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잡담] 어리버리 신입변의 좌충우돌 사법농단규탄법률가농성단 참가기 / 이경재 변호사
- 201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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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게시판
참고로 본 잡담은 1%의 진실과 99%의 허구로 이루어진 것으로, 위법행위에 관한 진술이 아님을 명백히 합니다.
11시30분 :
드디어 교수님들, 피해당사자들 및 변호사들의 발언이 시작되었다.
노동위원회 위원장만 수 회 연임하셨다는 K변호사님의 피를 토하는듯한 일갈은 정말 소름이 돋는다. 아 그래도 덥다. 선글라스로 간간이 문 뒤쪽 경찰들 동태를 살폈으나, 피해자 기자회견보다는 오히려 긴장을 늦춘 상태다. 두근두근 거리는 박동소리는 나만 느끼는 건지, 혹시 모를 위급사태에 대비한 녹음은 잘되고 있는지, 모든 것이 걱정이다. 혹시라도 체포되면 이 녹취가 증거자료가 되나? 이거 지금이라도 녹음하지 말아야 하나? 체포되면, 집에 연락가나? 그럼 뭐라 말하지?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정말 덥다.
앞에 있는 기자들도 지치기 시작했는지 점점 현장을 떠나고 있다.
12시 20여분경 :
기자회견문은 얼추 끝나간다. 침을 삼켰다. L교수님이 ’농성을 시작합니다!‘ 선언하셨다. 사회를 맡은 R변호사가 “여러분들 뒤를 향해 주십시오” 외쳤다. 대법원 동문은 여전히 닫혀 있고, 경찰들은 당황했는지 미동도 없다.
그 순간 게시판 앞에서는 대형천막이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천막으로 향해주십시오” R변호사가 지시한다.
벌써 게시판 앞은 아수라장이다. 사복을 입은 정보과 형사들은 누군가에게 항의하고 있고, 법률원장인 K변호사님 등은 ’날씨가 덥잖아요. 그냥 그늘 만들려고 친거에요‘라는 말을 넉살좋게 형사들에게 말하고 있다. ‘이렇게 시간을 끄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주말장터에서나 봄직한 대형천막은 벌써 완성이 되었고, 은박 바닥을 한창 깔고 있는 찰나였다. 얼떨결에 천막 안 중앙에 껴서 말려있는 바닥을 피려고 손을 내밀었다.
누군가의 “너 뭐야” 소리가 들린다. (아 경찰들이 투입되어 막기 시작하는구나 혼자 생각했다) 그 다음 “막아 막아” 소리가 들렸다. (아 이제 체포되는건가)
그런데 사람들이 나를 잡기 시작했다.
‘뭐지???’ 하는 순간. 당혹. 그리고 깨달음.
‘아 나는 오해당하고 있구나’
"같은편이에요, 같은편이에요! 잡지마세요" 소리를 질렀다. 이런.
이럴수가. 경찰로 여겨지는 허탈함 속에 다시 바닥을 깔았다. 그러나 이미 맥은 빠졌다.
여하튼 천막은 완성되고, 판넬을 든 법률가들은 신속히 천막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다행히도 경찰들의 물리적 저지 없었다. 신난 건 기자들. 후레쉬 소리가 작렬한다.
그래도 덥다.
L변호사의 사회로 1인 발언 시작되고, 천막농성단은 안정기로 돌입하였다.
뭔가 비장함으로 시작했으나 정보과 형사로 오인당함으로 인해 허탈함으로 끝났다.-사복경찰은 정장 차림새에 시커먼 얼굴에 깍두기머리, 그리고 매서운 눈매를 연상했는데, 근데 그런데 그게 나라니. 나라니.ㅜㅜ
이렇게 시작된 법률가농성단의 천막은 시국미사를 끝으로 14일 만에 철거되었다. 쌍차 수석부지부장님은 농성 2주 내내 집요한 나의 원망을 들으셨다. 농성이 끝난 후 며칠간은 아침마다 왠지 동문에 가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곧 평상시처럼 복귀가 되더라.
그러나 곧 30번째 죽음이 쌍차지부를 찾아왔고, 대한문에 다시 분향소가 차려 졌다.
모두들 지치지않고 끝까지 연대하길, 그들이 우리를 도왔듯이, 우리가 그들을 도울 수 있기를.
농성단에서 친해진 D변호사님이 주신 엽서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그리고 한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