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공간은 사라져도 연대는 계속됩니다 – 미아리 집결지 이동상담소 후기 / 최지인 회원
- 202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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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게시판


지난 2025년 8월 20일, 저는 ‘여성인권센터 보다’에서 진행하는 ‘미아리 이동상담소’에 동행하였습니다. 이동상담소는 집결지 언니들에게 직접 만든 음식과 음료를 전달하며 긴급주거비 지원, 자립지원금 신청에 대해 알리는 활동입니다. 이번 메뉴는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와 자두에이드, 와플이었습니다. 5시경부터 시작한 이동상담소는 9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업소들이 대부분 문을 닫았기 때문에 과연 할 일이 있을까? 했지만 준비한 음식이 모두 소진될 만큼 여러 업소들에 책자와 물품들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이동상담소 관련 뉴스레터 기고 제안을 받았을 때는 부담이 컸습니다. 오랫동안 현장에서 활동 해오신 활동가님들이 계시고, 꾸준히 법률지원, 의료지원, 상담지원을 해오신 분들이 많은데 저 같은 신입이 쓴 글이 혹여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또 제가 민변에 가입한지 세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뉴스레터라니. 너무 막중한(?) 일을 제안 주신 것 같아 글을 쓰는 와중에도 어떡하나 싶습니다.
이렇게 거절할 이유만 산더미인데도 호기롭게 쓰겠습니다! 하고 선언한 것은 곧 ‘미아리 집결지(일명 미아리 텍사스)’라는 공간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아리 집결지는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이고, 철거가 완료되고 나면 그곳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반짝반짝한 새 건물들이 들어설 것입니다. 이후에는 그곳을 지나면서도 ‘미아리’라는 이름조차 떠올리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사실 저는 미아리 폐쇄 소식과 갈등 상황을 전해 들으면서도 정작 미아리 집결지가 성북구 미아동이 아닌 하월곡동에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혹시나 저와 같은 분이 계시다면,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성매매 집결지 현장에 대한 이해에 보탬이 되길 바라며, 직접 현장에서 미아리라는 공간을 마주한 짧은 소회를 남깁니다.

지하철 4호선 길음역 10번 출구로 나오면 몇 걸음 만에 미아리 집결지 입구가 보입니다. 충격적인 나머지 동행한 활동가님께 몇 번이고 여기에 지하철 입구가 있는게 맞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입구 앞에는 ‘청소년 출입금지구역’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는데, 마치 판타지 소설의 이세계 입구처럼 발을 내딛는 순간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미아리의 거리 대부분에는 위 사진과 같이 천막이 쳐져 있습니다. 날이 더웠는데, 바깥 공기마저 통하지 않아 습식 사우나처럼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났습니다.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인근에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자, 위에서 미아리 내부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입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성북구에서는 천막을 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저녁 무렵에는 손전등을 비추지 않으면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습니다.


업소 입구 반대편에는 허리를 반쯤 굽혀야 지나갈 수 있는 작은 쪽문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입구를 주인들이 지키고 있고, 언니들이 빠져나갈 수 없도록 작은 쪽문으로만 ‘주방이모’가 왕래했다고 합니다.
재개발이 진행되며 많은 영업장이 문을 닫았습니다. 깨진 유리창 너머로 내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아리의 특징은 내부가 거울방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여성들이 하얀 드레스를 입고 앉아 있으면 구매자들이 소위 말하는 ‘초이스’를 하는 시스템입니다. 아래층은 술을 마시는 공간이고, 위층은 1평 남짓한 밀폐된 공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가라고 써진 곳은 문을 닫은 업소입니다. 그 사이사이에 아무것도 써지지 않은 곳은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어, 그 앞을 이모들(마담)이 지키고 있습니다. 현재 미아리에는 약 45~50개의 업소가 영업 중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동상담소 시작 전 저는 구매자 수를 세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속으로는 “사람이 없을 텐데, 할 일이 없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다양한 연령대의 구매자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구매자는 활동가님께 열려 있는 업소를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이미 손님을 받고 있어 저희를 들일 수 없다고 거절하는 업소도 있었고, 그 틈새로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드나들었습니다. 언니들과 지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아래층에는 구매자들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은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이동상담소에 참여하기 전에는 저의 참여가 낮선 사람이 뭔가를 경험해 보겠다며 타인의 삶을 ‘구경’하는 행위로 보이지 않을지 걱정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동상담소를 진행하며 겪은 구체적인 일들에 대해서는 글로 담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한 활동가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성매매 집결지에서는 구매자들에게 우리 모두가 언니들과 다르지 않은 존재로 인식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사실은 저런 걱정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저를 언니들과 분리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곳에서 그건 아무런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성매매는 모든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첨예하게 대립하며, 또 그만큼이나 소외된 주제입니다. 저 또한 확립된 의견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의 지식이나 이해를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부족하나마 글을 남깁니다. 미아리라는 물리적 공간은 곧 사라지겠지만, 성매매 문제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여성위 성착취대응팀은 오는 9월 3일 성매매 세미나 3차 모임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여성인권센터 보다’는 집결지 폐쇄 전까지 매주 이동상담소를 운영한다고 합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연대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