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한일협정 60주년, 역사정의 실현을 위한 방일행동 후기 / 권태윤 회원

  • 202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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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정 60주년, 역사정의 실현을 위한 방일행동 후기


- 과거사청산위원회 권태윤 회원


 

일본군 ‘위안부’문제 대응TF, 과거사청산위원회에서는 2025년 6월 19일부터 22일까지 일본 도쿄를 방문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에서 주관한 “역사정의 실현을 위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대표단 방일행동”에 참가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문제 대응TF, 과거사청산위원회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사건과 강제동원 사건의 승소 판결에 힘입어 일본 시민사회와의 교류가 늘어나고, 추가적인 소송 기획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변호단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교류 일정에 참여하고, 일본에서 이루어지는 연대활동에도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방일 행동에 참여한 민변 회원들은 모두 자비로 참가해야 했는데도 5명이 함께 했고(이상희, 류광옥, 이동준, 김예지, 권태윤), 실제로는 몇 분이 더 함께할 의사를 알려주셨으나 일정상 최종적으로는 참가하지 못하셨습니다.

첫날은 오후 6시 반부터 일본 국회 앞에서 열리는 ‘19일 행동’이라는 정기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공항에서 참가자 몇 분이 입국심사 도중 한 시간가량 잡혀있는 일이 있었지만, 다행히 별일은 없었고 집회 시간에도 늦지는 않았습니다.

‘19일 행동’은 2015년 9월 19일 일본 국회에서 안보법(집단적 자위권 행사 허용법)이 강행 통과된 이후, 일본 시민사회와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나라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이 법의 폐지를 요구하며 시작된 행동입니다. 10년째 매월 19일에 국회 앞에서 열리는 대규모 집회인데, 이번 집회에는 주로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결혼 후에도 부부가 같은 성을 쓸지, 아닐지 선택하도록 하자는 ‘선택적 부부별성제’는 1991년부터 논의되었으나 아직도 도입되지 못하고 있고, 최근에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호주제를 폐지하는 과정과 비슷한 맥락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았고, 일본 사회가 변화해 가는 과정을 목도하는 것 같아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대표단에서는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실장님이 대표로 이번 방일행동의 취지를 소개하는 발언을 하셨고, 참가자들은 연단 아래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반전’을 주제로 시작된 ‘19일 행동’인 만큼 많은 분이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깃발을 들고 계셨고, 대표단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해 주셨습니다.

 

둘째 날에는 본격적인 집중행동이 진행되었습니다. 일본제철, 미쓰비시 본사, 일본 총리 관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대한민국 법원 판결에 따른 사항을 이행할 것,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배상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습니다. 일본제철에는 이동준 변호사님이, 미쓰비시에는 제가 직접 들어가서 서한을 전달하였고, 총리 관저에는 이상희 변호사님과 류광옥 변호사님,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님, 강경란 국장님, 일본의 <일본군 ‘위안부’문제해결전국행동> 양징자 대표님, <전시성폭력문제연락협의회> 기세 게이코님 등이 방문하였습니다.

일본제철과 미쓰비시는 형식적으로 안내데스크에서만 대응하고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으나, 총리 관저에서는 일본 국회의원을 통한 정식방문이 이루어져서인지 공무원(주업무 담당은 아니었다고 합니다)이 나와서 직접 응대하며 각 방문자들의 얘기를 진지하게 경청하면서 정책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총리관저 앞의 집회를 방문했을 때는 일본 참가자 한 분이 세월호 추모곡인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일본어로 부르고 계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일본으로 이 노래가 전파되어서 집회에서 즐겨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집회 이후에는 일본 국회에서 열리는 ‘한일기본조약 60년 한일 시민 공동선언서’ 발표 현장에 참석했습니다. 같은 시간에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행사가 열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동선언문은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식민지배가 애초부터 불법 무효이고, 한반도에는 국제연합이 인정하는 남한과 북한의 두 개 국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취지로, 한일 모두 기본조약을 통일되게 해석할 것을 촉구하는 취지입니다. 공동선언문에는 민변도 집행위 의결을 거쳐서 연대단체로 참여의사를 밝혔습니다.

 

셋째날에는 오전에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고, 오후에 메이지 대학에서 열리는 ‘한일협정 60년 한일시민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여 평생을 야스쿠니신사 참배 반대 운동에 헌신하신 즈시 미노루 선생님(1970년에 활동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의 안내에 따라 야스쿠니 신사 곳곳을 돌아보고, 박물관(유슈칸)을 관람했습니다. 과거사청산위원회에서는 최근에 야스쿠니 신사에 강제로 합사된 조선인 유족들을 대리하는 소송을 고민하며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즈시 미노루 선생님의 해설을 통해 야스쿠니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메이지 대학에서는 ‘한일협정 60년 한일시민대회’가 열렸는데, 주말임에도 많은 일본 시민과 학생들이 대형 강의실을 가득 채웠습니다. 기조 강연을 맡은 오오타 오사무 교수님은 한일조약 문제를 진실규명·책임추궁·사죄·배상·역사 기억 계승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방일행동 대표단에서도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님, 민주노동 함재규 부위원장님,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국언 이사장님, 평화너머 전지예 공동대표님이 참석해서 토론발표를 맡았습니다. 저는 아쉽게도 시민대회 현장에 잠깐만 들렀다가 귀국행 비행기를 타러 이동하면서, 방일행동 대표단의 발표는 듣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날에 방일행동 대표단은 귀국길에 앞서 Women’s Active Museum on War and Peace(WAM)을 방문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문제 대응TF에서는 이전 일본 방문 때에 이곳을 한 차례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WAM에서는 그때 민변에서 승소한 사건에 관한 전시판을 만들고, 변호단이 방문했던 사진도 전시해두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연대활동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느껴지는 감사한 전시였습니다.

 

일본군 ‘위안부’문제 대응TF에서는 승소판결의 이행을 위한 지속적인 추가 활동을 모색하고 있고, 과거사청산위원회에서는 야스쿠니 신사 강제합사 문제 등의 해결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일본의 활동가, 변호사들이 한국을 방문하기도 하고, 한국의 활동가, 변호사들이 일본을 방문하기도 하면서 교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과거사문제의 청산을 위해서 한국과 일본이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민변의 역할을 고민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