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노동탄압 종합세트를 동물단체에서 보게 될 줄이야 / 김소리
- 202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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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탄압 종합세트를 동물단체에서 보게 될 줄이야
국내 3대 동물단체 중 하나인 ‘동물권 행동 카라’(이하 “카라”) 내부에 부당징계 등 노동 이슈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처음 들은 건 지난 해 12월 경입니다. 그때만 해도 별일 아니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카라 내부 사정을 잘 모르기도 하고, 무엇보다 ‘카라’였으니까요. 카라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리틀 포레스트>로 잘 알려진 임순례 감독이 오랜 기간 대표로서 활동하며 대중들에 잘 알려진 동물 단체입니다. 이런 곳에서 부당징계라니? 낯설게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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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4일 광화문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진행된 동물 폭행·탈세 공범·배임 의혹 카라 전징경 대표는 사퇴 촉구 기자회견[/caption]
카라노조는 지난 6. 12. 노동위원회 저녁모임에 와서 위와 같은 카라 내부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공유해주셨습니다. 노조 분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배경부터, 카라가 활동가 60명 이상, 연간 후원금 65억 원 이상의 거대 조직임에도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이 작동되기 보다 사실상 전진경 대표 1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점, 3개월 단위 계약직의 증가, 비정규직 증가로 인해 내부 문제제기가 어려운 점, 노조 설립 이후 전진경 대표 등의 노조에 대한 불인정, 혐오 발언 등 여러 문제를 공유해주셨고, 이를 들은 노동위 위원들은 노동탄압 종합세트 같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카라노조 법률지원팀은 6. 19. 앞서 밝힌 여러 문제 사항에 대해 공익제보자보호법상 비실명대리신고 형태로 관련자들을 고발했습니다. 전진경 대표는 여전히 자신의 문제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대형 로펌을 선임하여 노조 지회장과 심지어 공동대첵위원회 위원장을 고소하기까지 했습니다. 노조의 활동에 대해 자꾸 카라 무너트리기라고 주장합니다. 카라 무너트리기가 아니라 카라를 정상화하기 위한 것인데 말이죠. 누가 카라를 무너트리고 있는 건지 정말 모르는 걸까요?
한편, 마지막으로 카라 문제는 노동문제이기도 하지만 국내 동물권 운동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동물단체 활동가라는 지위와 노동 관계 법령상 노동자로서의 지위는 상호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카라의 활동가들은 동물단체 활동가이면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에 의해 생활하는 노동자입니다. 그 누구도 한 개인에게 헌신을 요구하고 착취할 권리는 없으며 노동자는 자신의 근로조건 개선과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줄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동물권과 활동가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상충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활동가의 근로 환경과 동물복지를 비롯한 동물권 활동은 함께 가는 것입니다. 헌신과 착취를 기반으로 한 활동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근로환경이 안정적이어야 적극적인 활동이 가능합니다. 즉, 활동가 구성원이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동물을 위한 활동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카라 내 구조동물들의 복지 및 카라의 동물권 활동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활동가 노동자들의 법령에 따른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그 자체로 비난하거나, 마치 노조 활동과 동물권 운동이 대립되는 것인양 주장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온전히 존중하지 않는 것이자 지속가능한 동물권 활동에 대한 고민의 부족을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카라에서 발생한 동물폭행 등의 문제 역시 조직의 구조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카라 노조는 문제 행위를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이러한 잘못된 행위가 지속되고 시정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객관적 인사평가 시스템의 부재, 비정규직 활동가의 증가,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하기 어려운 조직의 분위기 등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어느 조직이든 조직 자체가 건강하게 운영되지 않으면 조직의 목적이 제대로 달성될 수 없습니다. 민주적인 조직 운영,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근로조건 형성을 통해 동물권 운동은 나아갈 수 있습니다.
카라 문제는 비단 카라만의 문제가 이닙니다. 다른 큰 동물단체에서도 과거 노조나 노사협의회 등이 꾸려진 적이 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카라는 과거 이러한 사례들을 보며 실패하지 않기 위해, 노동운동에 대한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민주노총 카라지회로 노조를 설립했다고 합니다. 카라 노조는 카라 마저 활동가들의 노동권 확보 등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단체 운영에 반영시키지 못한다면, 또 다시 향후 10년 정도는 동물단체 운영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판단하여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이 싸움에 임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크고 작은 동물단체들이 그간 후원금 문제로 논란이 많았습니다. 동물운동에 있어 리더 격인 카라부터 바로 서야 합니다. 이 사건은 노동 문제이자 동물권 운동의 방향에 관한 문제입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