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인터뷰] 노조법 2·3조 개정안 통과 - 노란봉투 속에 담긴 노동자의 권리 / 노동위원회 신하나 위원장
- 2025-09-04
- 4
- 일반게시판

뉴스레터 제274호 회원인터뷰에서는 노동위원회(이하 ‘노동위’)의 신하나 위원장님을 모시고 노조법 개정안 통과의 의의와 향후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 박선아
안녕하세요. 출판홍보팀 박선아입니다.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는데요, 통과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조마조마하게 지켜봤어요.
○ 신하나
안녕하세요. 노동위 신하나 위원장입니다. 저도 끝까지 조마조마한 마음이 있었어요. (웃음)
○ 조상필
반갑습니다. 출판홍보팀 조상필입니다. 노조법 개정안 통과 너무너무 축하드리고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다같이 박수로 시작하면 좋겠어요. (박수)
드디어 통과된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노동위 신하나 위원장님을 모셨습니다. 인터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앞서 회원분들께 노동위 근황과 소개를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 신하나
노동위는 항상 그렇듯이 굉장히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특히 얼마 전에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형사재판 1심 구형까지 마쳤는데요. 피해자 대리인들이 마지막 의견서를 준비하고 있고 제출 후 1심 판결 선고를 기다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인 이수기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 승계가 되지 않아 집회를 하다가 구사대에 의한 폭력을 심하게 당했는데요, 민변이 여러 시민단체들과 함께 진상조사 보고서를 발간했고, 관련해서 회사의 책임자들과 경찰에 대한 고소・고발을 진행했어요. 지난 주에는 울산에 가서 기자회견도 하고 면담도 진행했습니다.
또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여러 가지 후속 작업들이 필요한데요, 이 법안에 대해 워낙 공격이 거세기 때문에 왜곡된 주장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내일(8월 28일) 민변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대내적으로는 얼마 전 신입회원 환영회를 굉장히 재밌게 진행했는데, 특히 선배회원과의 대화에서 진솔한 이야기가 많이 오고 가서 즐거웠습니다. 또 집행부 워크숍을 최근에 진행 했고요. 하반기 사업 같은 경우 『변호사가 풀어주는 노동법: 집단법』 개정판 작업을 준비중이고, 『2024노동판례비평』도 열심히 작업하고 있어요. 다양한 일들이 한꺼번에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 조상필
정말 바쁘게 굴러가는(?) 노동위네요.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2025. 8. 24. 드디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투쟁한 노동자들이 이룬 결실이 아닐까 합니다. 신하나 위원장님은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을 작년 위원장 임기 시작부터 맡아 오셨는데 개정법안이 통과될 때 소감이 어떠셨나요?
○ 신하나
노조법이 통과되던 날 국회에서 방청을 하고 있었어요. 필리버스터 마지막까지 그리고 법안이 통과되는 그 시점에 노동자분들과 함께 본회의장에 앉아 있었는데, 통과될 때 내 감정이 어떨지 계속 궁금했거든요. 막상 그 순간은 좀 무덤덤하더라고요. 이게 과연 이렇게까지 힘들 일이었나라는 생각에 약간 허탈한 감정도 있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감정이 굉장히 격했던 건 환노위에서 법안이 통과될 때였어요. 왜냐하면 그때 고용노동부가 후퇴된 법안을 들고 온다는 이야기나 환노위 의원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 등으로 굉장히 감정적으로 긴장되어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날은 제가 엄청 많이 울었어요. 민변 회장님과 총장님도 낮부터 여의도에 같이 계시면서 민변 노동위를 중심으로 법률가 단체 기자회견도 하고 그날은 감정적으로 굉장히 격앙됐었던 것 같아요.
그날을 돌아보면 하나는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회한 같은 것들- 이 법이 너무 무겁잖아요. 너무 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이어진 문제이기 때문에 그분들에 대한 회한이 몰려왔고- 또 하나는 저희가 관철하지 못한 주장들이 있거든요. 특히 노동자성 추정 조항은 건설노조나 자동차판매연대지회에서 사활을 걸고 절박하게 싸웠던 문제이기 때문에 통과시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죠.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 그날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그랬기에 막상 본회의 통과하는 날에는 좀 무덤덤했고, 앞으로 뭘 해야 될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 박선아
위원장님의 그날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개정 법안이 시행되기까지 어떠한 절차와 과정이 남았나요?
