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아동위][공동성명]
국가폭력의 사각지대, 시설·입양 잔혹사의 진실규명은 ‘조사3국’ 신설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 행정안전부는 과거사법 개정 취지에 따라 시설 및 해외입양 전담 조사국을 즉각 설치하라 –

지난 1월 29일, 국회는 집단수용시설 및 해외입양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진실규명 범위에 명시적으로 포함하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수십 년간 빈곤과 장애, 아동이라는 취약성을 빌미로 국가가 방조하거나 주도해온 거대한 구조적 폭력을 비로소 공적 조사 영역으로 끌어올린 역사적 진전이다.
그러나 법 집행의 실무를 책임지는 행정안전부는 이러한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 최근 입법 예고된 시행령안에 따르면, 늘어난 조사 범위와 상임위원 수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를 뒷받침할 ‘조사3국(시설·입양 전담)’의 신설과 인력 증원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3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손발을 묶어두겠다는 것과 다름없으며, 피해자들을 다시 한번 국가의 외면 속에 방치하는 처사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행안부의 기만적인 시행령안을 강력히 규탄하며, 실질적인 조사 체계 마련을 촉구한다.
1. 시설·입양 사건은 기존 조사 체계로 감당할 수 없는 ‘구조적 범죄’이다.
그간 해외입양 과정에서 발생한 아동 탈취, 서류 조작 및 집단수용시설 내 학대·사망 사건은 파편화된 개별 인권침해가 아니었다. 이는 민간 입양기관과 수용시설이 국가의 묵인 하에 결탁하여 벌인 조직적 범죄다. 2기 위원회 당시 해외입양 신청 사건의 약 85%가 ‘조사 중지’된 뼈아픈 결과는 전담 부서와 전문 인력 없이는 진실의 근처에도 갈 수 없음을 증명한다.
2. 피해자의 특수성을 고려한 ‘전문 조사관’ 배치가 필수적이다.
시설 피해생존자 대다수는 고령이거나 장애를 입었으며, 해외입양인들은 언어와 국적의 장벽 속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고 있다. 이들의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복잡한 해외 기록 및 시설 보관 자료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조사 인력이 상설 조직으로 편제되어야 한다. 조사국 신설 없는 인력 돌려막기는 결국 ‘부실 조사’로 이어질 뿐이다.
3. 시행령 수정은 법치 행정의 의무이자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다.
과거사법 개정으로 상임위원이 증원된 이유는 명확하다. 한 명의 상임위원이 하나의 소위원회를 책임지고, 그 소위원회가 전담 조사국을 지휘하여 전문적인 결과를 도출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행안부가 이를 무시하고 기존 2개 조사국 체제를 고집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정부의 조사 의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다.
시설수용과 해외입양이라는 국가폭력의 역사는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들은 진실을 갈구하며 정부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12일 국무회의 전까지 시행령을 반드시 수정하여, 조사3국 신설과 최소 50명 이상의 인력 확충을 시행령에 명문화하라. 또한, 시설·입양 조사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충분한 인력 증원과 예산을 보장하고, 정부는 집단수용시설 피해생존인 및 해외입양인 단체와 직접 소통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시행령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2026년 2월 1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