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한국, 일본, 대만 3국의 금융피해를 한 번에 살펴보다! - 2025 동아시아 금융피해자 교류회 후기 / 김치라 회원

  • 20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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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동아시아 금융피해자 교류회 후기>

한국, 일본, 대만 3국의 금융피해를 한 번에 살펴보다!

- 김치라 회원(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저는 불법사채 피해 무료 법률 구조활동을 하는 시민단체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교류회 일정을 보자마자 ‘이건 꼭 가야 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14회를 맞이한 교류회는 한국, 일본, 대만의 금융피해 사례와 관련 제도를 살펴보며 채무자 및 금융피해자 보호와 법률 개혁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3국이 돌아가며 개최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대만에서 열렸고, 다음은 한국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한국, 일본, 대만. 각국은 어떤 금융피해를 겪고 있고, 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한 번에 살펴보니 유사점과 차이점이 두드러졌습니다. 또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힌트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 내용과 소소한 에피소드를 꺼내보겠습니다. 같이 보시죠! 먼저 주최자와 참가자를 소개하면, 대만은 법률부조기금회, 타이베이변호사협회, 신용카드 부채 피해자 자조협회, 일본은 전국 신용·사채 및 생활재건문제 대책협의회와 피해자 연락협의회, 한국은 한국 파산·회생 변호사 협회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희년빚탕감상담소입니다. 혹시 참가단체에서 눈에 띄는 점이 있으신가요? 바로 대만, 일본의 피해자 관련 단체입니다. 두 나라의 피해자단체가 주체적으로 활동하며 이뤄낸 성과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특히 일본이 2006년 대부업법 개정으로 불법사채 문제를 크게 해결할 수 있었던 핵심요인에는 피해자들의 능동적 참여가 있었습니다. 피해자단체와 변호사, 법무사가 법 개정 운동을 시작하여 변호사회, 법무사회, 노동단체, 소비자단체 등으로 확산되었고, 광범위한 국민적 네트워크와 여론이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사자인 피해자가, 특히 사기를 당하거나 돈을 갚지 못한 자라는 비난을 받는 금융피해자가 운동의 앞에 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피해자만이 피해의 심각성과 문제해결의 필요성을 여실히 아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적극적인 변화를 위해 피해자 조직이 활성화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교류회는 총 3부로, 1부는 금융회사와 대부업 현황 및 법적 규제, 2부는 채무자 조직 및 사회적 수용 문제, 3부는 온라인 사기 및 채무 문제를 주제로 각국이 발표하였고, 각 세션의 마지막은 열띤 Q&A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1부 각 나라의 대부업 현황 및 법적 규제 대만은 최근 은행이 아닌 금융회사, 즉 대부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차량 소유권 과도 대출, 휴대폰 대출, 허위거래 위장 대출 등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대부회사 중개인과 사기 집단의 공모는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유형이었습니다. 대만은 일본과 우리나라처럼 대부업을 규제하는 특별법도 없고, 제대로 된 규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만측은 별도의 특별법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설득하고 있으나, 금융감독위원회는 일본에서 대부업법 법률강화로 오히려 채무자들이 돈 빌리기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는 등의 이유로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만측은 반대의 진짜 이유는 규제의 어려움이라고 봤습니다. 현재 50개 정도의 은행만 규제하는 금융감독위원회가 만 개 이상의 금융회사를 어떻게 규제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면서요. 이에 대만측은 금융감독위원회의 우려가 사실인지, 즉 일본에서 대부업법 강화로 채무자들이 더욱 힘들게 됐는지와 일본과 우리나라의 대부업체 관리방식에 대해 질의하였습니다. 일본은 약 10~20만 개에 이르던 소비자금융업체가 대부업규제법 시행으로 1986년에 등록대부업체 수 4만 7,504개로 정점을 찍고 이후 점차 감소하여 2024년에는 1,500개 정도로 줄었습니다. 또한 2000년경부터 불법사채 문제가 다시 급증한 이유는 규제강화로 인한 것이 아닌 소비자금융 및 신용카드 이용확산으로 다중채무자와 개인 파산자가 급증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또한 대부업규제법(무등록 영업), 출자법 위반(불법 고금리)에 대한 전국적 집단 고발 운동과 법 개정을 통한 관련 규제 대폭 강화로 문제가 크게 해결되었습니다. 대부업체 관리의 경우 일본과 우리나라는 모두 업체의 규모를 기준으로 하여 관할이 이원화된 점이 유사하였습니다(일본은 금융청과 도도부현으로, 우리나라는 금융위원회와 시·도지사로). 