○ 신하나
개정안은 6개월 뒤에 시행이 되는데 사실 시행 시기를 두고도 굉장한 힘겨루기가 있었어요. 재계에서의 요구는 개정안의 시행일을 1년 늦춰 달라는 것이었어요. 개정 법안의 시행 시기를 늦추면 늦출수록 그 사이에 개정 법안을 후퇴시킬 보완 입법들이 시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재계의 로비에 따라 개정 법안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과 지침이 나올 가능성이 높죠.
그래도 다행히 6개월 내에 시행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이후 절차와 관련해서 ‘노란봉투법’이라고 검색을 해보시면 온갖 공격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거든요. 이것을 종식시키기 위한 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하고, 고용노동부가 개정 법안의 정착을 위한 안을 제시할 텐데 그 안이 어떤 내용으로 나올지가 너무 중요해서 추가 투쟁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조상필
한고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갈 길이 멀군요.
○ 신하나
네. 노동자 투쟁은 이렇게 더디고 한 발 앞으로 내딛기가 정말로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노조에 대한 편견이 있고, 노조를 조직하고 활동하기에 쉽지 않은 환경일뿐더러 언론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 박선아
쉽지 않은 만큼 이번에 개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이번 개정안이 완전하지만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 추정조항’이 도입되지 못했고 사용자들이 교묘하게 법을 회피할 여지도 남겨졌습니다. 정부의 후속 대책도 철저히 준비되어야 할 상황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법 2·3조 개정안 통과의 의의와 성과는 무엇이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 신하나
개정안에 한계점이 있는 것도 맞고 현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도 맞지만 그래도 진일보한 법안인 것은 확실해요.
우선 사용자 개념이 확대되었습니다. 이미 법원은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자는 그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 사용자가 맞다’고 봤는데, 개정안을 통해 법으로 고 명문화했죠. 사용자 개념의 확장된 범위는 과거에는 판례상의 문구로만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법으로도 명문화되었다는 것이 의미있다고 볼 수 있죠. 판례 문구를 법으로 명문화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구체적 사안에 대해 소송을 거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죠.
당장 법 개정이 되자마자 “100개의 하청업체와 100개의 교섭을 하란 말이냐”라는 불만이 나오는데요. 저는 그렇다면 100개의 업체에 실질적으로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결정했다는 이야기인데... 자백인가? 또 본인들이 직접 이 법의 범위를 넓히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리고 근로자가 아닌 자에게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 규정이 삭제되었어요. ILO에서도 계속 지적해 왔던 부분이지요.
또 노동쟁의의 개념이 더 확장되고 구체화 된 측면이 있습니다. 노동쟁의를 할 수 있는 당사자의 주장의 불일치에 이익분쟁, 권리분쟁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가만히 보면 되게 웃겨요. 근로조건의 결정, 즉 “돈 더 주세요”, “근로시간 시간 짧게 해주세요” 같은 소위 이기적인 요구가 아니면 파업을 못해요. 그러면서 한국의 노조를 이기적이라고 욕하죠. 예를 들어볼까요? “당신은 지금 단체교섭을 어겼잖아요. 약속을 했는데 어겼으니 나 파업할래요”. 한다면, 이건 불법이라서 파업이 안 돼요. 왜냐하면 근로조건의 결정이 아니라 근로조건에 관한 부분이기 때문이에요.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즉 나아지게 하는 것만 파업을 할 수 있고 그 외에는 파업이 불법으로 간주되는 거예요.
이것을 권리분쟁, 이익분쟁이라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이익분쟁만 파업의 대상이 되고 권리분쟁은 되지 않았는데, 개정안에서 권리분쟁의 일부가 파업의 대상에 포함됐어요. 또 기업이나 경제계에서 질색팔색하는 근로조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의 판단, 그러니까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이런 부분들이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이 된 것은 굉장히 진일보한 부분이라 생각해요. 실제로 쌍용자동차 파업 등 굵직한 파업들이 정리해고 반대로 일어났던 것을 생각하면 노동쟁의의 범위의 확대가 가지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겠죠.
