 이사들이 관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가담하였는지가 공모관계 인정의 핵심이라고 할 것입니다.



  나. 이건희 회장의 실권 및 딸들에게 인수자금 증여



  이건희 회장은 당시 에버랜드의 이사이자 13.16%의 주주의 지위에 있었는데, 자신에게 배정된 13억원 상당의 전환사채의 인수를 포기하고, 전환사채 청약일인 1996. 12. 3. 이부진 등 딸들에게 합계 48억원을 증여하여 전환사채를 인수하도록 하여 이부진, 이서현, 이윤형이 각 지분 10.46%의 주주가 되게 한 반면, 이건희 회장 자신의 지분은 4.65%로 하락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이건희 회장이 자신에게 배정된 전환사채를 포기하면서도, 전환사채 청약 당일에 전환사채 인수대금의 369%에 해당하는 48억원을 증여세까지 부담하면서까지 딸들에게 증여하여 전환사채를 인수하도록 한 것은, 이건희 회장 스스로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이재용 등에게 넘겨주고자 하였으며,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지시, 가담하였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하겠습니다.



  다. 이건희 회장, 홍석현과 중앙일보 및 에버랜드 지배권 사실상 교환



  중앙일보는 당시 지분율 48.24%로서 에버랜드의 1대 주주였는데, 중앙일보에 배정된 전환사채 인수대금은 불과 48억원이었는데도 인수를 포기하여, 지분율이 17.06%로 하락하였습니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결의 직전인 1996. 10. 26. 30억원의 전환사채를 주주배정 후 실권 시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하였는데, 당시 중앙일보 지분율 26.44%를 가진 1대 주주인 이건희 회장이 위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음으로써 그 지분율이 20.34%로 하락한 반면, 지분율이 0.58%에 불과하던 홍석현은 제일제당을 제외한 모든 주주들이 청약을 포기한 전환사채를 전부 인수하여 주식으로 전환함으로써 21.51% 지분을 가진 1대 주주로 부상하였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중앙일보 전환사채 발행 당시 실권하여 중앙일보 1대 주주인 지위를 포기한 것은 이건희 회장의 직접적인 개입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것인바, 이와 같이 이건희 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시점과 불과 나흘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시기에 에버랜드와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발행된 중앙일보 전환사채의 인수를 포기하여 중앙일보의 1대 주주인 지위를 포기하고, 중앙일보는 에버랜드의 전환사채의 인수를 포기하여 에버랜드의 1대 주주인 지위를 포기한 것은,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의 지배권 이전이라는 점에서 이건희 회장의 지시나 승인이 없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입니다.



  라. 실권하지 않은 제일제당에 대해 추가 인수 여부에 관하여 아무런 문의가 없었던 점에 대하여



  그룹 차원의 공모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또 다른 정황증거는 중앙일보 및 에버랜드의 각 전환사채 발행 당시 계열사인 법인주주들이 모두 전환사채 인수권을 포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제일제당만이 포기하지 않고 제일제당에게 배정된 중앙일보와 에버랜드의 각 전환사채를 모두 인수하였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다른 법인주주들과는 달리 당시 제일제당은 이건희 회장과 그룹 후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었고, 이미 계열 분리를 완료한 상태여서 이건희 회장의 지배권이 미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허태학, 박노빈 등 에버랜드의 이사들은 기존 주주들 중 유일하게 전환사채를 인수한 제일제당에게 대량 실권이 발생한 사실 및 추가로 인수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아무런 문의도 하지 않은 채 청약일이 다 지나기도 전에 이사회를 개최하여 실권된 전환사채를 이재용 등에게 모두 배정하였는바, 이 역시 전환사채 발행이 처음부터 이재용 등에게 지배권을 이전할 목적으로 그룹 차원에서 기획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마. 갑자기 전환사채 발행을 기획한 점에 대하여



  에버랜드는 전환사채 발행 당시인 1996.말을 기준으로 총자산 8,387억원 상당, 자본총계 1,581억원 상당이었고, 신용등급 A3의 평가를 받는 등 매우 양호한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1995. 300억원, 1996. 6. 12. 500억원, 1997. 1,200억원의 각 회사채를 발행하였고, 1996. 10.부터 11. 사이에 삼상생명으로부터 370억원의 장기차입금을 조달하기도 하는 등 회사채 발행과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장단기 차입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였습니다.



