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보도자료] <고용허가제 사업장변경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의견서> 고용노동부 전달
- 202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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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위원회][보도자료]
1. 공정보도를 위해 노력하는 귀 언론사에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2. 2004년 산업연수생제도의 대안으로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국내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외국인근로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시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사업장변경 제한’ 규정은 이주노동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제약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노동자를 사업장에 종속시키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3. 최근 전남 나주의 한 공장에서 이주노동자가 지게차에 매달려 조롱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적 공분을 샀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이주노동자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아니라 괴롭힘을 당하고도 즉각적으로 해당 사업장에서 이탈을 막고, 다음 사업장 구직 실패의 책임을 고스란히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고용허가제 사업장변경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임시방편적 대응이 반복되었고, 이번 피해당사자도 고용허가제도 운영의 주무부처도 아닌 전남도지사의 선의로 구제를 받게 되었지만, 이제는 이런 임시방편적 대응과 누군가의 선의로 넘길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는 현행 고용허가제 하의 사업장변경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법적·제도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이주노동자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며 동시에 국내 산업 현장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의견서를 금일(2025. 8. 8.) 고용노동부에 제출하였으니 귀 언론사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5. 의견서 전문은 아래 별첨자료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문의: 민변 노동위원회 070-5176-8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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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서]
고용허가제 사업장변경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의견서
I. 서론
2004년 산업연수생제도의 대안으로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국내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외국인근로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시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사업장변경 제한’ 규정은 이주노동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제약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노동자를 사업장에 종속시키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남 나주의 한 공장에서 이주노동자가 지게차에 매달려 조롱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적 공분을 샀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이주노동자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아니라 괴롭힘을 당하고도 즉각적으로 해당 사업장에서 이탈을 막고, 다음 사업장 구직 실패의 책임을 고스란히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고용허가제 사업장변경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임시방편적 대응이 반복되었고, 이번 피해당사자도 고용허가제도 운영의 주무부처도 아닌 전남도지사의 선의로 구제를 받게 되었지만, 이제는 이런 임시방편적 대응과 누군가의 선의로 넘길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본 문서는 현행 고용허가제 하의 사업장변경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법적·제도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이주노동자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며 동시에 국내 산업 현장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Ⅱ. 현행 사업장변경제도의 문제점
1. 이주노동자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인권침해
고용허가제는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이주노동자를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노동력 수급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외국인고용법’)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극히 예외적인 사유에 한해서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내국인 근로자가 자유롭게 직장을 선택하고 이직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할 때 명백한 차별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합니다.
특히 사용자의 폭언, 폭행, 열악한 근로조건, 산업재해의 위험 등 부당한 처우에 직면하더라도 쉽게 사업장을 떠날 수 없는 구조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지적하는 ‘강제노동’에 해당할 소지가 큽니다. 1990년 UN 총회에서 채택된 이주노동자 보호 핵심협약인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 제11조 제2항은 ‘어떠한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도 강제적 또는 의무적 노동을 하도록 요구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0헌마395 결정에서 사업장변경 제한이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나, 이는 제도의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사업장변경을 시도하는 것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절규’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행 제도는 이주노동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2. 엄격하고 비현실적인 사업장변경 사유 및 횟수 제한
외국인고용법 제25조 제1항은 사업장변경 허용 사유를 ▲사용자의 정당한 근로계약 해지 또는 갱신 거절 ▲휴업·폐업 등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근로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 등으로 매우 한정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
문제는 법에서 정한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가 실제 현장에서 매우 엄격하게 해석된다는 점입니다. 위험한 작업 환경, 높은 노동 강도, 반복적인 부당 지시 등은 그 자체만으로 사업장변경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또한, 사업장변경 횟수마저 취업활동기간(3년) 중 3회, 연장된 기간(1년 10개월) 중 2회로 제한되어 있어(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4항), 노동자의 선택권을 이중으로 구속하고 있습니다.