손해배상 청구 및 책임 제한과 관련한 내용을 보자면 - 이것도 이미 판례상 확인된 문구이긴 하지만- 부진정연대책임에 일정 부분 예외를 두어 개개인에게 400억씩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말고 역할과 책임을 면밀하게 따져서 청구하라는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되었습니다.
또 대다수의 파업이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대응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교섭 해태나 불법파견에 대응하는 파업은 손해배상 시 면책되어야 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인데 이제서야 법에 포함되었습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를 괴롭힐 목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파업이나 노조 활동을 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해서 “노조 탈퇴하면 취하해 줄게” 이런 방식의 소권 남용들이요. 개정안에는 노동조합이나 조합원을 괴롭힐 목적의 소송은 금지되어요. 회사들은 이제 민사소송을 노조탄압으로 활용하는 관행을 근절해 나가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회사가 손해배상을 면책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갔어요.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소취하를 해서 책임을 면제해 주는 건 배임이 아닌 것이 너무 당연한데도 굳이 입법을 한 거예요. 사용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배임 횡령 때문에 우리는 소취하를 못 해주겠다고 하니까요.
개정안은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 노동 현장을 보면 너무나 분절화되어 있고 균열화되어 있잖아요.
최근에도 맨홀 작업을 하다 돌아가신 노동자분들의 업체를 보면 하청에 하청에 도급에 하청에 이런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고, 제조업 회사나 대기업들이 “하청이 몇천 개인데”라는 이야기를 푸념이라고 늘어놓는 현실입니다. 그 복잡한 구조를 아리셀 참사에서만 확인해 보더라도 에스코넥이라는 조그마한 회사에서 1차 하청을 주고, 거기에 또 파견으로 고용이 되어 불법파견으로도 인정되지 못하는 지옥도와 같은 간접고용의 형태가 나타납니다. 이런 지옥도가 만들어지는 것은 무조건 사용자의 이익을 위한 겁니다. 이익만 취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에서 그 책임을 더 부담하게 한 것에 개정 법안의 의미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조상필
노조법 개정안에 미흡한 점이 많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시행됨에 있어 사용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편하고 두려운 측면이 있겠지요?
○ 신하나
그렇죠. 지금까지는 아무런 제한 없이 기업을 운영했으니까요.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90년대에 고용노동부 관계자인지 누군가가 페이퍼를 마구 흔들면서 “이제는 민사소송으로 노조 파업 막을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요. 해외 자료를 찾아보면 손해배상을 금지하는 법을 찾기 힘들어요.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수십 수백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게 비상시적이니까, 잘 일어나지 않고, 막는 법도 많지 않은 것 아닐까요? 말도 안 되는 것들로 노무관리를 해왔던 역사와 고용과 산업 구조를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만들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 위장, 도급, 불법파견을 만연시켜 지옥도를 만들어 가면서 이익만 쉽사리 착취하던 역사에서 정상화를 하려니 너무 불편하고 싫겠죠.

○ 박선아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노조법 개정의 성과와 의미가 더 느껴집니다. 그 중심에서 함께했던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2022년부터 민변이 집중해 온 연대활동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의 활동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 신하나
저는 이 법이 공론화되고 쟁점화되어 통과될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들의 희생과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끝까지 싸우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조차 얻지 못했을 거예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가 한 평도 안 되는 곳에 쇠창살로 감옥을 만들어서 스스로를 가뒀었잖아요. 개정안이 통과되던 날 그분(유최안 동지)이 직접 오셨어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그렇게 투쟁하지 않았다면 이 법이 정말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었을까요? 오늘도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렇게 싸우지 않았다면 이 법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노조법 개정안의 통과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제가 도움이 된 것이 있다면 변호사로서 계속 함께했다는 점 같아요. 가장 좋은 것은 국회의원실을 찾아가서 민변 노동위원장이라고 하면 문전박대는 당하진 않는다는 것이죠. 민변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힘이 있고 민변 노동위원회의 입장이 영향력을 미치는 바가 있거든요. 변호사라는 직업이 주는 특수성 때문에 여러 지점에서 주요한 목소리로 인정해 주신 것이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저는 주로 기자회견 참여, 반대편 논리에 대응하는 일들을 많이 했어요. 국회의원들을 직접 만나 입법에 관한 설명을 하면서 설득하는 작업도 많았고요. 그리고 법에 대한 요구 사항들을 어떻게 관철시킬지 고민하면서 공동집행위원장의 역할들을 해왔습니다.
