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 판결, 그리고 새로운 시작 / 최재홍 회원
- 202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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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게시판

자칭 패소전문변호사로서, 패소를 확신하며 장렬하게 패소하자고 시작한 소송이었지만, 판결선고를 들으러 가는 발걸음은 항상 무겁기만 합니다.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의 판결선고일인 2025. 9. 11. 서울행정법원 앞 도로는 경찰 차벽으로 차단되어 있고, 법정에는 판사석 좌우로 비디오카메라가 방청석을 향해 작동하는 것을 보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졌던 희망의 끈도 놓아버리고...... 오히려 원고 청구를 기각한다는 선고 이후에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연행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이것도 직업병이라고 혼자 쓴웃음만......
재판부가 입정하고, 판결이유를 설명하는 재판장의 발언이 원고들 주장을 인정하는 듯한 내용으로 계속되면서, 설마 하는 마음에 심장은 쿵쿵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한편으론 재판장의 입에서 “그러나~”라는 말이 언제 나올지 조마조마한 마음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한다.”라는 선고를 듣는 순간 눈물이 흘렀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20명의 방청석에 앉아있던 원고들 모두가 울었습니다.
제주제2공항 법률 지원을 하며 공항 설치 절차를 접하게 되고, 최초의 처분인 기본계획 단계에서 검토되어야 할 위법성 판단 대상들을 알게 되었기에, 새만금국제공항 반대대책위와 회의에서 기본계획 취소소송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항상 그래왔듯 패소를 확신하였지만, 이번에는 법정에서 재판의 진행 경과를 언론을 통해 확대재생산하고, 국민들 대상으로 방청 행사를 진행하여 새만금 만경강 하구의 마지막 남은 수라 갯벌을 지키자는 여론이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수라’가 개봉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모두들 마음속에 새만금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인지 재판이 진행될 때마다 방청석엔 원고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참여를 하였고, 재판 진행 상황은 언론을 통해 sns를 통해 전파되었습니다.

새만금국제공항 소송이 진행되던 중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이 발표되었고, 가덕도신공항을 반대하는 대책위에서 소송을 의뢰해왔습니다. 새만금공항 건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가덕도신공항 사건을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 사양하였지만, 어느새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하고 소장을 작성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새만금국제공항 사건의 재판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와중에, 2024. 12. 29.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아이러니하게도 새만금국제공항 재판에서 조류충돌 위험에 관한 사항이 주요 쟁점으로 급부상하게 되었고, 몇 차례 변론을 거쳐 판결선고일이 2025. 5. 15.로 지정되었습니다.
판결선고일을 남겨두고 새만금국제공항 사건의 자료와 가덕도신공항 사건의 자료를 비교 검토하면서, 공항 설치 절차로서 공항후보지 선정 절차인 사전타당성검토 단계가 더욱 명확하게 이해되었습니다. 특히 가덕도신공항 사건은 공항 부지 인근에 위치한 부산신항에 입출항하는 컨테이너 선박으로 인한 항공 안전을 검토하기 위해 이동장애물로서 선박의 높이를 고려해 장애물제한표면도가 작성되었고, 이를 계량화하여 공항 후보지를 선정하였는데, 이동장애물이라면 철새도 이동장애물로서 당연히 사전위험성평가 단계에서 위험평가가 선행되었어야 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국내 공항 설치 절차에서 관행적으로 사전타당성검토 단계에서 행하지 않았던 조류충돌위험평가는 그 자체로 절차적 하자를 구성한다는 확신이 들었는데, 문제는 조류충돌위험평가가 실시된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그 하자가 치유되었는지 여부였습니다.
새만금공항 건은 국토부와 환경부의 무리한 기준 변경과 정량화시킬 수 있는 평가대상 지역 및 위험평가 종인 조류의 축소가 분명히 확인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일말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때가 2025. 5. 15. 판결선고일까지 불과 보름 정도를 남겨두었을 때였습니다.
관련 내용을 정리하여 변론재개신청서와 재개 사유를 적은 참고서면을 2025. 5. 8. 법원에 제출하였습니다. 재개신청서를 살펴본 재판부는 판결선고일을 3일 남겨둔 2025. 5. 12.에 판결선고일을 취소하며 변론을 재개하였고, 원피고들에게 쟁점별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석명준비명령을 한 후, 2025. 7. 10.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재판을 종료하였습니다.
그리고 2025. 9. 11. 서울행정법원 제7부는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하는 원고승소판결을 하였습니다.

다른 사건도 그러하겠지만, 대규모 개발사건을 다투는 환경행정소송은 관련 행정절차와 단계별 평가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여야 합니다. 이번 새만금국제공항 사건은 제주제2공항과 가덕도신공항 사건을 통해 관련 절차와 단계별 평가사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기에 승소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새만금국제공항을 반대하는 공동행동 측 활동가분들과 전문가분들의 지속적인 지원과 자료제공은 개발사업이 항상 내세우는 환경영향저감대책이 실효적이지 않음을, 그리고 개발사업으로 환경적 악영향이 심각하게 발생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이제 새만금국제공항 취소사건은 전북의 정치권과 국토부의 협의체 구성을 통한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에 민변 환보위와 녹색법률센터를 중심으로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국민소송대리인단을 발족하여 대규모 개발사업의 타당성 평가 요소로서 안전과 자연환경분야에 대한 형량하자법리가 나올 수 있도록 준비위원회가 구성되었습니다.
새만금국제공항 1심에서 승소하였지만,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패소전문변호사의 길이 어디로 갈지 모르고, 그 끝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함께 패소전문변호사의 길로 들어서지 않으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