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여성위][성명]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형법상 낙태죄 폐지 권고를 환영한다.
- 2020-08-22
- 1
- 일반게시판

작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조항이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임을 확인하였다. 낙태죄 조항은 자신의 몸으로 임신∙임신중지를 하는 여성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여성들이 안전하지 않은 방법으로 임신중지를 하도록 함으로써 그 입법 목적(태아의 생명보호와 모체의 건강보호)과 상반된 결과를 초래해 왔다. 실효성이 없음에도, 여성들은 두려움과 도덕적 비난을 경험해야 했다. 낙태죄는 국가의 인구정책에 따라 ‘가족계획’이 장려되던 7, 80년대에는 적용되지 않다가, ‘저출산’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던 2010년대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적용되기도 했다. 낙태죄 조항과 결합하여 ‘우생학적’ 사유로 인한 임신중지를 처벌하지 않는 모자보건법 규정은 인구의 질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적용되었다.
임신중지는 국가의 인구정책이 아니라 개인의 성과 재생산의 권리, 건강권으로서 보장되어야 할 권리이다. 이런 점에서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권고안이 향후 관련 대책을 마련할 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하여 ‘성과 재생산∙건강권을 존중∙구현’할 것, 즉 개인의 권리 보장을 기본원칙으로 하여야 함을 명확히 한 점은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권고안은 임신의 주수별로 낙태의 허용과 조건부 허용, 불허용으로 처벌기준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전면 비범죄화가 법 개정 방향이어야 함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임신 주수를 명확히 특정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방식은 형사처벌 기준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 주수에 따라 처벌 조항을 유지할 경우, 나이가 어리거나 장애가 있어 초기에 임신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거나, 시술 비용을 구하지 못하여 적기에 임신 중지를 하지 못한 여성들의 성과 재생산 권리, 건강권을 침해하게 된다. 세계적으로도 교육과 사회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안전한 임신중지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화하고 있으며, 임신의 주수를 구분하는 것은 처벌이 아니라 적절한 사회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한 기준이 되고 있다.
임신중지 권리는 개인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에서 더 나아가 차별과 폭력 없는 사회에서 살아갈 권리와 연결된다.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임신중지와 관련한 대책에 모자보건법의 전면개정과 함께 교육(성교육, 성평등교육, 인권교육)의 실시, 사회서비스의 확충, 차별과 폭력이 없는 성평등하고 안전한 사회 조성을 위한 조치를 포함하여야 한다고 권고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법무부는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낙태죄 폐지 개정안을 마련하고, 개인의 성과 재생산권∙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하여 시행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