흠... 활동에 대해서 더 이야기 하자면 거부권 행사에 따라 시즌 1~3이 있는데 그 역사를 말씀드려도 될까요? (웃음)
시즌 1은 이용우 의원이 민변 노동위원장을 하면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을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2년에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이 법에 대한 요구가 다시 부각되면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만들어졌거든요. 그 당시 이용우 변호사님이 1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천막농성장에서 단식까지 하면서 굉장히 열심히 투쟁에 함께 했었죠. 조금 벗어난 이야기인데 이용우 변호사님이 당시 단식까지 하면서 농성 현장에 민변 노동위원들 조직을 적극적으로 안 하는 거예요. 노동위 변호사님들에게 미안하다고요. 그래서 제가 뭐라고 했던 기억이 나요. “미안하다고 안 부르는 게 말이 되냐. 위원장이 단식하는데 동조 단식도 하고 매일 찾아오고 집회도 해야지.”라고 독설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생각해 보면 진짜 좋은 후배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다들 정말 열심히 했어요. 정말 열심히 했고, 그때는 시민들의 반응과 호응도도 높았죠.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사실 그때 통과됐던 법은 정말 빈약했거든요. 그런데도 거부권에 막히고 흐지부지 되었던 거예요.
시즌 2는 총선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죠. 그때는 이용우 변호사가 환노위 의원이 되고 저는 민변 노동위 위원장이 되었어요.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에 갔는데 사람이 너무 부족하더라고요. 그런데 국회에서는 노조법 2·3조를 운동본부와 같이 논의하겠다고 하고, 그래서 부랴부랴 공부를 해서 민주노총 몇 분과 같이 국회에 의원들을 만나러 갔어요. 저는 그 투쟁을 일명 ‘노조법 2·3조 방문판매 투쟁’이라고 불러요. 그냥 의원실에 “노동 담당 보좌관님 계세요?”하고 찾아가서 자료를 들고 계속 설명하는 거예요. 법 설명하고, 의원님 만날 수 있냐, 의원님 약속 잡아 달라, 안되면 이거라도 꼭 이야기 해달라, 메일 또 보내고, 마치 방문판매처럼 찾아다니며 열심히 했어요. 이럴 때 민변 노동위원장인 것이 진짜 좋아요. 원래는 대충 “가세요” 이럴텐데 민변이라고 하면 쫓아내지도 않고 노동위원회 위원장이라고 하면 앉아서 이야기도 들어주거든요. 아쉬운 건 현장의 목소리와 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죠.
마지막 시즌 3을 준비하면서 시즌 2 때 국회 투쟁에만 집중하는 바람에 현장 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에 반성이 있었어요. 그래서 각양각색의 분들과 간담회를 많이 진행했어요. 종교, 청년, 문화예술인 등등. 민변 노동위를 비롯한 법률단체들도 간담회를 하기도 했고요. 그런 것들을 하면서 조금 더 현장의 투쟁력을 올렸고, 고용노동부 안이 나올 때와 같이 긴박한 상황에서는 건설노조가 환노위 의원실이나 민주당 지역본부를 점거하기도 하고 금속노조가 환노위원장실에서 연좌하기도 하고 또 의원실 방문판매 투쟁도 하면서 현장 투쟁 중심의 분위기를 만들었죠.

○ 조상필
저는 이 질문을 하면서 예상하는 답변이 있었는데요. 민변 노동위의 활동을 먼저 이야기 하실 줄 알았는데, 처음 이야기 하실 때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법이 개정된 것이라고 이야기 하시는 것을 듣고선 감동 받았습니다. 약간 울컥하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기억나는 어려웠던 점이나 고비의 순간들이 있을까요?