  에버랜드는 이 사건 전환사채 발행 이전 및 이후에 한 번도 전환사채 발행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자금에 관하여 월 단위, 분기 단위, 년 단위 등으로 사전에 자금조달계획을 세워서 시행하여 왔는데, 이 사건 전환사채는 위 사전 자금조달계획 및 1996. 9. 25.경 작성된 ‘10월 월간 자금계획서’에도 전혀 발행이 예정되어 있지 않다가, 1996. 10. 11. 급하게 전환사채 발행을 검토하기 시작하여, 1996. 10. 30. 정족수 미달로 무효인 이사회에서 전환사채 발행을 결의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급작스럽고 불필요한 전환사채 발행계획은, 에버랜드 내부에서의 의사결정이 있었다고 하기 보다는 그룹 차원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바. 구 상속세법의 개정 상황에 대하여



  1996. 1.경부터 정부가 신종 금융상품인 전환사채 등을 이용한 변칙 증여 등 정상적인 거래를 통하지 아니하고 특수관계에 있는 자와의 거래를 통하여 받은 이익을 증여로 보고 그에 대한 증여의제 과세제도를 새로 마련하는 방안으로 구 상속세법의 개정을 추진하면서 1996. 6.경 공청회를 개최하고, 1996. 8.경 입법예고를 한 다음, 1996. 10. 2.경 그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는 사실이 언론 등을 통하여 알려졌습니다.



  이건희 회장으로서는 증여세를 내지 않고 이재용에게 지배지분을 넘겨주기 위해서는 구 상속세법이 개정되기 이전에 전환사채 발행을 서둘러야 할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당시 구 상속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하여 평가한 에버랜드 주가는 1주당 127,755원이었던 바, 적법하게 세금을 내고서는 에버랜드의 지배 지분 획득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사. 이재용은 전환사채 배정 결의 이전에 전환사채 인수대금을 미리 준비했고, 이건희 회장 일가의 개인 재산 관리는 삼성그룹 구조본이 하였던 점에 대하여



  이재용은 1994. 10. 10.부터 1996. 4. 23.까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61억 4천만원을 증여받아 증여세를 납부한 후 나머지 자금으로 에스원의 주식 121,880주와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 694,720주를 취득한 후 불과 1~2년 내에 위 두 회사의 주식이 상장되어 주가가 급등하자 이를 매각하여 약 539억원 가량의 매매차익을 남겼는데, 이재용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대금은 1996. 11. 13.부터 1996. 11. 19.까지 사이에 3회에 걸쳐 에스원의 주식 60,000주를 매각하여 보관 중이던 금액의 일부인 약 48억원을 1996. 12. 3. 인출하여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대금으로 납입하였습니다.



  이재용은 에버랜드 이사회가 1996. 12. 3. 제일제당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의 대량 실권 사태가 발생하여 이재용 등에게 실권된 전환사채를 배정할 것을 결의하기 이전인 1996. 11. 13.부터 이미 전환사채 인수대금을 미리 준비하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에버랜드 주주들의 대량 실권 및 이재용 등에게로의 배정은 사전에 예정되어 있었다는 것이 명백하고, 이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나 승인 또는 그룹 전체 차원의 기획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또한 항소심 공판을 지켜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2004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이학수와 김인주가 “이건희 회장이 김인주 팀장에게 개인 재산을 맡겼고, 김인주 팀장은 박재종 전무(사망)에게 실무처리토록 했다”고 한 진술조서를 참고자료로 제출하였는바, 검찰은 위 진술조서에 대하여 “김인주가 이건희 회장의 개인재산을 관리해 왔고, 박 전무 등 2~3명을 담당자로 지정해 이건희 회장 자녀의 주식⋅예금⋅채권도 관리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정황으로 보더라도 이재용 등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도 평소 이건희 회장 일가의 재산을 관리하던 그룹 구조본의 주도면밀한 계획 하에 이루어진 것임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아. 이재용 후계구도 완성 과정의 일부였던 점에 대하여



  이재용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종잣돈 61억 4천만원으로 주로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매입, 상장 차익을 얻는 방법과 삼성그룹 계열사가 저가로 발행한 BW, CB 등 신종사채를 인수하여 지분을 늘리는 방법을 이용하여 사실상 삼성그룹 지배주주로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재용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61억 4천만원을 증여받아 에스원 및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을 취득한 후 불과 1~2년 내에 위 두 회사의 주식이 상장되어 주가가 급등하자 이를 매각하여 약 539억원 가량의 매매차익을 남겼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은 증여세 16억원만을 냈을 뿐, 주식 상장에 따른 시세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지 않았습니다.



