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민변 10월 회원월례회> 촬영감독의 눈을 통해 본 세상 - 김우형 촬영감독 초청강연 후기 / 조지훈 회원

  • 202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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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10월 회원월례회>

촬영감독의 눈을 통해 본 세상

- 김우형 촬영감독 초청강연 후기 -

- 조지훈 회원

  영화는 인생을 말하고, 사회를 그린다.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그 당시만 해도 조연급이었던 황정민이 마을버스를 운전하면서 대성통곡하던 장면,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빌리가 무용가로 성장하여 무대에서 날아오르는 마지막 장면, 박찬욱 감독의 최근작 <어쩔수가없다>의 주인공 만수가 전체가 자동화된 제지공장에 홀로 남아 관리하는 장면 등은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를 함축한다. 지난 11월 5일 저녁, 민변 대회의실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주제의 회원월례회가 진행되었다. <그때 그 사람들>(2005)부터, <만추>(2011), <카트>(2014), <암살>(2015), <1987>(2017), 그리고 <어쩔수가없다>(2025)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관객들과 함께했던 작품에서 촬영을 맡았던 김우형 촬영감독님의 ‘촬영감독의 눈을 통해 본 세상’이라는 주제의 강연이 있었다. 김 감독님이 촬영한 영화들 중 한국 현대사를 다룬 작품들을 시대순으로 돌아보는 과정은 그 자체로 새로웠고, 즐거웠으며, 행복했다. 지금까지는 스크린을 기준으로 관람객 측면에서만 작품을 바라보았다면, 이번 월례회를 통해 그 반대쪽 측면, 즉 촬영감독의 작업과 관점, 의도 등으로 영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각 컷마다 관객의 시선 집중도와 경로를 염두에 두는 것부터, 역사적 공간에 대한 전지적 관점을 어떠한 방식의 촬영기법으로 표현했는지까지, 그리고 촬영 현장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연기자·스태프들의 고충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주제와 내용 모두 그동안 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강의 내용 중 인상 깊었던 점은, 영국 BBC에서 2018년 방영했던 ‘리틀 드러머 걸’(박찬욱 감독, 김우형 촬영)에 관한 것이었는데, 상대적으로 젊은 회원분들은 열광하는 느낌이었지만, 필자를 비롯한 일정한 연차 이상의 회원분들은 잘 모르는 듯한 분위기였다. 기라성 같은 세계적 수준의 촬영감독들을 제치고 이 작품의 카메라를 들을 수 있었던 배경, 그리스 신전에 비추는 인물들의 그림자 크기까지 고려한 촬영기법, 배우와 빛이 어떻게 어우러져야 의도한 영상이 만들어지는지 등 강연 내용 하나하나가 신기했다. 배우의 연기를 통해 인물이 살아나고, 촬영감독이 의도한 각도에서 그 인물과 시·공간이 합쳐져, 영화라는 문화예술작품이 탄생한다. 이를 위해 영화감독은 현장에서 하루에 수천 번 이상, 촬영감독은 수백 번 이상 시시각각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영화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엄청난 고뇌와 선택의 결과물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영화는 대중예술이면서도 종합예술이고, 하나의 필름으로 무한재생이 가능하면서도, 시대적 배경과 관람 시기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텍스트로서의 특성도 지닌다. 우리의 인생이 영화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영화에 현재적 삶이 투영된다는 이들도 있다. 영화 내용을 짧게 압축해서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 시대에, 영화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된다. 김상은 변호사님의 인맥과 노력으로 의미 있는 회원월례회가 진행되었다는 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리고, 김우형 감독님의 인맥으로 다시금 대회의실에서 영화이야기가 꽃피울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짧은 글을 마친다. 영화와 영화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우리 모임 안에서도 ‘民Ci네’를 본격화하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될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