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위헌적인 제3자 개입금지 도입 시도를 당장 철회하라

  • 2009-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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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 평 ]


위헌적인 제3자 개입금지 도입 시도를 당장 철회하라






1. 정부는 용산 참사와 같은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재개발 현장에서의 제3자 개입금지조항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용산 참사의 원인을 세입자들을 돕기 위한 단체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는, 그야말로 경악할 만한 수준의 대책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은 노동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1980년 신군부에 의해 도입되었던 것으로 그 위헌성이 문제되어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집권하고 있던 1997년에 폐지된 조항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미 10여년 전에 스스로 폐지한 조항을 재개발 현장에서 부활하고자 하는 정부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 과거 제3자 개입금지조항이 폐지되기 전 이 법에 의해 무수한 사람들이 구속되고 처벌되었다. 모든 지원․연대활동이 제3자 개입금지라는 이름으로 금지되고 처벌되었다. 그런데 만약 다시 제3자 개입금지조항이 도입된다면 또다시 이 조항을 빌미로 무수한 사람이 처벌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적용과정에서의 위험성 외에 헌법논리상으로도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헌적인 요소로 가득차 있다




3. 제3자 개입금지조항은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제3자 개입금지조항이 도입되면 철거민들에게 조언을 하거나 지지를 하는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된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조언과 상담, 지원을 받는 것이 필수적임에도 이런 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이다. 사업을 추진하는 측에서는 전문가, 관리, 경찰 등 공권력을 모두 다 동원할 수 있지만, 철거민은 주거단체로부터의 지원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차별적 조항이 제3자 개입금지조항이다. 과거 제3자 개입금지조항이 노동자들을 위해 활동한 사람들에게만 적용되었던 반면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 적극 봉사하며 활동한 사람들에게는 그 적용이 배제되어 차별적으로 적용되어 왔던 점을 보더라도 이 법이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의 문구는 제3자 개입금지 조항 앞에서는 장식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4. 제3자 개입금지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


죄와 형벌이 명확하게 법률상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헌법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그러나 ‘제3자’와 ‘개입’이라는 개념은 그 내용이 모호하여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 행위인지 알기가 어렵다. 단순히 지지방문을 하거나, 인사하는 것, 상담과 조언을 하는 것도 개입이 되고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노동자들을 조력할 지위에 있는 변호사나 상담원, 같은 계열회사의 노동자, 인근지역의 노동자나 동종 산업의 노동자도 이 조항에 의해 구속되고 처벌되었다. 불명확하고 애매한 처벌규정은 법집행 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하여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실질적인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




5. 제3자 개입금지조항은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주거와 관련한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이 주거정책에 대해 조언과 상담을 하는 것이 제3자 개입금지조항에 의하면 금지될 수 있다. 재개발조합 등의 당사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철거민의 요구에 의해, 또는 스스로의 의사에 의해 철거의 문제점에 대해 의사를 표명하고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제3자 개입금지조항이 도입되면 이러한 모든 행위가 전면적으로 금지될 수 있으므로 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1995년 유엔의 인권이사회도 제3자 개입금지가 B규약 제19조 제2항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재검토하고 장래에 이러한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요구하였다.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은 민주주의가 기능하기 위해서 반드시 보장되어야만 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법이다.




6. 현행법상 직접 가담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불법행위의 공모와 교사는 충분히 처벌될 수 있다. 이 조항을 도입하고자 하는 숨은 의도는 재개발, 철거와 관련한 의사표현과 자유로운 행동을 금지하고 처벌하고자 하는 것이다.




어떠한 사회적 합의도 없이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는 법은 법이 아니라 한낱 조롱거리일 뿐이다. 위헌적인 제3자 개입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2009년 1월 2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  장  백 승 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