대만측은 앞으로 일본과 한국의 방식을 참고하여 입법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일본의 경우 불법사채는 많이 해결되었지만, 이례적 물가상승과 함께 다중채무자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중채무자들을 상대로 한 2차 피해가 문제입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변호사와 법무사들이 ‘채무감액진단’ 등 인터넷 광고로 유인하여 채무조정을 빌미로 과도한 수임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채무조정으로 오히려 빚이 증가하기도 합니다. 이에 일본측은 지난해 2차 피해 근절 단체를 설립하여 100건이 넘게 대응해왔습니다. 한편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금융피해, 도박, 사기 등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와도 비슷하였습니다. 불법사채와 관련해서는 적발되지 않도록 SNS를 이용하거나, 매매 등으로 외형을 가장하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변회원이자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이신 박현근 변호사님께서 개정된 대부업법 내용을 발표해 주셨습니다. 이번 개정의 주요 내용은 자기자본 등 등록요건 강화, 대부업법 위반 처벌 강화, 반사회적 대부계약 무효입니다. 특히 반사회적 대부계약은 대부제공자가 거래상대방에게 원본의 반환 및 이자의 변제를 청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미 지급한 원본과 이자는 반환해야 하는 매우 강력한 규제이며, 연 60%를 초과하는 고금리도 이러한 반사회적 대부계약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아직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의 문제는 남아있지만, 불법사채를 뿌리 뽑기 위한 강력한 법적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의의가 있었습니다. 참고로 자기자본 등록요건 강화는 저도 참여한 조항입니다.   2부는 채무자 조직 및 사회적 수용 문제 금융피해 문제는 제도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2부에서는 각국이 개개의 채무자들을 어떻게 돕고, 사회적 낙인을 극복하고 있는지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대만의 경우 기금회 및 협회는 효율적 문제처리를 위한 하드조직으로서, 신용카드 부채 자조협회는 유연하게 소통하는 소프트 조직으로서 작용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부채조정과 관련하여서는 법률부조 절차를 간소화하고 표준을 완화하며 채무조정 전문변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빌린 사람이 나쁘다’는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피해자단체 활동을 활성화해왔습니다. 스티그마를 극복하기 위해 피해자가 스스로 운동에 나선 겁니다. 피해자단체는 직접 거리로 나서며 굴욕을 공론화하고, 인간성을 회복하고, 생활을 재건하는 연대와 교류의 장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는 여론의 변화와 법률 제정뿐만 아니라 ‘빌린 돈은 반드시 갚아야만 한다’에서 ‘폭력적 채권추심, 과잉대출, 고금리는 사회악이다.’라는 상식의 전환을 이루어냈습니다. 최근에는 다중채무자 구제활동, 위에서 언급한 변호사 및 법무사의 부적절한 채무정리로 인한 2차 피해 방지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대상 대부업체의 대출은 크게 줄었으나 신용카드 회사의 대출이 크게 증가하였고, 특히 젊은 층의 대출이 증가하였습니다. 관련하여 일본측은 캐시리스 결제 확산으로 쉽게 다중채무에 빠질 수 있는 환경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밖에도 가계부 작성 지원활동, 경험 교류, 도박 의존자 지원 생활보조제도 활용, 사회보장제도 개선 등의 생활재건 운동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희년빚탕감상담소 소장 김철호 목사님께서 금융피해 지원을 위해 진행해온 교육활동, 피해자들의 사례집 발간, 금융피해 당사자 모임 활동, 금융채무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전국연대 활동 등을 소개해 주시며, 코로나19와 윤석열 정부의 협동조합 등의 예산 삭감으로 활동이 어려워진 상황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한편 금융채무 문제해결을 위한 공공지원기관의 경우 법률구조공단 ‘개인회생파산종합지원센터’, 금융복지상담센터, 회생법원 등이 있고 모두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었습니다.   3부는 온라인 사기 및 채무 문제 온라인 사기는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대만에는 부채가 있고 동시에 사기 피해자인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일반적으로 사기집단과 대부업자 사이의 숨겨진 공모가 있고, 자금이 드나들던 계좌가 자금세탁 의심 계좌가 되어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중적 신분을 갖게 된다는 패턴이 있었습니다. 일본의 경우 전화나 인터넷 등 비대면으로 현금 등을 속여 뺏는 범죄, 이른바 ‘특수사기’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2024년 인지된 특수사기 피해는 21,043건, 피해 총액은 약 718억8천만 엔(약 6,600억 원)에 이릅니다. 그 수법은 국제전화나 경찰관 사칭 등 한국의 보이스피싱과도 유사합니다. 