○ 신하나
노조법 2·3조 개정은 하청노동자, 플랫폼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위한 거잖아요. 어떤 의미에서는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의 기층 이야기이기 때문에 힘 있게 이끌어가기에는 어려운 논의이기도 하고 투쟁 동력을 계속 끌어모으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리고 노조법 2·3조의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그냥 ‘노란봉투법’이라고만 많이 알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법이 어떻게 개정되어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세세한 내용을 부각시키고 알려 내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특히 노동자성 추정 같은 경우 저는 불가능한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상법에서도 그렇고 공정거래법에서도 추정 조항이 많이 마련되어 있거든요. 우리나라 노동 관련된 법들을 살펴보면 소외된 노동을 어떻게든 법의 규율 안에 넣기 위해서 새로운 법을 자꾸 만들잖아요. 그런 방식이 아니라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을 탄탄하게 만들고 이 법을 넓혀 나가야 된다고 보거든요. 왜냐하면 산업이 바뀌어 가니까요. 그 바뀐 산업에 대해서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 잘 설명해야 되는데 이 부분들에 대한 색안경이 너무 많다 보니까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손해배상 제한은 너무 많이 이야기가 됐기 때문에 국민의힘과 경제계도 어느 정도 포기 상태였는데, 문제는 노조법 2조의 개정이었어요. 3조만 개정하고 끝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죠. 노조법 2조의 개정은 사용자의 개념과 노동쟁의의 개념을 넓히는 작업이잖아요.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정규직 노조보다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전면에 나가야 되는데 조직이 참 어려운 문제였죠.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가 제일 중요해요. 왜냐하면 우리 법률전문가가 관념으로 얘기하는 것으로는 포섭될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제가 기억에 남는 것은 국회에서 크게 진행된 ‘현장 노동자 증언 대회’였어요. 그때 노동자 열한 분 정도가 나오셔서 원청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와 어떻게 일하며 살아가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주셨는데 저는 그게 진짜 기억에 많이 남거든요. 현장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법이 정말 민생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대단한 걸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왜 식대를 6천 원씩 주다가 갑자기 안 주나요?”, “왜 원청의 그 식당 못 쓰게 하나요?”, “휴게실에 가스 새는 것 같은데 공간을 좀 옮겨주면 안 되나요?” 같은 너무나 기본적인 것조차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 굉장히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래서 노조에서 요청하면 강연도 하고 직접 이야기도 듣고 현장에서 간담회도 했던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 조상필
활동하시면서 투쟁 현장이나 사업장에도 많이 찾아가신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사업장이나 투쟁 단위가 있을까요?
○ 신하나
거통고조선하청지회가 먼저 생각이 나네요. 김형수 지회장님이 단식을 길게 하셨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 내란이 터져서 언론이나 여론의 관심이 너무 적은 거예요. 국회에서 단식 해제 기자회견을 하는데 제가 발언을 하면서 눈물이 났거든요. 원래도 눈물이 많은데 그날 또 눈물이 났던 이유는 우리가 너무 힘이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그들이 잘못한 것이 너무나 명확한데 우리가 너무 힘이 없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고공농성 올라가셨을 때도 기자회견 사회를 제가 보기도 했는데 어쨌든 노조법 2·3조 개정은 거통고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 마지막에 건설노조가 힘을 많이 내주셨는데 좀 더 담아내고 싶었던 노동자성 추정 조항이 빠진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요. 개정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를 많이 못 받으신 것 같아서 제가 마음 속으로 건설노조가 도와달라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간다는 결심을 했어요.

○ 박선아
그렇다면 노조법 2·3조 개정 이후 남은 과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리고 취지에 맞게 시행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 신하나
노조법 2·3조가 통과 되니까 벌써 각종 불만이나 공격이 많이 나옵니다.
우선 고용노동부가 현장에 혼란이 없게 하겠다고는 하는데, 제일 많이 나오는 형태의 질문이 “100개의 하청이 있으면 100개의 계약을 체결해야 되는가?”, “그 교섭을 모두 해야 하는가?”라는 식이에요. 저는 진짜 되묻고 싶어요. 100개의 업체의 근로조건을 결정해야 할 만큼 혼탁하게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리고 예를 들어 제품을 만들 때 100개의 하청업체가 있다고 하면 납품 시 품질 검사를 엄청나게 꼼꼼히 합니다. 제품에 대해서는 품질 매뉴얼 같은 것을 제시하고 불량이 나지 않도록 엄청나게 엄격히 다루면서 그 사람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교섭은 왜 못 하냐고 역으로 묻고 싶어요. 본인들의 시장경제 논리를 가져온다면 비효율적인 부분은 직고용으로 하고 도급은 줄여야겠죠. 산업을 깨끗하게 만들어가는 쪽으로 논의가 되어야 해요. 산업 현장에 혼란이 있으니 노조법 2·3조의 개정의 취지를 훼손, 후퇴시키는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이 나오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제가 노조법 개정 활동하면서 많이 썼던 단어인데 정말 ‘파국’입니다.
