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 위장도급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 2008-07-14
- 1
- 일반게시판
[ 논 평 ]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 위장도급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지난 7. 10. 대법원 제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현대미포조선 사건에서 현대미포조선이 하청업체인 용인기업과 체결한 도급계약은 '위장도급계약'에 불과하고 신기철 외 29명의 노동자들은 원청회사인 현대미포조선과 채용 당시부터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대법원은 현대미포조선이 원고들의 채용, 승진, 징계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고 작업과정에 있어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고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하여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음은 물론 하청업체인 용인기업은 독자적인 사업장비 등 사업경영상 독립적인 물적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모두 현대미포조선이 이를 제공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점들을 근거로 '용인기업은 형식적으로는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소속 근로자들인 원고들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자신의 사업을 수행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피고 회사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하였을 뿐이고 오히려 피고 회사(현대미포조선)가 원고들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는 직접 피고 회사가 원고들을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였다.
오늘날 파견, 용역, 도급 등의 이름으로 실질적인 사용자인 원청회사는 뒤에 숨어 사용자로서 마땅히 져야 할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하고 그 모든 것을 결정권도 없는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간접고용방식의 고용형태가 고용불안과 차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원청회사는 하청업체와의 계약해지를 무기로 하청 노동자들에게 저임금을 강요하고 그나마도 용역업체가 중간이득을 취함으로써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이중의 중간착취가 만연하게 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원청회사는 형식적 근로계약의 부존재를 이유로 사용자로서의 노동법적 책임을 전면 부정하고 있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3권 행사는 물론이고 이들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는 너무나도 요원한 상태이다.
KTX 여승무원, 이랜드 뉴코아의 용역전환, 기륭전자, 코스콤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절규가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종래 소사장 제도나, 모자회사 관계 등 경영적 지배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하던 원청회사와의 직접 근로관계를 더 넓게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그리고 이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 단순한 인력파견에 불과한 사내하청을 비롯한 간접고용 형태에 대하여는 적극적으로 원청회사와의 직접고용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도급계약으로 쉽게 그 책임을 회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파견과 도급의 기준 역시 엄격히 하여 도급계약의 요소를 완전히 갖추지 못하였다면 이를 파견으로 보아 원청사업주에게 최소한의 사용자 책임이라도 묻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도급계약으로 판명이 나는 경우에도 원청사업주가 하청회사의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나 노동3권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절대적이라고 할 것이므로 원청사업주가 영향을 미치는 사항들에 대하여는 적극적으로 사용자로서 연대책임을 부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정부와 국회에 대하여도 외주화, 하청, 용역전환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간접고용에 대한 폐해를 방지할 제도 개선책을 하루 빨리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생기는 경제적인 이익을 독점하고 그들에 대하여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원청사업주가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위 대법원 판결은 우리 사회가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가는데 중요한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다. 대법원이 사회적 차별과 고용불안의 진원지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근로관계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인 해석을 이어감으로써 비정규직의 양산과 차별 확산을 차단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2008월 7월 14일
회 장 백 승 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