  제일기획은 1996. 3. 전환사채 18억원 상당을 전환가격 1만원에 발행하였는데, 이재용이 이를 대부분 인수함으로써 지분율 29.7%의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이재용은 제일기획 상장 후 주당 5만원에 매각하여 132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습니다. 그 후 이재용은 1996. 12.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인수하여 지분 31.37%를 보유한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이재용은 1997. 3. 삼성전자가 발행한 전환사채 약 450억원 상당을 인수하였는데, 위 전환사채의 전환가격 5만원은 발행일의 주식 시가보다 1만원 가량 낮게 책정된 것이었습니다. 당시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1997. 주식 전환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으며, 이는 2심에서 인용되었으나, 2심 결정 하루 전 이재용은 전환권을 행사하여 약 90만주의 삼성전자 주식을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삼성SDS는 1999. 2. 230만주의 신주인수권부사채(행사가 7,150원)를 발행하였는데, 이재용 등 및 이학수, 김인주가 이를 전량 인수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는 1999. 10. 부당내부거래로 적발하였습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전환가가 당시 장외가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가격이며, 삼성SDS의 수익 전망이 유망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등에 이득을 제공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BW를 발행했다고 판단하여, 당시 삼성SDS의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였으나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하였고, 헌법소원을 냈으나 각하 결정을 하였습니다. 현재 삼성SDS 건에 대해서는 경제개혁연대가 재고발한 상태입니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재용의 계열사 지분 인수와 매각, 주식연계증권 인수와 행사는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전체적으로 구상되어 단계적으로 시행된 것입니다. 특히 에버랜드가 1998. 삼성그룹의 주요 상장⋅비상장 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사실상 지주회사이자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올라선 것 역시 이재용 등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와 인과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1998. 말 이건희 회장과 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전현직 임원들로부터 삼성생명 주식을 주당 9,000원의 가격으로 인수하였는데, 이를 통해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10.00%에서 26.00%로, 에버랜드의 지분율은 2.25%에서 20.67%로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이렇게 갑작스런 지분변동은 이건희 회장과 에버랜드가 임직원의 소유 주식을 매입했거나, 기존에 명의신탁된 비실명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한 경우를 상정할 수 있으며, 따라서 어떤 경우를 상정하든 지분의 위장 분산 및 탈세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은 1999. 6. 삼성자동차 부채처리와 관련해서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20%)를 주당 70만원에 사재출연 하였는데, 결국 1년도 안되는 기간에 삼성생명 주식가치를 9,000원에서 70만원으로 평가한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고,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삼성SDI와 삼성생명이고, 삼성SDI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입니다. 그래서 삼성생명을 지배하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데,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에버랜드입니다. 그리고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는 이재용인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은 삼성그룹의 지배권을 이재용에게 이전하는 치밀하게 계획되고 준비된 것이었고,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사건 역시 이재용으로의 후계구도 완성과정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의 지시나 승인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추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6. 법인주주들의 실권의 부당성에 대하여



  가. 당시 에버랜드의 재무상황



  에버랜드는 1990.부터 2000.까지 기간 동안 매출액은 1993.과 IMF의 여파가 미친 1998.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증가하였고, 그 영업이익 또한 지속적인 신장세를 보여 왔으며, 당기순이익도 세계적인 테마파크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따른 차입금의 증가로 적자를 기록한 1995.부터 1997.까지를 제외하고는 매년 흑자를 기록하였고, 적자를 기록한 시점에서도 여전히 높은 신용상태를 유지하였습니다.



