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차별금지법 있는 성평등 사회에 대한 열망, 이제는 실현해야 할 때 - 원민경 여성가족부장관 취임에 부쳐 -

  • 2025-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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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차별금지법 있는 성평등 사회에 대한 열망, 이제는 실현해야 할 때


- 원민경 여성가족부장관 취임에 부쳐 -



이번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시민들의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평등 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안은 채 출범하였다. '성평등가족부'라는 이름으로 새로 시작할 여성가족부의 역할은 단순한 정책 집행을 넘어 모든 시민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토대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 모임은 원민경 후보의 여성가족부 장관 취임을 환영하며,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평등 실현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 사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필요성은 지난 김대중 정부 때부터 대두되었다. 이후 제16대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사회적 차별금지법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산하 ‘차별금지법 제정추진단’이 구성되었으나 제정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합의체계를 구성하거나 추진하고자 하는 노력이 전무했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제정에 대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총 7번의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었으나, 단 한 번도 국회 본회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정부의 대책은 퇴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는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무르익으면 제정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국가의 의무로 명시해왔다. 특히,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5년 우리나라에 대해 “인종, 성적 지향, 성 정체성을 포함한 모든 차별을 정의하고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채택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권고한 바 있으며, 올해에도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인종 등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법률을 제정하지 않은 것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였다. 이미 주요 국가들도 다양한 차별 유형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체할 수는 없다.


우리는 묻는다. 극우세력의 준동으로 여성·성소수자·이주민·노동자·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재생산되어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지금, 과연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는가. 차별금지법은 ‘합의의 대상’임을 넘어 누군가의 안전한 일상과 직결되어있는 법이며, 헌법 제10조가 명시하는 인간의 존엄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2017년 대두된 ‘평등한 세상에 나중은 없다’라는 구호가 2025년에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평등한 세상이 여전히 ‘나중’으로 미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이 당장 필요하다는 우리의 외침은 단순히 당위적인 선언에 그치지 않는다. 존재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사회,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울타리이자 법적인 보호장치를 마련하라는, 절박하고 긴박한 요구이다.


오늘 취임한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은 추천 시점부터 일관되게 차별금지법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아울러 비동의강간죄 개정, 교제폭력 대응 강화, 임신중지 약물 합법화 등 시급한 성평등 의제 추진의 필요성도 분명히 밝혔다. 그의 삶과 활동에서 평등이 보장된 사회를 향한 노력이 선연히 드러나는 만큼, '성평등가족부'로 새롭게 개편될 여성가족부가 반차별 및 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고안하기를 기대한다.


특정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개별 법률이 존재함에도 우리 사회에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차별금지의 일반원칙을 확립하여, 어떠한 형태의 차별도 용납되지 않음을 사회 곳곳에 공표할 수 있는 최우선의 법률이기 때문이다. 무너진 민주주의 이후의 세상은 이제 우리의 ‘상상’에서 멈추어선 안된다. 제도적 결단으로 구체화하고 ‘실천’해야 할 때이다. 그 첫걸음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있다. 우리 모임은 하루라도 빨리 차별금지법을 도입하도록 국회와 정부에 요구하며, 성평등 공동체 실현을 위하여 시민사회와 함께 전진할 것이다.





2025년 9월 1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윤복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