이에 일본은 금융기관과 경찰청 간 정보연계, 국제적 연계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일본은 이체사기 피해구제를 위한 방안으로 관련 법을 제정하여 ‘범죄 이용 예금계좌’의 잔액을 피해자에게 분배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특수사기 조직은 이를 회피하기 위해 간편한 지급명령제도를 악용하여 거짓으로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해당 동결 계좌를 압류하여 피해금을 확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본의 흥미로운 사전예방 방법으로는 경찰본부에서 실제 특수사기 전화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어르신들을 상대로 진행하면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활동이 더욱 증가함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 광고를 통한 대출사기, 투자사기, 알바를 가장한 계좌 매매 및 대여 등이 문제되고 있습니다. 그 바탕에는 피해자 대부분이 경제적 취약계층으로 정상적인 금융 접근이 어렵다는 점과 불법성에 대한 인지 부족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피해는 경제적 피해를 넘어 범죄에 연루되어 형사처벌을 받거나, 면책도 되지 않는 사기 피해로 인한 채무를 떠안는 위험으로 이어진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광고사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융서비스 광고 게재 전 사전에 인증하는 광고주 인증제, 사후 적발에서 사전 심사로 전환하며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서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불법사금융 지킴이’, 채무자대리인 선임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교류회를 통해 금융피해를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대응하려면 법제도 개선, 피해자 보호 시스템 강화, 인식 개선 등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 금융기관, 관련 단체, 플랫폼 사업자, 피해자 개인 모두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습니다. 또 이렇게 나라 간 사례를 공유하는 국제적 연대의 힘도 느꼈습니다. 배운 것들을 잘 소화하여 앞으로의 활동에 적용하고 민변에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십시오!   에피소드1. 3년차 한국변호사와 30년차 대만변호사의 만남 대만측에서는 교류회 중간에 맛있는 간식과 이후 저녁 식사를 준비해주셨습니다. 각국 참여자들은 미리 정해진 조에 섞여 앉았는데요. 저는 30년차 초흥위 대만변호사님(자조협회 고문) 옆에 앉았습니다. 또 그분께 도움을 받고 현재는 자조협회에서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과 일본 법무사분도 계셨습니다. 우리는 언어가 통하지 않음에도 열심히 번역 어플을 사용하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만의 인구수는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인데 변호사 합격자 수도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였던 게 기억납니다. 이외에도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에서의 만남을 기약했습니다.   에피소드2. 융캉제 산책 점심시간에는 잠깐 나가 변호사님들과 버블티를 들고 근처 번화가를 구경했습니다. 시원하고 따스한 쾌청한 날씨와 아기자기한 융캉제 거리 구경. 잠깐이지만 즐거웠습니다.   에피소드3. 민변 선배 변호사님과 친해지기 이번 일정은 2박 3일이었는데요. 도시를 둘러보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지만 뜻밖에 선배 변호사님들과의 풍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첫날은 김남주 변호사님과 단수이를 둘러보며, 둘째 날은 뒤풀이에서, 마지막 날은 박현근 변호사님과 다안삼림공원을 산책하며 지금까지 활동해오신 이야기도 듣고 꽤 친해졌답니다.   에피소드4. 중정기념당과 민주주의 중정기념당은 대만 초대 총통 장제스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인데요. 우뚝 솟은 건물에 들어가니 왼쪽에는 장제스의 사진과 유품이, 오른쪽에는 민주화 과정의 전시공간이었습니다. 반나절도 안 되는 계엄을 경험해본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장장 몇십 년의 계엄을 지낸 대만의 역사와 민주주의사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민주주의사는 대만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사건이 흐름별로 전시돼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2번이나 등장했는데 왠지 다음에 가면 빛나는 응원봉이 담긴 사진 한 장이 더 추가되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 눈에 보이지 않는,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말하고 행동하는 일. 언제 어디서나 어려운 일이지만, 언제 어디서나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와 연대를 느꼈습니다. 2박 3일 짧은 일정이었지만, 낯선 나라에서 금융피해 문제를 공부하고 다른 변호사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에서의 다음 교류회를 기약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