나. 중앙일보의 경우



  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이던 중앙일보는 1990. 당기순이익 약 5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이후 1996.까지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었으며, 1996.에는 자산총계가 약 6,595억원, 자본총계가 약 1,186억원에 이르렀으며, 1994. 10.경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를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기는 하였으나,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제일기획 및 삼성전자의 주식을 1997.까지 거의 처분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1996. 제일기획의 주식 10,634주를, 1997. 중앙엠앤비의 주식 92만주를 각 추가로 취득하였고, 에버랜드의 주식은 1998. 12. 31.에 이르러서야 삼성카드 및 삼성캐피탈에 각 매도하였습니다.



  다. 제일모직의 경우



  에버랜드의 2대 주주였던 제일모직은 1996. 자산총계가 약 1조 4,814억원, 자본총계가 약 4,455억원에 이르렀고, 매출액도 약 9,835억원으로 1995년도 매출액 대비 약 808억원이 증가하였으며, 경상이익은 적자를 기록하였으나 보유자산의 처분 등에 의하여 당기순이익 약 392억원의 흑자를 시현하였습니다. 또한 1996. 삼성그룹 계열회사로서 비상장회사인 광주전자의 주식 319,978주 24억 5,100만원 상당, 제일기획의 주식 18,081주 9천만원 상당을 각 취득하였고, 에버랜드로부터 캐리비안베이 시설이용권 12억원 상당, 골프장회원권 8억원 상당을 각 매입하기도 하였습니다.



  라. 삼성물산의 경우



  에버랜드의 3대 주주였던 삼성물산은 1996. 자산총계가 약 5조 9,918억원, 자본총계가 약 1조 3,276억원에 이르렀고, 매출액도 약 24조 1,317억원으로 1995년 대비 약 4조 8,779억원이 증가하였으며, 당기순이익은 약 435억원의 흑자를 시현하였습니다. 1996. 중 캐리비안베이 시설이용권 36억원 상당을 신규로 매수하였고, 에버랜드 소유의 골프장 회원권 보증금 증가분 44억원을 추가로 납부하였으며, 삼성할부금융 주식 200만주를 100억원에, 신공항고속도로 주식 350만주를 177억원에, 에스원 주식 265,350주를 308억 9천만원에 각 취득하였습니다.



  마. 실권의 부당성



  한편, 당시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대금은 중앙일보의 경우 약 48억원 상당, 제일모직의 경우 약 14억원 상당, 삼성물산의 경우 약 5억 2천만원 상당이어서 위 각 회사의 당시 재무상황에 비추어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는 금액이었고, 1, 2심 판결에서 인정된 바와 같이 에버랜드 전환사채는 현저하게 저가로 발행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부 실권하여, 중앙일보의 경우 지분율 48.24%에서 17.06%로, 제일모직의 경우 14.14%에서 5.00%로, 삼성물산의 경우 5.23%에서 1.85%로 각 하락하였고, 위 각 회사에 배정된 전환사채를 인수하였더라면 얻었을 에버랜드 주식의 실제가치에서 전환사채 인수대금의 차액 상당의 이익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습니다.



7. 결론



  2007. 5. 29. 허태학, 박노빈에 대하여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사건 발생 후 10년 6개월, 고발 후 7년이 지나도록 검찰은 가장 핵심적인 피고발인인 이건희 회장을 단 한 번도 소환조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에버랜드 전현직 대표이사들에 대한 형사재판 과정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사건은 삼성그룹 차원의 공모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고, 항소심 판결 및 언론 보도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이와 관련하여 이학수, 홍석현, 현명관 등 그룹의 핵심적인 인물들에 대한 소환수사도 했고,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와 이재용 등에 대해서도 서면조사가 이루어진 상태입니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검찰은 이건희 회장의 개입을 인정하는 진술이나 물증은 없지만 비서실 개입 등 이미 확보한 정황증거로 공모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에 필요한 여건은 이미 충분히 갖추어진 상황이며, 삼성그룹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에 대한 법적 단죄를 통한 정의구현은 그 주범에 해당하는 이건희 회장에 대한 기소 없이는 결코 있을 수 없다 하겠습니다.



  만일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와 기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삼성이라는 거대 경제권력 앞에 검찰이 굴복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은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헌법상의 권한행사를 권력 앞에 포기한다면 이는 검찰로서도 대단히 치욕적인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런 경우 검찰이 아닌 특별검사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검찰은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와 기소를 통해 법 앞의 평등원칙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민주국가의 평범한 진리를 국민들에게 확인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 이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