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2025년 제26회 민변 노동위원회·오사카노동자변호단 정기교류회 후기 / 고광민 회원, 최하림 회원

  •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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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에 고광민 회원의 후기(1)와 최하림 회원의 후기(2)가 함께 실려있습니다.

 

2025년 제26회

민변 노동위원회·오사카노동자변호단

정기교류회 후기(1)

- 고광민 회원

  오사카노동자변호단 교류회에 참여할지 한동안 고민했습니다. 낯을 가리는 성격에 언어적 장벽도 있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고, 경제적인 부담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님들과 네트워킹을 하고, 공익변호사로서 해외의 현장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일본의 노동자변호단 변호사들과 직접 만나 대화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저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별다른 계획 없이 민변에서 준비해주신 프로그램에 몸을 맡겼고, 소박한 기대를 안고 출발한 여정이었습니다. 첫날에는 오사카 노동국을 방문했습니다. 사실 저는 한국의 고용노동부를 직접 방문해본 경험도 없었기에, 오사카 노동국을 찾았을 때 조금은 부끄러우면서도 흥미로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들은 설명을 통해 일본에서는 개별 노동 분쟁을 상담과 조정을 통해 비교적 신속하게, 무료로 해결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실무적 도움이 되는 접근 방식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둘째 날에는 ‘2025년 한일 노동법 포럼’에 참가하였습니다. 한일 노동법 포럼은 상당히 학술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대학 강의실에 앉은 듯 발표에 집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노동3권을 행복추구권의 한 내용으로 이해하는 관점을 소개했고, 한국의 김홍영 교수님은 노동3권을 사회권이 아닌 자유권적 성격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저는 그동안 법원의 해석을 중심으로 노동기본권을 이해해 왔는데, 노동3권에 대해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상상력을 배웠습니다. 가장 하이라이트인 민변-오사카노동자변호단 공동세미나는 셋째 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지는 알찬 일정이었습니다. 공동세미나에서는 ‘노사 커뮤니케이션’과 ‘노조 탄압’을 주제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한국의 노사협의회 제도가 형식적으로는 노동자 대표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사용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 근로자대표가 제대로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현실은 익숙한 문제였습니다. 노조 탄압 문제에 있어서도 양국의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에 대한 제재와 형사처벌 시도, 일본에서의 조합 활동 제약 사례가 공유되면서 노동조합의 권리가 여전히 어렵게 지켜지는 권리임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또한 일본에서는 한국의 노사협의회 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시각이 있었지만, 이번 논의를 통해 그 한계도 함께 확인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제도는 존재 그 자체보다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함께 확인한 셈입니다. 오전 9시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강도 높은 일정이었지만, 서로의 고민을 깊이 나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보람 있었습니다. 발표와 토론을 통해 한일 공익법률 활동이 서로 연대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점을 확인한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3일 내내 공부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녁이 되면 일본 변호사님들과 함께 오사카의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비루(맥주)를 곁들이며 서로의 관심사와 양국의 정치 상황, 노동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점심식사 자리에서 장어덮밥을 사주시며 반갑게 맞아주신 에리코 변호사님은 저와 마찬가지로 이주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이었고, 다음에는 양국의 출입국·이민 행정을 함께 방문해 보자는 약속도 하였습니다. 이제 곧 일본 로스쿨에 진학하는 후쿠야마 하루노 씨와는 법학 공부를 앞둔 설렘과 고민을 나누었고, 오사카성을 함께 돌아다니며 도시를 소개해준 우에하라 야수키 변호사님 덕분에 여행자로서 오사카를 조금 더 깊게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아리셀 참사 소식을 일본에서 기사로 써주신 일본 기자님, 일본 건설노조에서 활동하는 노동자 분과도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의 책임과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노동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국적과 언어가 달라도 마음에는 경계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교류회가 제게 더욱 뜻깊었던 이유는 함께했던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님들 덕분이었습니다. 비행기 연착으로 늦게 도착한 저를 끝까지 기다려주시고, 낯선 도시에서 숙소까지 안전하게 안내해주신 순간부터 이미 큰 힘이 되었습니다. 신입이라고 늘 점심과 커피를 챙겨주시고, 일정 내내 불편한 점이 없는지 먼저 살펴주셨습니다. 술자리와 식사, 교류회 현장에서 편하게 어울릴 수 있도록 먼저 말을 건네주시고 자연스럽게 끌어주신 덕분에 어색함 대신 따뜻함으로 시간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이번 오사카의 기억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환하게 웃으며 대해주시던 변호사님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2025년 제26회

민변 노동위원회·오사카노동자변호단

정기교류회 후기(2)

