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성명] 유족과의 합의가 전부가 아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즉각 불법적인 노동구조를 바꾸고 고인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다하라

  • 20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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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유족과의 합의가 전부가 아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즉각 불법적인 노동구조를 바꾸고 고인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다하라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주식회사 엘비엠)이 인천점에서 일하다 과로로 사망한 노동자 고 정효원씨의 유족과 합의했다. 7월 16일 고인이 사망한 지 3개월이 지난 뒤의 일이다. 유족의 대리인은 유족과 회사가 오해를 해소하고 상호 화해에 이르렀으며, 회사는 사고와 관련한 관계기관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조사로 확인되는 부분은 책임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산재 신청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년노동자의 죽음을 바라보는 우리의 의문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언론보도에 인용된 고인의 카카오톡 대화내역 및 근무 스케줄표에 따르면 사망 직전 고인은 인천점 개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근로시간이 1주간 80시간에 가까웠을 것으로 추정되나, 회사는 고인의 근로시간을 확인하고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을 준수하려는 노력도 전혀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회사와 유족 간의 합의 내용에 '산재신청을 취소'하는 조건이 포함된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회사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에 대한 방안이 없는 현 상황에서, 해당 합의는 산재로 인정되는 것을 피하고 부정적인 여론을 덮기에만 급급한 합의일 뿐 회사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산재보험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업주의 고의·과실 존재 여부와 상관 없이 일정한 재해보상을 하도록 하는 것으로, 산재보험법 적용을 받지 못하게 하거나, 산재 은폐를 목적으로 하는 공상처리 합의는 제도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다.

 

고인을 비롯한 런던베이글뮤지엄 소속 노동자들이 야만적이고 불법적인 근로환경에 처하게 되었던 원인으로는 기간제 계약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고인은 14개월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사실상 연속적으로 근무하였으나, 2년 이상 재직한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직접고용의무를 회피하기 위해서 3개월, 4개월, 7개월 단위로 '쪼개기' 근로계약을 했다. 고용노동부 고용형태 공시정보에 따르면 2025. 3. 31. 기준 주식회사 엘비엠의 소속 노동자 750명 중 약 97%인 726명이 기간제 노동자였다고 한다. 월 단위 근로계약 체결을 강요당하고, 계약이 연장될지 불안에 떠는 근로자가 어떻게 근로조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는가. 사용자가 단기의 근로계약을 불필요하게 반복적으로 갱신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고용노동부의 기간제근로자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이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매끈한 보도자료만으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모두 가릴 수는 없다. 수백억 원의 매출과 회사 매각가 2천억 원 뒤에는 고인을 비롯한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가 자리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을 가게의 부속품으로 다루는 회사의 관점이 바뀌지 않는 한, 이 사건과 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근로감독 결과가 나오기 전에 먼저 노동자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진상조사를 통해 소속 노동자들의 근로환경을 점검하고, 총체적인 개선책을 발표하라. 정부는 철저한 근로감독과 함께 노동자들을 불안정한 고용으로 내모는 기간제법을 전면 재검토하라.

 

한편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을 통해 이미 관련 법령 위반 사항을 발견하고, 근로감독 대상을 런던베이글뮤지엄 전 지점과 엘비엠 계열사 전체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발표한 바와 같이 장시간 노동, 휴게 미보장, 임금 체불 등 전반적 노동실태를 점검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엄밀하게 살펴 엄정하게 조치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이번 근로감독은 단건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최근 3년간 60건이 넘는 산업재해가 보고된 만큼, 고용노동부는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는 기업을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다.

 
2025년 11월 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신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