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민변 9월 회원월례회 후기 - 기후재난, 텀블러 사용도 중요하지만 / 장재용 회원

  • 202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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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9월 회원월례회 후기]


기후재난, 텀블러 사용도 중요하지만


- 장재용 회원


 

초등학생 시절 어머니께 “엄마, ‘교토의 정서’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교토의 정서’가 아니라 ‘교토 의정서’라고 읽어야 해”라고 말하시며,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전 세계 여러 나라 대표들이 교토에 모여서 국제적인 약속을 하나 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때로부터 거의 20년이 지났고, ‘교토 의정서’는 ‘파리 기후협약’으로 발전하였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기후 위기’는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갈수록 악화하고 있을 뿐이다.

올해만 해도 기록적인 폭염, 폭우, 가뭄을 겪었고, 이미 기후 위기는 기후재난이라는 형태로 우리 곁으로 와 있었다.

그렇게 덥고 찌는 공기가 피부에 와 닿는 와중에도, 기후재난이 직접 피부에 와 닿는 이슈는 아니었다. 이번 9월 민변 월례회 역시, 기후재난에 관심이 있어서보다는 신입회원으로서 민변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어서 참석한 목적이 컸다. 이번에 연사로 나서주신 조천호 박사님은, 민변에서 나선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헌법소원>에서도 참고인으로 나서서 열정적인 변론을 하신 분이다. 과연, 조천호 박사님의 강연은 헌법재판관님들을 매료시켰다고 하기 충분할 만큼 재미있으셨다.

기후가 문명 발전의 전제조건이라는 화두에서부터 강연은 시작했다. 인간이 농업 혁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빙하기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이 올라갔기 때문이었고, 산업화 이전까지 지구 평균 온도는 일정한 수치를 유지하였다. 오늘날 시점에서는 이미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평균 기온이 1.5도를 넘었고, 우리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 2100년까지 평균 기온이 최대 5도까지 오를 수 있다. 겨우 1.5도? 하지만 1980년과 2020년을 비교하면 이미 기후로 인한 재난이 2배 이상 늘어났다.

기후재난의 속도는 점차 가팔라지고 있다. 지금을 시속 100km/h라고 한다면, 미래에는 150km/h로 질주할 것이므로, 우리의 미래세대는 더 심각한 재난을 겪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만 해도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한 나라라고 배웠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혹한의 겨울과 혹서의 여름만이 남은 듯하다. 기후재난에 대해 ‘지금 당장’ 대응해야 하는 이유이다. 조천호 박사님은 기후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10가지 행동강령을 알려 주셨다. 옷을 한 번 사면 최대한 오래 입기,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기 등 지금부터 실천가능한 내용들이 여럿 있었다. 텀블러를 가져오지 않은 내가 부끄러웠다.

하지만 동시에, ‘나 한 명이 열심히 텀블러를 쓰고, 대중교통을 열심히 이용한다고 한들 얼마나 바뀔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 역시 들었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마침, 민변과 회원들이 법률가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박사님께서는 결국 기후재난은 개개인이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결국 기업과 국가가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법률가는 좋은 제도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박사님은 프랑스 파리는 시 정부의 주도로 대중교통 없는 도시가 되어 가고 있고, 네덜란드는 지금 자전거의 천국이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물론 변호사는 입법자는 아니다. 하지만 민변이 하나의 시민단체로서 다른 단체와 연대하여 정치권에 기후재난 대응을 위한 입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헌법소원에 나선 것처럼 ‘기후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최근에도 환경단체의 주도로 새만금국제공항에 대한 기본계획 취소소송이 제기되어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선고되었다. 매년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여 기후재난 해결을 위한 시민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결국 혼자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기에 ‘연대’가 중요하다. 민변 회원들끼리의 연대, 민변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 기성세대와 후속세대들의 연대가 기후재난 위기의 키워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텀블러를 사용하고 대중교통을 열심히 이용하는 동시에, 법률가로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월례회 뒤풀이 자리에서는 민변 회원들끼리의 연대를 확인(?)하였고, 월례회 다음 날부터는 출근할 때 텀블러를 가져가서 나와 미래세대와의 연대를 확인하였다. 앞으로도 민변에서 여러 가지 연대활동을 통해서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