3. 사업장변경 과정의 절차적 어려움과 불이익
사업장변경 사유를 인정받더라도, 노동자는 3개월 이내에 새로운 근무처를 구하지 못하면 본국으로 출국해야 합니다(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3항). 그러나 구직 활동은 동일 업종 및 지역 내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고, 이 기간 동안 노동자는 임금을 받지 못해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더욱이 일부 사업주들은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를 해고할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고용변동신고’를 하여 노동자의 체류 자격을 위태롭게 만드는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합니다. 노동자의 귀책 사유가 없음에도 단지 3개월 내에 구직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또는 사업주의 악의적인 신고로 인해 체류 자격을 상실하고 강제 출국당하는 것은 제도의 심각한 허점입니다.
4. 제도의 역효과 및 부작용
정부는 사업장변경 제한이 이주노동자의 불법체류를 방지하고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인력 확보에 기여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합법적인 틀 안에서 권리를 구제받을 길이 막힌 노동자들이 결국 사업장을 이탈하여 미등록 체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오히려 효율적인 외국인력 관리를 저해하는 요인이 됩니다.
또한, 이 제도는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할 의지가 없는 한계기업이 이주노동력에 의존하여 연명하도록 만드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구조의 건전성과 경쟁력을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이라는 외국인고용법의 입법 목적에도 반합니다.
Ⅲ. 사업장변경제도 개선 방안
1. 사업장변경 사유 제한의 전면 폐지
현행 제도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사업장변경을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는 사유 제한 자체에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보장하고 강제노동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외국인고용법 제25조 제1항에 규정된 사업장변경 허용 사유를 전면 폐지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도 내국인 근로자와 동등하게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 원칙과 직업선택의 자유 보장에 부합합니다. 이는 노동자가 부당한 처우나 열악한 노동환경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며, 사업주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근로조건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2. 사업장변경 횟수 제한 폐지
사업장변경 사유 제한을 폐지하는 것과 더불어, 외국인고용법 제25조 제4항에 규정된 사업장변경 횟수 제한 역시 폐지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잦은 이직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인력난 우려는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닙니다. 횟수 제한은 노동자를 특정 사업장에 묶어두는 족쇄로 작용할 뿐이므로, 이를 폐지하여 자유로운 노동 이동을 보장해야 합니다.
3. 사업장변경 절차의 합리화 및 노동자 보호 강화
사업장변경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절차적 측면에서의 제도 개선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가. 구직기간 보장 및 생계 지원 강화
사업장변경을 위해 퇴사한 노동자가 3개월 이내에 새로운 근무처를 구하지 못하면 본국으로 출국해야 하는 현행 규정은 과도합니다. 구직기간을 최소 6개월 이상으로 연장하고, 지역 내 동종 업종의 구인난 등 노동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구직에 실패한 경우 추가적인 기간 연장을 허용해야 합니다. 또한, 구직기간 동안 실업급여에 준하는 생계 지원 방안을 마련하여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호해야 합니다.
나. 사업주의 일방적 고용변동신고로부터 노동자 보호
사업주가 보복적으로 허위 사실을 담아 고용변동을 신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고 접수 시 노동자에게 즉시 통지하고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하는 절차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노동자와 사업주 간 다툼이 있는 경우, 고용노동부의 사실관계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노동자의 체류 자격이 불안정해지지 않도록 보호 조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다. 장기근속 유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
‘성실근로자 재입국 특례’와 같은 장기근속 인센티브는 특정 사업장에 대한 종속이 아닌, 한국 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사업장변경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 총 근속 기간을 합산하여 재입국 특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Ⅳ. 결론
현행 고용허가제의 사업장변경 제한은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노동 현장의 인권유린을 방치하며,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시대착오적 제도입니다. 단기적인 인력 관리의 편의성만을 위해 한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희생시키는 것은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본 문서에서 제안한 개선 방안들은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최소한으로 보장하고, 악덕 사업주가 아닌 성실한 중소기업 전반의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대안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사용자 중심의 ‘고용허가제’에서 벗어나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허가제’로의 전환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 노동계, 경영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가칭)‘노동권 보장을 위한 이주노동 제도 개선 협의체’ 구성을 제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