그리고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제가 얼마 전에 비정규직 문제 관련해서 대기업 원청 노조를 만났거든요. 제가 느낀 것은 이해관계가 달라도 너무 달라서 오히려 하나의 파이를 놓고 경쟁하는 사이로 보일 수 있을 정도였어요. 서로 간에 이해관계도 다르고 구조도 다르고 다른 영역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라는 건가? ‘노-노’ 지옥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이건 전문가들의 관념 속에서 만들어낸 정합성의 문제이고 이 법을 만들면서 그러한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배제를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고 만약에 적용이 된다면 하청업체 내에서 그러니까 하나의 업체 내에서만 해도 충분해요. 그리고 교섭창구 단일화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판례가 법이 된 거잖아요. 그 판례에서도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한 주장은 다 배척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해 계속 상기시키고 이것을 문제로 제시하며 해결해야 된다는 논리에 대해서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업 단위 교섭이 기본인데 결국은 산별 교섭으로 가야 합니다. 그것이 모두에게 편한 길이기 때문에 산별 교섭으로 가야 한다는 청사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벌써 대형 로펌에서는 노조법 개정과 관련한 세미나 같은 것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쨌든 이 법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법이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구조로 이익을 편취했던 사람들은 비용이 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비용이기 때문에 너무 아까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법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 투쟁이 남아 있는데 그 해석 투쟁은 변호사들이 힘을 많이 내야 하는 영역인 것 같아요. 저는 열심히 투쟁했으니까 다른 변호사님들께서 열심히 해석 투쟁에 앞장서 주시리라 믿고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웃음)
내일(8월 28일) 노조법 2·3조 개정 관련한 왜곡된 주장에 대해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가 진행되는데 민변 노동위와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님들이 주축이 되어서 진행합니다. 앞으로의 대응 활동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다 잘 돼야죠.

○ 조상필
노조법 개정안 통과 이후에도 많은 역할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요. 노동자들의 권리! 노동권 보장을 위해서 노동위의 다짐이나 포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신하나
민변 노동위는 당장 눈앞에 일을 집중하다보니 거시적인 것들은 고민을 잘 안하게 되는데요.(웃음과 고민) 이 이야기를 해보고 싶네요. 사회에서, 특히 노동자들에게 민변 노동위 변호사들은 소중한 존재예요. 내가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았는데 환영 받아본 경험들 있으세요? 민변 노동위는 변호사라는 이유만으로도 환영을 받아요. 노동자들을 만나거나 현장에서 발언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힘을 얻고 우리는 지지를 받는 느낌이에요.
사회에서 마이너로 취급되던 목소리를 민변 노동위(우리도 사실 마이너인데)의 목소리로 여론화하는 힘이 아직까지는 있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민변 노동위가 건강하게 활동하면서 계속 후배를 양성하고,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키워내는 게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노동위가 문턱이 좀 높은 것 같긴 하지만 다채로운 활동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다양한 활동들을 잘 유지하고 훌륭한 노동 변호사님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노동위가 굉장히 중요하게 가져가야 할 가치관이 아닌가, 그런 포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노동위 집행부 워크숍에서 “후배 양성을 하지 못한 자는 시대의 죄인이다. 시대의 죄악을 저지르는 것이다” 라고 이야기 한 적 있습니다.) (웃음)
노조법 2·3조에 대한 흑색선전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는데, 노동은 사람이 가장 오래 지내는 일터의 일이잖아요. 내가 제품의 부품이 아니라, 자긍심을 가진 인간으로서 노동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실현되려면 노동3권이 보장되어야 해요. 노동3권이 가장 기본이거든요. 민변에서도 노조법 2·3조 개정에 대해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시고 이 법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후속적인 활동들을 응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박선아, 조상필
오늘 인터뷰 정말 감사합니다. 민변 노동위의 활동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