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단체][공동성명] 심야·새벽배송 제한, 사람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사회적 질문이다

  • 202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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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게시판



[성명]


심야·새벽배송 제한, 사람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사회적 질문이다


 

최근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를 중심으로 '심야·새벽배송 제한' 요구가 제기되어 논쟁이 뜨겁다. 이 요구는 반복되는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 때문에 나왔다. 실제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기사였던 고(故) 정슬기 씨는 사망 직전 동료에게 “개처럼 뛰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으며, 그는 주 평균 73시간 이상 근무하다 사망에 이르렀다. 2021년 과로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분류작업 제외, 주 60시간 상한, 밤 10시 이후 배송 제한, 보험 의무가입 등이 결정되었으나, 이후 실질적인 개선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간노동의 해악은 단순히 장시간 노동의 연장선에 머물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인간의 생체리듬이 밤의 휴식을 전제로 형성되어 있으며, 수면 부족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신체의 회복 기능과 면역 체계를 교란시켜 심혈관 질환·뇌졸중·우울증의 위험 요인이 된다. 야간노동은 동일한 시간의 주간노동보다 훨씬 큰 신체적 부담을 초래한다.

 

이 때문에 근로기준법은 일 8시간, 주 40시간의 근로시간 상한을 두고 있으며, 연장하더라도 최대 주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규정한다. 주 52시간은 뇌혈관 질환, 심장질환, 정신질환의 업무상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고용노동부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은,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 간의 관련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평가한다. 또한 과로 여부를 판단할 때 야간노동인지 여부를 고려하며, 오후 10시부터 익일 6시 사이의 근무는 주간노동의 30%를 가산하여 업무시간을 산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야간노동이 단순히 ‘더 오래 일하는 것’이 아니라, ‘더 위험하게 일하는 것’임을 제도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야간노동은 선택 가능한 고수입 노동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생계 유지를 위해 강제된 위험노동으로 작동하고 있다. 생계 부담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장시간·야간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으며, 이러한 현실을 방치한다면 과로와 건강 손상, 이것이 누적된 과로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누적된 피로는 개별 노동자의 건강을 해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람이 혹사 당하는 구조에서는 산업의 효율과 연속성이 오래 유지될 수 없다. 사람의 피로 누적은 결국 산업의 피로 누적으로 귀결된다. 산업 전체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노동과 산업 양자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한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기업은 이와 같은 구조를 개선할 책임이 있다.

 

반면, 우리는 최근 '심야·새벽배송 제한' 논쟁을 소비자 편의와 노동자의 건강권 대립 구도로 단순화하는 것을 우려한다. 특히 그 실질이 쿠팡 등 사용자가 사업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분쟁을 만든 주요한 주체인 사용자를 소비자 뒤로 감추고, 소비자와 노동자 양자를 비교하는 프레임을 우려한다. 사용자의 영업 이익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희생시키는 것이 옳지 않음은 자명하다. 노동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은 어느 한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전망을 강화하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와 택배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면권과 건강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택배노조가 제안한 ‘자정부터 새벽 다섯 시까지의 배송 제한’은 서비스를 완전히 폐지하자는 요구가 아니다. 분류작업, 프레시백 회수 등 택배노동자들의 본래 업무가 아닌 것은 기업이 그 부담을 맡고, 배송 품목을 조정한다면 노동자의 수면권을 보장하면서도 서비스의 연속성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이 제안은 서비스 축소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정안이다.

 

결국 이 논쟁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무너지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질문이다. 노동자의 수면권 보장은 노동의 효율을 낮추는 조치가 아니라, 사람과 산업의 생명, 건강, 효율을 지키는 최소한의 전제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첫째, 사회적 대화의 초점을 ‘서비스 금지’가 아니라 ‘최소한의 생명권, 건강권 보장’으로 즉시 전환하라. 노동자의 수면권은 생명과 건강, 그리고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전제이다. 정치권, 기업, 언론은 거짓 딜레마를 부추기지 말고, “과로사 없는 노동환경”을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책임 있는 대화에 즉시 나서야 한다.

 

둘째, 정부는 택배노동자에 대한 교대제 도입, 연속근무 제한, 근로시간 규제, 휴식보장 등 필요한 제도 개선안을 즉각 마련하고 시행하라.

 

셋째, 택배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 기업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사용자의 비용 문제로 취급하지 말고, 사람과 사회, 산업의 지속을 위한 공동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2025년 11월 12일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법률원(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