- 최하림 회원

  저는 내심 제가 일본어를 꽤 잘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작년 11월 처음으로 오사카노동자변호단(이하 노변단)과의 교류회에서 통역을 맡기 전까지는. 통역 자체가 처음인 데다 교류회 참가도 처음이어서 날이 다가올수록 긴장은 되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할 수 있겠거니 했는데, 역시 제가 오만했던 것이었습니다. 한국어를 일본어로 옮기기가 이토록 어려울 줄이야… 열심히 듣고 열심히 말했지만, 정말 많이 놓치고 많이 틀렸답니다. 일요일의 공식 일정이 끝난 뒤 저는 완전히 녹초가 된 상태로 결심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 훨씬 더 잘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의 어리석음은 끝이 없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됩니다. 1년 동안 제 나름대로 절치부심하여 일본어를 더 열심히 익히기는 하였지만(방법: 원래 하던 취미생활을 더 많이 하기, 그러다 친해진 일본인 지인과 펜팔 하듯이 메시지 주고받기, 모 언어학습 앱의 초록색 부엉이가 시키는 것도 꾸준히 하기 등), 내심 ‘올해는 노변단에서 준비해 주시는 것이니 통역할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야’라고 마음을 살짝 놓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패기 넘치게(?) 토론자로까지 나서겠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만, 다른 참가자 분들도 보신 바와 같이, 토론은 전체 발제자 중 가장 많이 버벅거렸고, 그 와중에 통역은 예상했던 분량의 3배 정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작년보다는 실력이 조금 발전했다는 데서 위안을 찾고 있습니다… 얼마나 더 해야 진짜로 잘하게 될 수 있을까요? 나날이 늘어나기만 하는 회사 일을 마구 쳐내며 준비팀 회의도 하고, 노변단에서 보내주신 글들도 번역하고, 제 토론문도 쓰고(마감을 어겨서 죄송…), 항공편과 숙박도 예약하고, 식당도 찾아보고 하는 사이에 금세 출발일(금요일)이 되었습니다. 일본을 되게 잘 아는 것처럼 굴었지만 사실 오사카는 고작 두 번째로 가 보는 것이었기에 역시 긴장되기도 했는데, 공항에서 여럿이 모여 위원장님께 만두를 얻어먹고 다 같이 버스로 이동할 때부터 서서히 기대감이 긴장감을 이기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나도 일본에서 하는 교류회에 참가하게 되는구나! 공식 일정은 그야말로 공부-회식-공부-회식-공부-회식이었습니다. 금요일 오후 오사카 노동국에서 들은 노동분쟁 해결 시스템 설명은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고(‘진짜 이게 될까’ 싶은 의문까지 포함해서), 토요일의 한일 노동법 포럼도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해서 역시 대학원에 가야 하나? 라는 생각을 아주 오랜만에 했습니다(못 가겠지만). 그리고 토요일 저녁의 우리끼리 회식은… 1, 2, 3차 통틀어서 여러 가지로 잊지 못할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혹시 일본 여행 가실 때 ‘타베로그 tabelog’로 식당을 예약하시면, 오직 외국인에게만, 식당 예약금이 아니라 타베로그 ‘예약시스템 이용료’로 거금을 뜯어가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그리고 일본 노래방은 대체로 한국보다 많이 비쌉니다!). 그래도 역시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일요일의 공동세미나, 그리고 그 뒤의 친목회였습니다. 저는 오전에는 제 발표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서범진 변호사님의 힘찬 발표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었고, 오후에는 다소 마음이 편해진 상태로 이진욱 변호사님, 박남선 변호사님의 발표를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비슷한 듯 다른 두 나라의 법과 제도, 그러면서 똑 닮은 노조 탄압 행태.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역시 나는 아직 한참 멀었구나, 변호사로서 법 공부도 실무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도 결심했습니다(맨날 결심만 하는 거 아니냐고 물으신다면, 맞습니다. 흑흑). 친목회에서는 1시간 반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노미호다이(술 무제한) 시간 동안 먹고 마시랴, 나가서 통역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같은 테이블의 변호사님들이 제 음식을 잘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진행을 맡은 우에바야시 변호사님의 강권으로 이번 뉴욕시장 당선자 조란 맘다니의 당선 연설을 우에하라 변호사님과 함께 낭독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묻히지 않기 위해(?) 최대한 크게 말하다 보니 너무 악을 쓰다시피 한 것이 아닌가 하고 반성했습니다. 2차로 간 술집에서도 같은 테이블에 앉으신 분들께 너무 오타쿠 같은 이야기만 줄줄 늘어놓은 것이 아닌지 뒤늦게 반성했습니다(맨날 반성만 하는 거 아니냐고 물으신다면, 그 또한 맞습니다. 엉엉). 이렇게 무엇을 해도 끝없는 후회와 반성, 덧없는 결심과 다짐으로 점철되고 마는 저이지만, 그럼에도 정말 재미있었다는 것을 밝히면서 후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많이 도와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해 주신 민변 노동위원회의 참가자 여러분, 준비팀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내년에 한국에서 열릴 제27회 교류회에서는 조금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